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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부파파 Nov 28. 2024

첫눈

단풍의 마음

어제 구미에 첫눈이 내렸다. 산을 좋아하는 나에겐 눈이 내리는 겨울은 등산 성수기다.

오늘 아침 아이들 등원을 서두르고 금오산으로 향했다.

신호대기 중 금오산의 모습을 보니 벌써부터 설레다.

금오산 제1주차장은 설경을 보고 싶어서 인지 등산객이 많아 대기를 좀 했다.

금오산 초입은 아직 가을이다. 단풍이 예쁘게 물들었다.

점점 폭포쯤에 다다르니 단풍의 풍경과 설원이 한데 겹쳐지는 모습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가는 길을 멈추고 사진을 찍기 바쁘다. 나도 오랜만에 여유 있는 산행을 그리고 카메라로 풍경 담기에 열을 올렸다.

다혜폭포부터는 완연한 겨울이다. 등산로에도 눈이 제법 쌓여있다. 여기서부터 아이젠을 착용한다.

할딱고개 계단엔 습한 눈이 꾸덕꾸덕 쌓여있다. 날이 지나면 꽝꽝 얼게 뻔하다. 11월 이후 겨울 산행에는 화창한 날씨에도 꼭 아이젠을 챙겨야 한다.

할딱고개 전망대의 광경이다. 여기까지만 와도 눈구경을 실컷 할 수 있다. 실제로 금오산을 찾는 분들은 10명 중 8명 정도는 폭포나 할딱고개까지 오르시는 듯하다.

저 밑 구미 시내 쪽 작은 산들은 푸릇푸릇하다. 고작 몇 백 미터 올라왔을 뿐인데 영 다른 세상이다.

오형돌탑 갈림길이다. 할딱고개와 더불어 금오산 주등산로의 가장 가파른 구간이다. 특히 이 구간은 음지여서 겨울 내내 얼음이 있다. 오늘 산행 중 절반 정도가 아이젠 없이 산을 오르셨다. 내려갈 때 조심하면 된다지만 자칫 미끄러지만 큰 부상을 당할 수도 있다.

정상석 현월봉 글씨는 원래 검은색인데 눈이 들어가 있어 흰색으로 변해있다. 정상부엔 몸이 휘청거릴 정도로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방한대책을 과하게 하고 온 보람이 있다.

눈이 쌓인 바위에 둘러싸인 약사암이 멋들어진다.

반대편 도수령 쪽에서 오르는 능선 밑으로 눈이 많이 쌓여있다.

커피와 맥모닝으로 점심을 해결한다. 쌍거북 바위 등껍질은 하얗게 눈이 쌓여있다. 헬기장 문을 폐쇄하였다. 헬기장 펜스를 빙 둘러와야 한다.

하산길 폭포 밑은 알록달록 가을이다.


산을 오르는 길에 아주 인상적인 얘기를 들었다. 중년부부가 한창 산을 오르고 난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예쁜 단풍과 새하얀 눈을 한 장면에 담을 수 있어 포즈를 잡고 사진을 찍느라 바빴다. 중년의 부부도 눈과 단풍이 참 예쁘다는 얘기를 하며 올라가는데 남편 분의 이야기


"단풍은 얼마나 놀랐겠노."


그래 어느 단풍나무는 한창 가을이라 생각했는데 두터운 눈이 내려 얼마나 놀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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