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 사람들은 나를 ‘역마살이 많이 꼈다, 호기심이 많다, 여행광이다, 자유로운 영혼이다’라고 표현한다. 내가 호기심이 많은 것은 사실인 것 같다. 항상 새롭고 신비한 일에 도전하는 일을 좋아한다. 세상 구경을 하는 것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나는 가장 행복한 일 중 하나다.
청바지 장사를 시작하고 청바지를 팔아서 번 돈을 가지고 우리는 천만 원짜리 계모임을 들기로 했다. 그래서 난생처음 천만 원이란 거액을 쥐어 보았다. 무일푼에서 천만 원이란 돈은 정말로 큰 액수다. 천만 원 중 600만 원은 차를 사고, 100만 원은 내가 좋아하는 카메라를 사고, 300만 원은 여행에 쓰기로 했다. 유럽에서 3개월간 배낭여행을 하고 아마존과 북동부 해안가 여행을 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내 나이는 스물한 살이었고 열다섯 살짜리 사촌동생과 같이 한 달간의 여행을 계획했다. 아마존을 가려면 마나우스라는 아마존 주의 도시에서 여행을 시작해야 한다. 마나우스에서 여행하는 이들은 여러 종류가 있다. 고급 호텔에서 자면서 하는 편안한 패키지여행부터 아마존 원주민과 생활하는 익스트림 여행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나는 편안한 여행보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익스트림 여행을 하기로 결심했다. 여러 사람들이 조를 이루어 투어를 시작하는데, 우리 조는 스웨덴에서 온 대학생 여자 둘, 영국에서 온 청년 둘 그리고 독일에서 온 나이 많은 의사아저씨 등으로 구성되었다.
그런데 이 의사 아저씨는 한 50세 정도 되어 보이는데 혼자 남미여행을 몇 달 동안 해왔다고 했다. 영어를 거의 못하는데 여행을 다니는 걸 보면 참 신기했다. 내가 왜 혼자 그렇게 여행을 다니며 아마존까지 왔냐고 물어보았다. 그는 평생 의사생활을 하며 고리타분한 생활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하고 대자연을 느끼고 싶다고 했다. 일상에서 탈출한 용감한 아저씨가 멋있어 보였다. 우리 일행은 트럭을 개조해 만든 차 짐칸에 타고 정글로 향했다. 몇 시간 차를 타고 덜컹거리는 비포장도로를 지나 조그마한 나루터에 도착하여 카누로 갈아탔다. 카누에서 보이는 아마존 정글의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나는 낚시를 좋아해서 조그마한 낚싯대로 강가에서 물고기들이 낚았는데 가장 잘 잡히는 게 피량냐였다. 이곳 낚시꾼들은 피라니아에 물려 손가락이 잘린 이들도 많다고 손을 물에 넣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다. 피량냐는 생긴 건 무섭게 생겼지만, 매운탕 튀김에는 아주 맛있는 고기다. 보뚜라는 민물고기는 고대의 고기처럼 생겨 앤틱하고 귀엽게 생겼다. 좁은 수로 같이 생긴 민물에 거대한 고래들이 다니는 것을 보니 참 신기했다. 아마존에는 악어 들도 많다. 여기저기서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악어다. 실제 악어가 사람을 공격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한다.
우리는 3-4시간 카누를 타고 원주민들이 사는 움막에 도착했다. 천장을 막아 놓고 그물침대를 매달아 놓은 것이 전부인 숙소에서 커다란 앵무새가 ‘웰컴’ 하며 우리를 반갑게 맞이했다. 식사를 마친 후 우리는 물가에 가서 수영을 했다. 원주민 가이드는 잠시 잠수를 하더니 악어새끼를 잡아가지고 와서 우리에게 보여 주었는데, 참 재미있고 신기했다. 유럽에서 온 두 여자아이들은 주위를 신경 쓰지 않고 반나체로 수영했다.
이곳에서는 백인 유럽남자가 흑인여자 또는 유럽여자가 원주민 남자와 연애하며 같이 다니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워낙 브라질은 인종차별이 없고 성이 개방적이라 여러 민족이 섞긴 혼혈아들이 많다. 두 백인이 애를 낳았는데, 흑인에 가까운 아이가 나오는 경우도 많았다. 조상 중 흑인의 피가 섞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마존에는 아시아 인과 인디언의 혼혈족들이 많이 살고 있었는데, 그들은 브라질 인종들 중 가장 아름다운 인종이라고 한다.
깜깜한 밤이 되자 원주민 아이들이 정글 투어를 가자고 했다. 렌턴 하나 들고 가이드 뒤를 따라다녔는데, 가이드는 혹시 플래시 불이 뱀의 눈에 비치지 않도록 주의하며 간혹 아나콘다라는 대형 뱀이 원주민들을 통째로 삼킬 때도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