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의 도움 덕분에 GRE와 TOEFL 점수도 턱걸이하여 미국대학에 원서접수를 하려고 여러 대학을 수소문해 보았다. 당시 토플은 550점 커트라인에 557점을, GRE는 수학 800점 만점에 560, 영어 800점 만점에 430점 정도 나왔다. 내신성적은 10점 만점에 6점 정도에 회계 과목은 낙제하여 재수강한 기록이 있다. 하버드대학 같은 명문대학에 가고 싶었지만 내 내신과 턱걸이 점수로는 어림없었다. 내가 생각해도 참 공부를 못하는 학생이었다. 명문대학에 들어가 공부하고 싶은 내 꿈을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내 성적과 실력으로 어느 대학에 원서를 넣어야 할지 몰랐다.
마침 대원외고에 다니던 영수란 친구가 미국동부 뉴욕 주립대 알프레드 대학교(Alfred Univeristy)에서 세라믹 엔지니어링 분야 최고 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무작정 영수를 방문하기로 했다. 뉴욕 주에 있는 대학이었는데 참으로 아름다운 곳이었다. 내가 방문할 무렵은 가을이었는데 온 동네가 단풍과 낙엽으로 덮여 있는 아름다운 시골 대학이었다. Alfred는 대학 타운의 조그마한 도시였는데, 대학을 위주로 큰 거리에 대학생들이 자취를 하며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었다. 나는 그림에 나올 법한 낭만적인 도시에 금세 매료되어 버렸다. 영수는 학교에서 받는 월급으로 생활하였는데, 예쁜 집 월세가 40만 원 정도라고 했다. 나도 어서 대학원에 합격하여 하루빨리 이런 멋진 캠퍼스에서 생활하고 싶었다.
코넬(Cornell)이라는 동부의 명문대도 방문했다. 코넬대학(Cornell University)은 산중턱에 위치한 아주 근사한 학교였다. 영수에게 며칠 신세 지고 여러 가지 좋은 정보도 많이 얻었다. 20년 만에 만난 친구인데도 영수는 나를 참 반갑게 맞아 주었다. 영수 와의 만남 후에 나는 캘리포니아 대학교(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로 향했다.
나는 철인 3종경기 선수이기 때문에 철인 3종경기의 메카인 캘리포니아 대학을 빼놓을 수 없었다. 캘리포니아 대학은 UCLA, 버클리도 있고 샌디에이고에도 캠퍼스가 있는 세계 명문대학이다. 특히 세계의 철인 3종경기 선수들이 모여서 훈련을 하는 곳이기에 꼭 와보고 싶었다. 마침 대원외고 후배가 이곳에서 정치외교학을 공부하고 있어 학교 정보도 들을 겸해서 이곳을 먼저 답사했다. 후배를 만나서 나의 성적과 사정을 털어놓았다. 나의 낮은 성적으로는 UC 샌디에이고에서 박사과정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후배의 의견을 들어보기로 했다.
예상대로 박사는 너무 경쟁이 심해서 100% 떨어질 것이 확실하고, 석사는 매년 100명가량 뽑으니까 가능성이 더 많다고 하였다. 하지만 나는 브라질에서 경영학 석사를 4년 동안 했는데 박사가 아닌 또 석사를 하라니 망설여졌다. 하지만 박사는 전혀 승산이 없다고 하기에 석사로 원서 접수를 했다. 만약 석사를 합격하면 2년 동안 공부를 하고 다시 박사에 원서를 넣기로 했다.
처음에는 캘리포니아 대학을 포함하여 5개 대학에 원서를 접수했다. 당연히 결과는 뻔했다. 모두 낙방. 내 성적으로는 도저히 들어갈 수 없는 대학들이었다. 할 수 없이 꿈에 그리던 UC 샌디에이고에서 랭귀지 스쿨에 들어가서 영어공부를 하면서 다시 준비해 보자고 마음먹고 일단 짐을 싸고 샌디에이고로 무작정 떠났다. 일단 유학 가려고 마음먹은 상태이고 더 이상 공부해 보았자 성적이 오를 것 같지도 않았기 때문이었다. 랭귀지 스쿨도 내가 가장 가고 싶은 대학에서 공부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