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에 대한 생각
올여름, 정원에서 콩을 키우며 작은 발견을 하게 되었다. 콩이 얼마나 빨리 자라는지 보고 신기해하다가, 큰 콩깍지를 하나 따서 열어봤다. 그런데 그 깍지는 커도 그 안에 든 콩은 아직 작고 덜 자란 상태였다. 그때 문득 깨달았다. 겉모습이 크고 화려하다고 해서 속도 그만큼 충실한 건 아니라는 것. 우리 삶에서도 진정한 성장은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스쳤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눈에 보이는 성과에 집중하며 자라왔다. 더 좋은 직업을 갖거나, 학위나 자격증을 따고, 재정적으로 안정되는 것을 성장의 지표로 삼곤 한다. 마치 외적인 성공이 내 존재 가치를 결정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눈에 띄는 결과를 얻어야만 내가 제대로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성공의 증거라고 여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내면의 성장이 얼마나 중요한지 서서히 깨닫게 되었다. 콩깍지가 크다고 해서 그 안에 든 콩도 클 필요는 없는 것처럼, 내 삶의 겉모습만으로 내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판단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내적인 성장은 눈에 보이지 않을 수도 있고, 즉각적인 보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진정으로 변화하고 있는 증거일 때가 많다.
어떤 순간에는 외적으로 아무 변화가 없어 보일 때가 있다. 마치 콩이 아직 자라지 않은 것처럼. 그러나 그 속에서는 내가 몰랐던 성장들이 이루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감정적으로 더 성숙해지고, 더 나은 결정을 내리고, 새로운 관점을 배우는 그런 과정들이 말이다.
물론 외적인 성취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내가 내적으로 얼마나 자라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귀를 기울이고 그 과정을 존중하려고 한다. 그동안 나 자신을 너무 재촉했던 것 같다. 이제는 스스로에게 조금 더 친절해지고 내면의 감정을 인정하며, 내 삶의 목적을 찾아가면서 인내하며 기다리는 법을 배우려고 한다. 내 안의 콩들이 잘 자라날 때까지, 서두르지 않고 그 과정을 즐기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