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행
까먹고 커튼 치는 일을 잊어버려서
오늘도 내 방에 햇빛이 든다
곰팡이 핀 하루가 다시 선명해지면
나의 눈 먼 하루가 시작된다.
낡은 카세트 테이프, 파랑 소쿠리
눈은 질끔, 보다 조금 실눈을 뜨고
인생보다 덜 슬픈 음악이 흐르고
알루미늄 지팡이만 툭툭 거린다
종점까지 살아서 보자고 동료들
제복 입은 게슈타포들을 조심해
아둔하게 눈 뜬 장님들 사이사이로
터벅터벅 걸어가는 눈 먼 거지들
이곳은 터널이라 어두운 거야
내일 아침이 오면 눈을 뜰꺼야
타는 듯한 갈증에 목이 메어도
술 한잔에 목을 메는 자는 아니니
1-1부터 8-4까지 암흑여행
100원짜리 동전만 쌓이고
배고픈 동정만이 쏠리는
처량한 거짓말쟁이의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