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시로 가는 길: 연주, 지수, 태수의 짧은 이야기

본편 44화~46화 비하인드

by 지구인





연주는 현장을 잡아 요한을 협박하려고 시은에게도 미행을 붙인다. 연주의 경호원이자 친척언니인 지수는 (35화 거짓말의 사건 때문에라도) 이젠 제발 좀 포기하라고 더욱 적극적으로 말린다. 그러나 연주는 이제 마지막이라고 한 번만 더 도와달라고 울며 부탁하고, 연주를 친동생처럼 아끼는 지수는 더는 말리지 못한다. 대신에 연주는 요한네 사장 태수에게 몰래 운을 띄우고 도움을 요청한다(태수와 지수는 이미 연락처 교환했고 연주도 바에서 몇 번 만났을 때 진원의 명함을 받아놓음).


태수로부터 요한이 화실의 강사들과 교외로 놀러 간다는 이야기를 전달받은 지수는 그를 조심스레 연주에게 전달하며 이제 요한이 시은을 포기하고 결혼상대를 진지하게 찾으려나 보다, 짐짓 말해보았으나 연주는 펄쩍 뛴다.


연주: 그새 또 여자가 생겼다고?


지수: 아니 화실 강사라잖아… 그동안 지내온 시간이 있으니 금방 발전했겠지.


연주: 아니아니, 이상해. 내가 알기론 그런 사이는 없었어. 그게 언제라고? …분명 그 언니 때문일 거야.


연주가 요한에게 미행을 붙여두어 그가 D시로 갔음을 알게 되자 쫓아가려는데 지수가 말린다. 사장님한테 다시 확인해보자. 태수와 통화하는 지수. 그곳이 요한의 고향이고, 시은이 진원의 모친을 만나러 간다는 것을 기억해낸 태수. 태수의 얼굴은 흙빛이 된다.


지수: 사장님, 도와주세요. 전 연주 말려야 하고, 사장님은 요한 씨 말려야 하잖아요. 같이 가주세요.


연주: 언니, 무슨 짓이야?


지수: 내가 지금껏 최대한 너한테 맞춰준 거 알지. 친동생처럼 생각하는 거 알지. 너 꼭 내려가야 한다면 내 말대로 해. 그냥은 못 가. 요한 씨 끌고와야 할 거 아니야. 우리 둘로 그게 되겠어?


연주: …사람 붙였잖아.


지수: 그 사람들은 몰래 뒤만 캐는 거지 개입 안 해.


연주: 돈이면 안되는 게 어딨어.


지수: 내가 맘이 안 놓여. 아니면 회장님께 다 말씀드린다. 아시면 요한 씨 가만 안 두실 거 알잖아. 그러기 바래? 그게 네가 원하는 거야?


연주: …그건 안돼. 오빠 죽여버릴지도 몰라.


지수: 그러니까.


연주: (볼멘소리로) 알았어.


때마침 시은도 열차를 탔음을 전달받은 연주. 자신의 추리에 확신을 갖는다. 지수는 태수를 태워 셋이 함께 D시로 내려간다. 그 차 안에서


태수: (조수석에 앉았다, 백미러로 뒷좌석의 연주를 보며) 연주 너도 참 대단하다. 어린애가 아무리 돈이 많아도 그렇지 사람을 붙여? 그것도 시은 씨한테까지? 그런다고 요한이가 마음 돌릴 것 같아? 아무리 철이 없어도 사람 맘을, 남자 맘을 그렇게도 모르냐. 일단 놈을 시은 씨한테서는 떼어놔야겠어서 오긴 했다만 그 이상은 나도 못 도와줘.


연주: (손거울로 화장을 확인하며) 사장님한테 도와달라고 안 해요. 내가 알아서 할 거예요. 어쨌든 오빠 미친 짓하는 건 맞잖아요?


태수: 그야 그렇지. 너도 제정신은 아니고.


연주: 오빠보다는 제정신이죠. 여튼, 이왕 이렇게 된 거 사장님은 오빠나 확실히 막아줘요. 끌고 가야 할 수도 있으니까.


태수: …알았다. 어쩌다가 일이 이렇게 된 건지… 진원이 얼굴을 어떻게 보나.


연주: 그 오빤 아무것도 모르는 거죠? 확 내가 말해버릴라다 참았다구요.


태수: 말해도 내가 말할 테니 연주는 가만있어. 일 더 키울까 봐 무서워. 지금도 머리가 터질라 해.


