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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ustavo kim 김성한 Oct 27. 2024

명문대의 꿈, 대학전공 세 번 바꾸기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나는 아버지와 약속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공부하는 것이다. 아버지는 나에게 가난을 물려주셨지만, 나는 꼭 박사가 되어 그 졸업장을 아버지 무덤에 가져다 드리기로 약속했다. 재산은 하루아침에 없어질 수도 있지만, 공부와 지식은 아무도 나에게서 빼앗아 갈 수가 없다는 교훈을 주셨기 때문이다. 만두를 팔면서도 창피하지 않았던 이유는 나는 공부를 했기에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어머니를 모시고 가정을 이끌어 나가고, 집세도 내야 하고 공부도 해야 하므로 나는 공부를 계속하여 시장바닥이 아닌 좀 더 나은 새로운 삶을 보고 싶었다.


브라질에서 이민생활은 처음에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언어에 대한 장벽이 생각보다 컸다.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민을 가서 영어도 아닌 처음 들어보는 포르투갈어를 배우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처음 6개월은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무작정 학교에 앉아만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자 조금씩 알아듣는 말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점차 알아듣는 말이 늘기는 했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았기에 처음 들어간 대학은 화떽끼(Fatec)라고 하는 주정부 대학의 엔지니어링 학과였다. 학비를 내지 않아서 부담이 없었다. 언어에 부족함이 많아서 숫자로 때울 수 있는 전공이 좋을 것 같아서 선택했다. 


그러나 계산학(Calculus) 등 이과 과목들은 그냥 노력하면 지나갈 수 있었으나 좀 더 세밀한 전공과목을 듣자니 어렵고 재미가 없었다. 전공보다 대학 농구부 선수 활동에 더욱더 관심이 많았다. 학과 공부 후에는 농구부에서 훈련했고 매년 열리는 전국 대학농구대회에도 대학대표로 참가했다. 관광버스를 대절하여 선수들이 버스 안에서 삼바도 부르고 춤도 추면서 시합을 다니는 것은 참 이색적이고 재미있었던 경험이다. 버스 안에서나 운동장에서나 ‘꽁’ 노래로 친구들을 매번 열광시켰고, 우리 학교 체육선수들의 노래로 대표될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학교생활이 1년이 지나자 더 이상 이대로 좋아하지도 않고 성적도 나오지 않는 전공을 계속한다는 것은 시간 낭비라 생각해서 그만두고 새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막상 무엇을 공부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라 입시학원에 들어가 점수도 올리고 방향을 다시 잡아보기로 했다. 어렸을 때부터 어학을 좋아했고 소질이 있어 영어와 포르투갈어를 전공해 볼 생각으로 UNIP라는 대학에 입학했다. 


나는 어려서부터 외국어에 관심이 많았다. 외국어 성적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색다른 나라의 문화와 언어를 알고 싶었고, 이색적인 나라를 여행하면서 좋은 경험을 쌓고 싶었다. 그러려면 그 나라의 언어를 아는 것이 기본이었고, 나와 다르게 생긴 외국인들과 다른 경험을 나누는 것이 참 좋았다. 그래서 동시통역이나 외교관 이란을 꿈을 가졌는지 모른다. 


대학전공에 관해 뚜렷한 생각이 없는 학생들에게 당시에는 틀린 생각이었지만 외국어와 경영학은 가장 보편적인 방향인 것 같았다. 외국어는 무슨 일을 하던지 기본으로 도움이 될 것이며 경영학은 엔지니어링, 법, 의과보다 좀 더 포괄적이고 다양하여서 꼭 정답이 없는 학문이며 우리 생활에 더 가깝기 때문에 유용하다고 생각했다. 후에 깨달은 생각이지만, 만약 지금 나에게 다시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음대를 갔었을 것이다. 나는 항상 피아노, 색소폰, 노래등 음악공부에 열중했고 음악에서 마음에 평화를 찾았기 때문이다. 주위의 친구들이 부모의 권유나 가정 형편상 원하지 않는 전공을 하면서 겪는 어려움을 많이 경험했다. 결국은 자기가 좋아하는 전공이 무엇이며 그 전공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언어학은 한 학기를 공부했는데, 포르투갈어 문법은 어렵기만 했다. 어학을 전공해서는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다시 입시학원에 들어가서 미래의 직업과 연관되는 공부를 해보자고 결심했다. 입시학원이라 수학, 화학, 지리, 영어 등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전반적인 과목들을 수강했는데, 나는 다른 나라의 문화나 언어를 좋아해서 주로 지리, 역사과목을 공부했다. 그중 지리 정치학이란 과목을 데메트리오(Demetrio) 선생님에게서 배웠는데, 그의 수업이 후에 내가 정치학을 전공하도록 영향을 주었다. 그 수업은 세계 여러 나라의 분쟁을 중심으로 각 나라들의 역사적 배경을 중심으로 현존하는 지리 정치학 역사적 이슈들을 매우 흥미롭게 이해하도록 해주었다. 가령 팔레스타인의 문제, 미국의 근대화와 세계에 미치는 영향 등 내가 전혀 관심이 없었던 분야를 좀 더 깊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나는 포르투갈어에 어려움이 많아 이과 분야의 숫자를 이용할 수 있는 과목들이 더 쉽다고 여겼으나 역사와 지정학을 공부하면서 새로운 분야에 눈을 뜨게 되었다. 특히 재수하는 것은 진로의 방향을 더 깊게 생각하게 해 주고 새로운 길을 열어 주는 좋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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