33화. 분리

by 공부남주

- K! 김기강!

전당포 문을 벌컥 열며 들어오는 이도영을 보고 김희진이 당황하며 물었다.

- 도영씨. 갑자기 무슨 일이에요?

- 희진씨. 기강이 사무실에 안 왔나요?

- 네... 안 왔는데 무슨 일 있나요? 전화해 보시면...

이도영은 손에 든 편지 한 장을 김희진에게 건네며 얘기했다.

- 전화를 도통받지 않아서...

김희진은 건네받은 편지를 빠르게 읽어 내려갔다.


[약속 전당포, 이도영님께.

무엇보다 저 때문에 신경 쓰이게 해서 죄송합니다. 절 위해 노력해 주신 것 잘 알고 있습니다. 정말 많이 고민해 봤는데 이 방법밖에 없는 것 같아요. 돈은 이자랑 같이 해서 조만간 입금될 거예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 지 내용이... 무슨 뜻 이죠?

- 기강이 이 녀석이 또 제 고객한테 관여한 것 같아요.


김희진이 무언가 말하려는 찰나 전당포문이 열리며 사장 기필준과 김기강이 같이 들어왔다.

- 어! 도영이도 마침 있었네?


사장이 건네는 인사도 무시한 채 이도영은 사장 뒤에 있는 김기강을 향해 달려들다.


.

이도영이 순식간에 김기강의 멱살을 틀어쥐었다. 이도영의 눈빛은 날이 바짝 서 있었다.


- . 또 이딴 짓 하면 가만 안 둔다고 했지?


김기강은 고개를 돌리지 않고 무표정으로 이도영을 응시했다. 억울한 표정도 반항도 었다.

기필준이 놀라며 이도영의 어깨를 잡아당겼다.

- 너. 갑자기 뭐 하는 거야?


이도영은 분노에 찬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 사장님, 이 자식이 제 고객을 또... 위험에 처하게 만들었어요.

- 무슨 말이야? 손 놓고 자세히 얘기해.


이도영은 여전히 손을 놓지 않은 채 김기강의 눈을 깊이 들여다봤다. 거짓을 찾기 위해. 흔들림을 찾기 위해.

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마치 깊은 바닷속 어둠 같았다. 그 눈빛이 이도영의 손끝을 흔들리게 했다.


김희진이 재빨리 편지를 기필준에게 내밀었다.

편지를 받아 든 기필준은 내용을 훑더니 가 알았다는 듯 말을 꺼냈다.

- 이도영. . 이 고객 내가 직접 만었어. 지내용도 그냥 감사편지 정도라고. 도대체 뭘 상상한 거야?


멱살을 쥐었던 손이 풀렸다. 김기강은 그저 옷깃을 정리하며 똑같은 표정으로 서 있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는 작게 숨을 들이쉬더니 말했다.

- 직 과거 속에 살고 계시네요.

둘 사이엔 무거운 침묵이 잠시 흘렀다.

- 미... 미안하다.

이도영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기필준이 나서며 둘 사이를 중재했다.

- 됐어. 됐어. 오해가 있었던 것 같으니까. 풀고 저녁이나 같이 하자.


평소 불필요한 말은 일절 하지 않던 김기강이었지만 이날만큼은 웬일인지 이도영에게 한마디 더했다.

- 저는 선택지만 줬을 뿐이에요. 스스로 선택할 수 있었으니 된 거 아닌가요? 그런 기회도 없는 경우가 더 허다해요.

- ...

이도영은 급격히 올랐던 분노가 차갑게 식으면서 힘이 빠졌다.

기필준은 둘을 다독며 어색한 분위기를 수습하려 애썼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이도영이 천천히 입을 뗐다.

- 사장님, 제가 전당포에서 일을 하려고 했던 건 전당포가 갖고 있던 철학 때문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이때 이도영의 말을 자르고 김기강이 불쑥 말을 꺼냈다.

- 제가 나가겠습니다.

김희진과 이도영이 놀라며 동시에 김기강을 쳐다봤다.

기필준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차분히 말을 꺼냈다.

- 지금 서로 감정적이 된 것 같은데. 다음에 다시 얘기하자.

김기강이 다시 힘주어 말했다.

- 알고 계셨잖아요.

기필준은 한숨을 크게 쉬며 얘기했다.

- 그래. 어쨌든 이렇게 갑자기 결정할 일은 아니라는 거야.

- 갑자기라는 건 없습니다. 시점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계획했던 날이 그저 오늘인 것뿐이에요.

김기강의 스타일을 아는 셋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 대신... 나가기 전에 한 가지 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요.

- 확인... 할 거라니?

기필준이 김기강을 쳐다보며 되물었다.

- 보관자료에 없는 계약 미종료 3건.

특히 첫 번째, 두 번째 계약건에 대해서.


기필준의 표정이 미묘하게 바뀌었다가 이내 차분해지며 말을 이었다.


- 그건 왜?

- 전당포 계약 건들은 모두 검토했다고 생각했는데 찾다 보니 빠진 게 있어서. 확실히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기필준은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하더니 별거 아닌 듯 털털하게 얘기했다.

- 딱히 뭔가 있어서라기보다는 그냥 상관없는 거라 공유하지 않은 거야. 굳이 알 필요가 없 계약 건들.

- 그런가요? 알겠습니다.

선뜻 수긍하는 김기강의 태도에 기필준은 의아한 마음이 들었만 더 이상 그 건에 대해 기필준도 깊이 얘기하고 싶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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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천장. 닫힌 블라인드 틈으로 희미하게 새어드는 가로등 불빛. 한때 라운지였던 장소를 지금은 냉동고의 웅웅대는 소리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문이 열리며 구두 소리가 가까워졌다. 검은 마스크에 깔끔한 장을 입은 남자가 준비된 테이블 앞으로 다가왔다. 그는 천천히 자리에 앉더니 말을 꺼냈다.


- 속전당포라고 했나? 굳이 나를 만나자고 한 이유는?


김기강. K 대답했다.

- 그룹 회장님이 저희 전당포와 한 약속. 그 계약금을 회수하는 데 있어 적합한 사람이 누구인지 고민한 결과라고 보시면 됩니다.


- 건방지군. 리버스엔지니어링 같은 대기업이 구멍가게랑 계약을 했다? 하하.

남자는 건조한 웃음을 지은 뒤 질문을 이었다.


- 뭐. 회장님이 했다고 치더라도 그 계약내용이 사실인지 닌지 어떻게 믿지?

- 믿는 건 제가 할 일이 아니다.

K는 특유의 무표정으로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남자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얇은 봉투 하나를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 . 아. 성공하면 당신이 원하는 금액을 주지. 단 실패하면... 뒤를 봐줄 사람은 없다는 건 알고 겠지?


K의 반응을 살피려 했겠지만 K는 아무런 동요도 없었다.


- 나는 사실 도박을 싫어해. 예외케이스가 생기면 귀찮아서 말이야.


- 그럼도 저와의 만남을 응한 이유는 도박에 이길 확신이 있어서겠죠.

K는 봉투를 집어 들고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남자는 잔잔하게 미소 지었다.

- 니. 그 반대야. 너무 불확실해서야. 불확실하다는 건 곧 추적이 어렵다는 뜻이니까.


K는 그와의 짧은 대화 속에서 상대가 만만치 않은 야심가임을 느꼈다.

- 어떤 방식으로든 약속은 깨질 겁니다.

K는 무덤덤하게 얘기했다.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 whatever.


K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고 나갔다.

문이 닫히자 남자는 홀로 남은 자리에서 알듯 모를듯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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