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테이크어웨이는 눈 깜짝할 새
새 중, 가장 빠른 새는 눈 깜짝할 새입니다.
테이크어웨이가 이 새와 다르지 않습니다.
너무 순식간이라 보이지 않는지,
보지 않아서 보이지 않는지 구분이 안 돼요.
이 동작을 30cm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30'이라는 숫자가 괜히 신경이 쓰입니다.
백스윙이 시작되기 전 아주 잠깐입니다.
어드레스 이후 클럽을 곧장 들게 되면
아주 잠깐인 테이크어웨이는 없습니다.
이름이 없어도 되는 부분에 굳이 이름을 붙여
신중해집니다. 신중해지면 긴장이 됩니다.
이쯤이면 30cm 정도 되려나 생각합니다.
‘더’와 ‘덜’의 주문이 쇄도합니다.
테이크어웨이가 step by step이 되고 말죠.
절도 있는 제식 훈련이 시작되고 맙니다.
스윙이 시작부터 딱딱하게 되고 맙니다.
“이쪽으로 이만큼 보내세요”라는 말이
긴장의 시발점입니다. 욕을 부르는 구간이죠.
그쪽으로 그만큼 보내려고 손이, 손목이,
팔이 순서대로 긴장합니다.
스윙의 시작이 딱딱해져 버립니다.
“편안히 주~욱 가세요”해야 합니다.
주~욱 가봐야 어디까지 가겠어요?
기껏 가봐야 백스윙 탑이에요.
‘30cm’ 안 돼요. ‘제식훈련’ 안 돼요.
‘step by step’ 안 돼요. ‘이만큼’ 안 돼요.
‘그냥’ 돼요. ‘그저’ 돼요. ‘주~욱’ 돼요.
테이크어웨이는 생각보다 짧은 길이죠.
어드레스 이후 백스윙 전까지의 진행이죠.
이 짧디 짧은 구간이 스윙의 첫 단추입니다.
‘첫 단추가 잘 못 꿰어지면’이라는 말, 더는
말하지 않아도 아시죠? 중요하다는 첫 단추.
'종로로 갈까요, 영등포로 갈까요. 차라리~'
백스윙이 들어설 길을 결정하는 구간입니다.
잘 못 들어서면 잘 못 나와요.
또한, 테이크어웨이는 스윙의 리듬과 균형을
결정짓는 예민한 순간입니다.
리듬, 균형, 여유가 같이 하는 구간입니다.
시작이 부드러워야 뒤도 부드러워지거든요.
그래서 이 구간은 중력에 맡기듯이 하면서
슬며시 밀어내요. 물론 바른길로 말이죠.
테이크어웨이는 단순히 백스윙으로 가기
위한 짧은 발걸음이 아닙니다.
그것은 스윙의 서막을 여는 고요한 선율이며,
강력한 이야기를 시작하는 첫 문장과 같아요.
그렇다고 테이크어웨이를 과하게 신성시해
독립된 장으로 분리하려 들어서도 안 돼요.
그것은 스윙 전체의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첫 물결이어야 합니다.
백스윙의 품에 안겨 하나의 동작으로 묶어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눈여겨보면 됩니다.
매끄러운 연결을 위함이죠.
여기를 너무 강조한 나머지 테이크어웨이를
무사히 마치고, 멈추는 일이 종종 있어요.
무사히 마친 것을 자축이라도 하려는 듯
확인을 위해 잠시 멈추죠.
그리고는 백스윙한다고 팔을 들어 올리죠.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멈추었다가 들어 올리려는 이 순간,
자신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 버리죠.
부드러운 시작을 단단하게 만들어 버린 거죠.
때론 모른 척해도 되는 동작이 있습니다.
그래도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