연주: (키득거리며) 사장님 그 큰 머리 터지면 볼만하겠네.


지수: (엄하게) 서연주. 또 버릇없이.


연주: …죄송해요.


태수: (한숨 쉬며) 차라리 진짜 머리 터지면 속이야 편하겠다. 아무것도 모를 테니. 아이고…



******



D시에서의 요한의 동향을 보고받은 연주가 기세등등하다.


연주: 이거 봐봐요! 오빠 그 언니 쫓아다니고 있잖아. 내 말이 맞다니까.


태수: (이마를 짚는다) 아이고…


지수: 너랑 요한 씨랑 다를 게 뭐야. 좋아한다고 몰래 뒤쫓아다니고. 그거 보고도 느끼는 게 없어?


연주: 언니는 또 잔소리.


지수: 여하튼 오늘이 마지막이야. 나 더는 너 커버 못 쳐줘. 사표낼 거야.


연주: (놀라서) 언니!


지수: 지금도 후회 중이야. 그날 그 일 겪고도 너 포기 안 하는 거 보고 바로 그만뒀어야 했는데. 후회막심이다. 이게 무슨 꼴이냐고.


연주: 언닌 진짜 사랑 못해봐서 그래. 사장님 봐봐. 아내분 돌아가셨다는데도 십 년 넘게 못 잊고 있잖아. 진짜 사랑은 저렇게 포기 못하는 거야.


태수: …난 너처럼 미저리는 아니었다. 엄연히 둘이 좋아한 거야. 엊다 갖다붙여.


연주: (샐쭉해서) 기분 나쁘세요?


태수: (화를 참으며) 그럼, 나쁘지. 남의 말 그렇게 함부로 하는 거 아니다. 더구나 고인을 두고.


연주: …고인?


지수: 돌아가신 분, 아내분 말이야.


연주: 아… 내가 잘못했네. 죄송해요, 사장님.


태수: (무시하고 지수에게) 제가 운전대 놓은 지가 너무 오래돼서… 더구나 이런 비싼 차는. 함부로 내가 운전하겠다고 못하겠네요. 미안해요.


지수: 아닙니다. 제가 할 일인데요.


태수: 지수 씨가 고생이 많네요. 여러모로.


지수: 사장님도 그러시죠. 요한 씨 때문에.


태수: 나야 뭐… 녀석 덕을 본 것도 많으니까 이 정도야. 세상에 공짜가 어딨어요. 그렇죠? 지수 씨야말로 월급 많이 받아야겠어요.


지수: (웃으며) 네, 그래서 시작하긴 했죠.


연주: 우리 엄마아빠는 직원들한테도 돈은 확실히 챙겨줘요. 많이 주고요. 사람 쓸 때는 확실하게 해야 뒤탈이 없다고…


태수: 어른들 말하는 데 끼어드는 거 아니다. 돈은 많은지 몰라도 교양은 정말 없는 집이구나. 이건 뭐 고아들보다도 못하네.


연주: (태수의 말에 놀라고 부끄럽기도 해서 입술을 꽉 깨문다)


태수: 귀한 자식일수록 엄하게 키워야 한다던데 말이야. 이젠 너도 더는 아프지 않는 거잖아. 눈치도 키우고 배려심도 가지고 그래야 친구도 생기지. 언제까지 어린애처럼 굴 거냐. 네가 그럴수록 요한이는 더 동생으로밖에 안 본다는 거 이해가 안되냐. 분명 녀석도 너한테 비슷한 말 했을 거 같은데. 아니냐?


연주: …잘 아시네요. 하지만 포기 못하겠는 걸 어떡해요?


태수: 그래… 뭐 아직 한참 어리니 무리도 아니지. 하긴, 나도 네 나이 땐 그렇게 눈에 뵈는 거 없었던 거 같다. 이젠 오십 바라보는데도 아직도 내 마음 맘대로 안되는 거 같은데. (작은 한숨) 그만두자. 녀석이나 막자. 그게 우리 할 일이니까.


그렇게 셋은 요한과 시은을 만나러 가게 되는데…




p.s. 지수의 이름은 미정이었다가 태수와 맺어지기로 정하고 나서 같은 글자가 들어가는 이름으로 즉흥적으로 정함 ㅎㅎ 이들 수수커플?은 자연임신으로 아주 건강한 쌍둥이 남매를 낳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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