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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 잘해야지

by 쓸쓸

김애란 소설집『안녕이라 그랬어』 중 「좋은 이웃」을 읽었다. 아주 힘들게, 겨우 읽어냈다. 책에는 액수, 집값, 미니멀리스트, 한푼, 매입, 전세, 전세금, 계약, 집주인, 구매, 아파트, 시급, 부자, 대출, 수업료, 새집 마련, 오만 원 같은 단어들이 나오고, 내 착오로 못 본 건지 모르겠지만 직접적으로 '돈'이라고 언급한 건 보이지 않았는데, 자꾸 '돈돈 거린다'는 생각이 들어 피곤했다.


어쩄든, 단편 제목은 좋은 이웃인데, 좋은 이웃은 모르겠고, 좋은 딸, 좋은 짝꿍, 강아지에게 있어 내가 좋은 반려인이라고 자신있는 주장은 못하겠다. 다만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할 뿐. 그러니 좋은 이웃이 되겠다는 거짓말을 할 수 없다. 좁게 쳐진 울타리가 이렇게 점점 강해지는 건가 싶다가, 나와 가까운 존재들에게 좋은 역할을 하기 이전에 좋은 인간인가, 사람은 되긴 한 건가, 하는 자조를 하다가, 이게 도대체 뭔 생각이지, 하다가 잠들기도 했다.


나를 둘러싼 환경에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나는 관망하는 사람인가 뛰어드는 사람인가.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나와 많이 다르다. 이전의 나는 꽤 무모했고 겁도 없던 것 같다. 쉽게 사람을 믿고 쉽게 행동했었다.


여러 일을 겪어오며 믿음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내가 위험에 처했을 때 낯선 이들은 나를 도와줄까. 확신할 수 없다. 해치지만 않으면 감사하다. 이젠 주위에 잘하려 하기 보다 나에게 소중한 존재들에게나 잘하자, 더 좁게는 나에게 잘하자, 이런 생각만 든다. 그리고 이게 틀린 결심 같지 않다. 오히려 그동안 내가 바보였다는 생각이 든다.


집안일이나 해야겠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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