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생계를 꾸려가기 위해 만두 판매에서 시작해 청바지 장사를 했고, 야간대학을 졸업한 뒤 새로운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주위에는 시장에서 옷 장사를 하여 돈을 많이 번 친구들도 있었고, 부모의 일을 물려받아 사업을 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전혀 부럽지 않았다. 좋은 차를 소유하고 좋은 집에 살고 있었지만, 오직 돈을 위해서 평생 사는 것 같아 보였다. 실제로 시장 바닥은 나의 삶의 터전이 되었던 고마운 곳이었지만, 나는 어떻게 하면 그곳에서 나갈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었다.
한 10년 동안 시장바닥에서 전전하다 보니 내 인생이 여기서 멈추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어떻게 다른 방법을 찾을 길이 없었다. 나에게는 가진 것도 없었고 시장을 벗어날 재능도 없었다. 그래서 공부를 더 열심히 했는지도 모르겠다. 공부하면 언젠가는 하얀색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매고 일할 수 있겠지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내가 다니던 야간대학은 무역학과로는 경쟁력이 있었으나 일류대학은 아니었다. 좋은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외국기업과 같은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대학을 졸업하고 석사는 좋은 대학에서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여러 대학원을 알아보았다. 다행히 브라질에서 학부는 명문대에 들어가기가 어려웠지만, 대학원 입학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맥켄지(Mackenzie)라고 하는 사립대학에 경영학과가 신설되어 있어서 나는 시험도 보지 않고 인터뷰와 이력서 만으로 입학했다. 그때까지 뚜렷하게 해놓은 것도 없고 내 재능이 무엇인지도 몰랐다. 이제까지 해온 게 시장바닥에서 장사한 것밖에 없어 학부도 경영, 무역을 전공했고, 석사도 국제 마케팅과로 들어갔다. 경영학과는 전천후 학과이고 미래에 뚜렷한 목적이 없는 이들에게 적합한 전공이라고 생각했다. 돈을 번다는 일반적인 사회생활을 비즈니스라는 학문과 연결하여 공부하는 것이기에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학문인 것 같았다.
하지만 석사를 경영학으로 전공하고 보니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디테일하게 전문화되어 일반적인 학문이라기 보다도 매우 세분화된 공과대학 과목 같은 느낌이 들어 나한테는 잘 맞지 않았다. 하지만 열심히 공부하여 석사를 끝낼 수 있었다. 그 당시 세계 기업들이 남미시장 진출을 위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었던 터라 이력서를 내보기로 결심했다. 당시 나이도 서른이라 신입사원으로 들어가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원서를 넣고 인터뷰도 해보았으나 불합격했다.
그런데 내가 장학금을 받았던 신문사 지사 부장님이 모그룹에서 사람을 찾고 있다고 귀띔해 주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으로 수년간 장학금을 받아왔기에 부장님이 나를 추천해 주었던 것이다. 인터뷰에서 합격했고 나의 경력도 인정해 주어서 생각보다 많은 임금을 받고 취직하게 되었다. 다국적 기업 일은 만두나 청바지를 파는 일보다 훨씬 멋지고 쉬웠다. 무엇보다도 양복을 입고 출근하니 날아갈 것같이 기분이 좋았다. 내가 공부를 중도에 포기했다면 나는 평생 돈벌이를 목표로 하는 시장바닥에서 헤어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나는 열심히 일해 지사장이 되는 교육을 받을 기회를 가졌고, 출장을 많이 다니며 상류층 사람들을 접할 기회를 가지는 등 많은 경험을 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더 높은 꿈이 있었다. 그 꿈을 위해 나는 30대 초반에 미국 유학을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