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일기 2 21화

아무 말

250906

by 쓸쓸

책 읽기, 글 쓰기, 인디자인 편집하기 등등. 여러 사람이 나눠해야 할 일을 나 혼자 하는데 골고루 잘하기가 어렵다. 내 몸은 하나고, 집중력은 좋지 않다. 착착착 하나씩 끝내고 싶지만 불쑥 올라오는 감정 때문에, 여러 일들 때문에 쉽지는 않다. 좀 더 독해지고 싶다.


한강 작가의 책, 문학과지성사에서 나온『여수의 사랑』 속 단편 「여수의 사랑」을 읽었다. 왼손으로는 펼친 책을 잡고, 샤프를 든 오른손으로 문장 하나하나를 확인하고 메모까지 하면서 읽으니 시간이 오래 걸린다. 책을 읽지 않아도 글쓰기 모임에 참여할 수는 있지만 읽어 보지 않은 책이니 한번 제대로 읽고 싶었다. 완독 후 나름 분석을 하고 정리를 했다. 손에 펜을 들고 읽었음에도 술술 읽혔다. 나도 모르게 필기 한 번 없이 페이지를 넘기고 정신 차린 다음 다시 앞장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왜 재미있는 책은 책장이 쉬이 넘어가는지 알 듯했다. 조만간 써 볼 소설에 이런 흐름을 적용하고 싶다.


짝꿍이 나에게 매일같이 드라마나 애니를 같이 보자고 한다. 읽을 책이 산더미라고 내가 말해도, 내 책상 위에 갈수록 쌓여가는 책탑을 짝꿍은 보고도 계속해서 주장한다. 어쩔 수 없이 <미스터 썬책 읽기, 글 쓰기, 인디자인 편집하기 등등. 여러 사람이 나눠해야 할 일을 나 혼자 하는데 골고루 잘하기가 어렵다. 내 몸은 하나고, 집중력은 좋지 않다. 착착착 하나씩 끝내고 싶지만 불쑥 올라오는 감정 때문에, 여러 일들 때문에 쉽지는 않다. 좀 더 독해지고 싶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마치 내가 짝꿍에게 양보만 하는 사람처럼 보일지 모르나 절대 그렇지 않다. 내가 가고 싶은 곳을 짝꿍에게 말하면 그는 아무리 피곤해도 나와 같이 가준다. 요리 중에 재료가 떨어졌다고 말하면 양파나 우유 같은 것들을 사다 줄 때도 있다. 갑자기 뭔가 먹고 싶다고 하면 간식도 사주고, 매일 저녁 산책도 같이 나간다. 귀찮다고 하면서도 다 해준다.


그냥 아무 말이나 쓰고 싶었다. 정말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지만. 이야기를 쏟아내면 눈물도 같이 나올까 두려워 여기서 멈춘다.


keyword
이전 20화내가 좀 더 글을 잘 썼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