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하고 소소한 뒷얘기들

<부등변삼각형> 20화, 30화~31화 비하인드

by 지구인




1. 이상과 현실


시은의 두 남자 - 진원은 정신적 안정감, 편안함, 나아가 그의 직업과 재산 등의 (결혼시장) 조건에서 비롯한 사회적/세속적 성공을, 요한은 육체적 이끌림, 불안함, 그로 인한 파멸 등을 의미한다. 시은은 육체적으로 시작해 나중에는 정신적으로도 요한에게 끌리지만, 진원과 그가 제공하는 안정감을 포기하기 어렵다. 포기할 수가 없다. 진원은 그야말로 로또 같은 남자인데, 그와 요한은 분리되기 어려운 사이여서 진원을 택해도 요한은 마치 내기 싫은 세금처럼 딸려온다. 그저 꼴 보기 싫기만 해도 골치가 아플 텐데 요한은 치명적으로 매력적이기까지 하다. 게다가 자신을 유혹?하기까지 한다. 결핍과 불안감은 시은도 어느 정도 갖고 있는 것이라 그에게 동질감도 느낀다. 이래저래 흔들리지 않을 수가 없다!


1부를 지나 2부를 쓸 때 문득 써본 개요?였는데, 나아가 현실 속 많은 커플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우리들 대개는 진원처럼 ‘엄친아’도 못되고 요한처럼 (천상계의 외모를 빼면) ‘저주받은’ 대상도 아니며 시은처럼 무난하고 괜찮은 보통(‘평균의 함정’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거나 작중설정 상으로는)의 삶일 테니까.


그리하여 많은 커플들은 진원이 아니라 대개 시은스럽고 부분적으로는 요한과 같아서, 영 단단하지 못하고 흔들리므로, 어쩌면 둘 다 각자 진원 같은 사람을 만나야 할지 모른다. 아마도 둘 다 상대방이 진원이기를, 아니면 함께 함으로써 둘 다 시은에서 진원과 같은 사람이 될 수 있기를 꿈꿀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둘 다 시은 수준도 되지 못하고 요한처럼 불안해져가기만 하여 결국에는 요한만 둘이 남게 된 형국이 되어 깨지고 마는 것이다. 부서지는 것이다. 아마도 그렇게 헤어져 떨어지게 되면, 각자 서서히 요한에서 시은으로 회복?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리고 그 아픈 경험이 새로운 인연을 겁내게 만들겠지.


그렇다고 그들의 사랑을 부정할 수는 없다. 아마도 한때는 서로 외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고 군중 속에서도 상대의 모습을 놓치지 않으며 행복감에 취했으리라. 그러나 상대방을 아무리 사랑해도 자기 자신보다는 더 사랑하기 힘들고, 경제적 문제를 비롯한 현실적 문제 등이 커지고 ‘사랑의 유효기간’이 지나면, 굳이 제삼자가 생겨서가 아니더라도 끝이 오고 마는 것이다. 완결 아닌 그저 종결이, 격렬한 부정적 감정을 거쳐 마침내는 포기와 순응으로써.


헤어진 그들이 각자 단단해지면, 각자 능력자? 진원처럼 시은 같은 평범한 이를 품어줄 수도 있을 것이다. 나아가 요한 같은 이도 구원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되면 좋겠지. 그것이 더욱 좋겠지. 뿌듯하겠지. 결코 쉽지 않은 만큼 훌륭한 일일 것이다.




2. 코인노래방


지난 1일 - 2024년 7월 - 에 마침내 20화까지 초고를 완성하였다. 회당 5~6시간 정도 걸리는 것 같다. 클로바노트를 이용해서 쓸 계획이었지만 대화나 가능하지 전체 문장은 어색해서 못했다. 중간에 1화분 정도는 그래도 도움을 받았다. 대화체인 경우는 확실히 편리하다. 아무래도 말이 더 속도가 빠를 테니까.


그래, 그래도 여기까지 왔다. 20화까지 무려 10만 자 이상을 썼구나. 이렇게 하나의 이야기를 길게 써본 적은 없었다. 극본을 몇 편 써보았지만 많아봐야 70분짜리 4회분 정도였고, 사실 정확한 분량은 모르겠지만, 이렇게까지 쓰는 데 오래 걸리지 않은 기억으로 미루어 보면 이 정도까지는 분명 아닐 것이다.


20화를 마친 날, 혼자 자축? 삼아 더운 날씨여서 다소 고민하다가 결국 코인노래방에 갔는데 목상태가 꽤 좋아서 계속 불러젖히다 보니 세상에, 무려 22곡이나 불렀나 보다. 천 원짜리 일곱 장을 썼고 오백 원짜리도 여섯 개를 가져간 것 같은데 다 썼다. 중간에 돈을 체크하지 못할 정도로 달렸다.


집에서 나간 것이 7시 정도였는데 노래방을 나올 때는 9시 40분이었다. 걷는 시간 빼고도 1시간 30분~2시간 정도를 불렀나 보다. 중간에 물도 안 마시고 거의 쉼 없이 불렀었다. 막판 3곡 정도 남겨놓고는 마침내 목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그러고도 집에 돌아오는 길에도 흥얼거리면서도 왔다. 노래 부르기를 정말 좋아하긴 좋아하나 보다. 하기야 요새 같은 삶에서 노래방 외에 내가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대상은 없다. 현재의 내 삶이란, 지독한 고립과 수렴일 뿐이므로. 아, 지금 쓰는 이야기 빼고. 그런데 그것은 또 순간의 발산만은 아니어서…



3. 엄마


마지막으로 소소한 에피소드 하나.


한글날 당일에 태극기를 걸어놓고 약간 늦은 정오 무렵부터 글을 쓴다고 앉았는데 제대로 되지 않았다. 30화를 완성하고 소제목을 ‘엄마’로 정해놓고 퇴고하는 중에 내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우리는 안부전화를 나누는 살가운 사이가 못된다: 80% 이상은 내 탓이지만). (동생네 부부가 해달라 요청했고 나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강된장에 호박쌈을 먹으러 오라는 내용의.


어찌 가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엄마의 밥도 그리웠지만 시은이 엄마 때문에라도 결혼을 지키려는 내용의 이야기를 쓰던 중에 내 전화기에 뜬 엄마라는 이름을, 어찌 거절할 수 있으랴. 그러나 역시 함께 살기는… 물론 잔소리를 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아빠지만 엄마의 잔소리와, 그녀의 보수적인 사고, 형용사와 부사의 꾸밈이 거의 없이 결론만 전달하여 상대방의 오해를 사는 말주변을 생각할 때 함께 사는 것은 역시 안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나 혼자만의 시공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유형의 사람임을 또다시 알았다.


그나마 아버지보다는 엄마가 영성상?으로는 통하는 게 있지만. <신과 나눈 이야기>를 읽고 나니 엄마가 말했던 것들이, 그녀의 말주변 때문에 자세한 근거와 논거가 생략된 채 결론만을 당위적으로 말했던 것들이었음을, 그래서 상대방에게는 강요로만 느껴졌음을 알겠더라. 이 또한 기쁜 일이다. 나의 모태를 품었었고 나를 키워준 여성과 공유할 것이 생겼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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