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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둔 글이 있었지만

by 쓸쓸

새로 쓴다. 이전 글에 사생활을 너무 많이 담은 것 같아서다. 공백을 제외하고 1,842자를 썼지만 발행하지 않기로 했다. 이 결정이 맞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어떻게든 다시 꺼내 쓸 일이 있겠지.


그럼 어떤 이야기를 새로 써야 할까. 고민이다. 매일 쓰기보다 일주일에 한 번 올리는 게 훨씬 어렵다. 하루 한 번이면 그날 있었던 일을 어느 정도는 '대충' 써도 될 것 같은데, 7일 중 하루 업로드하는 글은 모든 면에서 조금이라도 더 신경 써야 하는 게 마땅할 듯하기 때문이다.

사실 매일매일 조금씩 쓰고는 있다. 집에 있을 때는 갱지를 여러 장 모아놓은 부피가 큰 스프링 노트를 사용하는데, 머리맡에 두고 생각날 때마다 좋아하는 볼펜으로 틈틈이 기록한다. 이걸 언제 다 PC로 옮길까 싶지만, 요즘엔 쌍엄지로 터치하는 것보다 펜을 쥐는 게 좋다. 부드럽게 잘 써지는 느낌이 정말 좋다.


날이 점점 추워지고 있지만 나름 잘 적응하고 있다. 강아지에게는 전기방석을 틀어주고, 차에 타면 엉뜨를 켜고, 서랍 가득 핫팩도 채워두었다. 든든하다. 밥도 잘해 먹고 있다. 내가 해준 음식을 짝꿍이 맛있게 먹어주면 너무 뿌듯하다. 유튜브 쇼츠로 레시피를 찾아 실제로 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얘기는 전에 썼던가. 헷갈린다. 깊은 이야기를 쓰지 않으려 하니 당연히 가벼운 이야기만 하게 되고, 기억력이 나빠서 이렇게 헷갈리는 지경이 왔다. 역시 책 이야기가 제일 만만하려나.


고민하다 또 고민하다 이언 매큐언의 『레슨』을 샀다. 읽을 책이야 항상 넘쳐나니까, 당장 읽지는 못 할 것 같아 굳이 미리 사두지 말자 했지만. 결국 샀다. “성장과 나이 듦, 소설 쓰기의 본질을 동시에 다룬 걸작”이라는 극찬을 받았다기에, 구매하기를 참지 못했다. 무작정 페이지를 넘기지 않고 나름 꼼꼼히 볼 예정이다. 이영도의 『어스탐 경의 임사전언』도 샀다. 이건 선물용. 제목이 어려워 잘 외워지지 않는다. 판타지는 내 취향이 아니지만, 글맛이 있다고 하니 슬쩍 펼쳐나 볼까.


영화나 드라마에도 관심이 생겼다. 나도 모르게 몰입하게 되는 재미를 느끼는 영상을 보며 연출력에 감탄할 때가 많다. 저런 건 글로는 절대 표현할 수 없지,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장면을 보며 영상만이 나타낼 수 있는 특수성을 느낄 때 묘하게 기분이 좋다. 그래도 영화관은 싫다. 좋아하는 감독이 만든 영화라도,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는 영화가 개봉해도 웬만하면 극장에 잘 가지 않는다. 다수의 사람이 모인 장소에서 들리는 팝콘 먹는 소리, 말소리, 휴대폰 불빛, 뒷좌석에서 하는 발차기로 인해 영화에 집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이 많을 수록 행동을 통제하기 어렵다. 그래서 사람 많은 곳은 싫다. 정말 싫다. 보고싶은 영화가 개봉해도 집에서 볼 수 있을 때까지 '존버'를 해야 한다.


휴. 이번주도 브런치북 무사히 업로드 완료.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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