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없이, "바로지금"
한참 전에 친구가 물었다.
“생각해보면 언제가 가장 행복한것 같애?”
그래서 내가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바로 지금?”
그 질문을 받았을 때, 우리는 공원을 같이 걷고 있었다. 여름이 막 시작되기 전, 나무에 잎과 꽃이 하나둘 피어나고, 공기에는 초여름의 기운이 부드럽게 스며드는 시간이었다. 햇살은 따뜻했고, 바람은 산뜻했다. 그 순간, 마음속에는 이유 없이 편안함이 가득 차올랐다.
그리고 그 말을 무슨 명언처럼 한동안 저장해서 핸드폰 화면에 띄여놓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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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가장행복해"
라는 물음에,
주저없이,
"바로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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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이 문장이 생각났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행복은 특별한 날에만 느껴지는 것이 아니다. 마음이 편안할 때, 뒤에서 무언가 쫓아오는 느낌 없이 지금을 느긋하게 보낼 때 느껴진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 있을 때, 말이 없어도 서로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시간 속에도 있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읽고 싶던 책을 주문하고 기다림 끝에 상자를 열어보는 순간에도 행복은 스며 있다. 이렇게 하나하나 떠올려보면, 내 주변에는 행복할 것들이 참 많다. 거창하지 않아도, 매일 스쳐 지나가는 평범한 순간들 속에 행복은 조용히 고개를 내민다.
행복은 과거의 기억에 남는 큰 추억거리가 있을때만이 아니라, 또는 미래의 내가 정한 어느 날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충분히 피어나고 있다. 그걸 알아차리는 마음만 있다면 말이다.
그리고 어제 밴쿠버에서 했던 이문세 콘서트를 갔다 와서 이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행복함이 깊게 퍼져있다. 그래서 혹시 지금 누가 나에게 같은 질문을 물어보면 바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지금이 가장 행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