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를 쌓다 보면 항상 좋은 일만 생기는 것은 아니다. 여러 가지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는데, 그중 하나는 내가 예상하지 못한, 그리고 나의 컨트롤 밖의 상황들과 마주하는 것이다. 그 상황을 맞닥뜨리고 극복해 나가는 과정은 직장을 구하는 과정에 이력서를 제출하고, 인터뷰에서 선택받거나 그렇지 못하는 과정만큼이나 쉽지 않은 어려움이다.
커리어에서 내가 원하지 않는 변화는 반갑지 않은 손님일 때가 많다. 그것은 바로 정리해고(Layoff), 해고(Being Fired), 그리고 재배치(Redeployment) 같은 일들이다.
아래 그래프는 사람들이 변화에 직면했을 때 겪는 감정의 변화를 보여준다. 정리해고라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우리는 대개 부정(Denial)의 감정으로 반응한다. 변화의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며,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행동하거나 과거로 돌아가기를 바랄 때가 많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현실을 인식하게 되면서 좌절(Frustration)로 이어진다. 이 시기에는 일자리를 잃은 상실감,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짜증과 분노가 복합적으로 나타나며 감정적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이어서 찾아오는 우울(Depression) 단계에서는 삶의 목적과 자존감이 흔들리며 무력감을 느낄 수 있다. 이 기간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예측할 수 없지만, 가능한 한 길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다음 단계는 점차 나아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실험(Experiment) 단계에서는 변화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려는 의지가 조금씩 싹트기 시작한다. 결국, 변화된 현실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결정(Decision)과 통합(Integration)의 시기가 찾아온다.
나에게도 2024년은 이런 감정의 변화를 겪은 한 해였다. 올해 4월, 신랑과 딸과 함께 휴가로 한국을 방문했다. 8년 만의 방문이라 설렘 가득한 마음으로 방문 일정을 준비했고,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출발 전날까지도 2년 동안 함께 일한 회사 동료들, 인사 담당자로부터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받았고, 나 또한 혹시 회사에 무슨 일이 생기면 연락을 달라며 동료들에게 인사를 남겼다. 그렇게 목요일에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그리고 그다음 주 월요일, 내가 속한 부서의 모든 직원이 나를 제외하고 정리해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며칠 후 이메일로 통보받았다. 그 이메일을 읽으며 서울에서 부산으로 내려가는 KTX 안에서, 회사에서 10년을 일했던 직속 상사, 22년을 일한 또 다른 상사와 통화하며 엉엉 울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번 주는 바로 이런 주제를 얘기하려고 한다. 회사가 정리해고, 해고, 또는 재배치를 결정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몇 가지 공통적인 이유들이 존재한다.
정리해고(Layoff)
정리해고는 직원 개인의 능력과는 무관하게 회사의 내부 이유로 이루어진다. 정리해고를 받는 사람이 힘든 이유는 대개 사전 경고나 뚜렷한 신호 없이 통보된다는 것이다.
정리해고의 주요 원인은
1. 재정적 위기: 경제 침체, 수익 감소 등으로 인해 비용 절감이 불가피한 경우.
2. 구조조정: 효율성을 높이거나 새로운 경영 방식을 도입하기 위해 부서를 축소하거나 통합하는 경우.
3. 기술 발전: 자동화나 디지털화로 인해 특정 역할이 불필요해지는 경우.
4. 합병 및 인수: 중복된 업무를 정리하면서 인력을 줄이는 경우.
이러한 경험은 개인에게 깊은 충격을 준다. 물론 그동안 일한 퇴직금과 정부의 실업급여를 신청해서 받을 수 있지만,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직업을 잃게 되는 것은 개인의 자존감과 안정감에 큰 타격을 준다.
해고 (Being Fired)
해고는 정리해고와 달리 직원 개인의 업무 수행이나 행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는 성과 부족, 회사 정책 위반, 혹은 조직 문화와의 불일치 같은 이유로 이루어지며, 정리해고와는 달리 개인과 회사 간의 관계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암시한다. 성과 부족으로 해고되는 경우는 특히 자신에 대한 회의감과 상실감을 증폭시킨다. 더불어 조직 문화와 맞지 않는 이유로 해고되는 경우, 회사와 개인 간의 가치를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해고는 대부분 직장에서의 마지막 수단으로 사용되지만, 그 과정은 당사자뿐 아니라 남아 있는 동료들에게도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다.
재배치 (Redeployment)
이 또한 나의 선택이 아닌 회사가 새로운 전략을 채택하거나,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인력을 다른 부서나 지역으로 재배치하는 과정에서 회사 내 직원들을 다른 부서나 직책으로 이동하는 상황을 말한다. 예를 들어, 회사가 한 지역의 사무실을 폐쇄하고 다른 지역으로 이전할 때, 직원들은 그곳으로 이동하거나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새로운 기회를 열어줄 수도 있지만, 본인이 원치 않는 역할 변화나 위치 이동은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변화를 받아들이고 다시 도전을 하게 되기까지는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 특히,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오는 변화는 우리의 일상을 흔들고, 자신감마저 약화시킬 수 있다. 계획했던 미래가 단번에 무너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래서 우리는 해고를 '당했다'라고 표현한다. 내가 당한 이 일을 받아들이고 다시 나아가기까지는 사람에 따라 긴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시련이 단순히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열어주는 계기였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그 경험을 통해 더 강해졌고, 스스로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우리의 커리어에서 정리해고, 해고, 재배치와 같은 변화는 단순히 실패의 순간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멈춰서 자신을 돌아보고, 새로운 길을 모색할 기회를 준다. 변화는 고통스럽지만, 그 속에 숨어 있는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면, 우리는 한층 더 단단하고 유연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삶에서 불가피하게 마주하는 변화 앞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이다. 우리는 변화를 통해 우리가 더 강인하고, 더 지혜로운 존재로 거듭날 수 있다고 믿는다. 때로는 변화가 우리를 무너뜨리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새롭게 빚어지며, 이전보다 더 나은 자신을 만들어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