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ustavo kim 김성한 Oct 27. 2024

40대에 모델의 꿈을 이루다

나는 항상 모델이 되고 싶었다. 특이한 옷을 입어도 몸맵시가 났고 모델 계의 화려함을 언제나 동경했다. 동대문에서 산 인조 뱀가죽 바지와 빨간 구두를 신어도 잘 어울려서 주위에서는 나에게 모델을 해보라는 권유를 많이 했다. 나에게 복음을 전해 준 친구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내가 아는 바로 모델은 길거리에서 픽업되거나 선택되는 것이지 내가 원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20대는 만두 장사를 하면서 생활이 너무 어려워서 모델의 꿈은 접었으나 30대 초반 당시에는 나이가 너무 들지 않나 싶었다. 친구는 모델 에이전시에 내가 직접 찾아가길 권유했으나 처음에 나는 그 말을 듣지 않았다. 하지만 반복적인 친구의 권유로 나는 내 발로 모델 에이전시에 찾아갔다.


나 스스로 원서를 작성하고 모델 선발하는 날이 돌아왔다. 엘리트 에이전시는 신디 크라우포드라는 세계적인 모델을 창출하고 톰 크루즈 같은 배우도 키워 낸 세계적인 에이전시였다. 모델을 선발하는 날은 예상과는 다르게 외모가 출중한 사람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이가 조금 들어 보이는 남자들과 아주 어린아이들도 있었다. 윗옷을 벗고 다리 길이나 몸의 치수를 재기도 했다. 의외로 나는 1차에 합격했다. 2차는 베테랑 모델들과 인터뷰하는 방식이었다.


당시 미국에서는 나이키 같은 스포츠 브랜드에서 운동 잘하는 아시아계 모델을 찾고 있었다. 나의 프로필은 구찌와 돌체가바나 같은 라인과도 맞는다고 심사위원이 이야기하며 나를 2차 심사에서 통과시켜 주었다. 2차 선발 후 모델 에이전시는 프로필 촬영을 해야 한다며 100만 원 정도를 자비로 해야 된다고 이야기했다. 당시 100만 원은 유학생인 나에게는 큰돈이었다. 유학생인 나는 겨울방학을 이용해 여행사 가이드와 스키 강사, 웨이터에 이르기까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는데, 그들이 원하는 시기에 모델 활동을 하려면 내가 나의 학비를 마련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포기해야만 했다. 학비도 못 벌고 또 100만 원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큰 고민이 빠지게 되었다. 그래서 모델의 꿈은 일단 공부를 위해서 아쉽지만 접게 되었다.


그런데 후에 우연하게도 나의 모델의 꿈은 한국에서 이루어지게 되었다. 청담동에서 열린 한 갤러리 쇼에 참관하게 되었는데, 한 유명 디자이너가 나를 보더니 곧 패션쇼가 있을 예정이 있는데, 자신의 사무실에 와서 옷을 입어 볼 의향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나는 꿈인지 생시인지 너무 신이 난 나머지 당장 디자이너사무실로 찾아갔더니 이 옷 저 옷 나에게 많은 옷을 입혔다. 내가 전에 생각한 대로 모든 옷은 나에게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특히 정장과 특이한 옷은 나의 몸에 너무나도 잘 어울려 나를 본 디자이너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내가 미국 유학 당시 엘리트 에이전시에서 일할 기회가 있었는데 포기했다고 이야기하자 디자이너는 “안타깝다면서 그 당시 내가 모델을 했으면 세계적인 모델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 라 고 하며 아쉬움을 표출했다. 나의 모델의 꿈은 결국 40대에 청담동에서 화려하게 시작되었다. 디자이너 쇼에는 미스 유니버스, 슈퍼모델  및 유명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패션쇼였다. 


패션쇼가 있는 날 나는 8시에 출근하여 아침부터 메이크업과 머리 손질을 했다. 모델 쇼 전날은 스킨케어까지 했다. 유명인들과 함께 여러 명이 나를 무대에 보내기 위해 헤어와 메이크업 등 여러 명이 매달려 준비해 주었는데, 그때 기분은 내가 마치 왕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내가 선 무대에는 연예인 들도 참관했었다.  저명인사들이 앉아 있는 곳에서 카메라의 스포트라이트와 영상 조명을 받으며 수백만 원짜리 옷을 입고 워킹한다는 것은 소수에게 주어질 수 있는 큰 영광이 기도 한 것 같았다. 덕분에 나는 외모에 대한 큰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외모에 대한 자신감을 갖는다는 것은 사는 데 큰 힘이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패션쇼가 끝난 뒤에는 아주 고급스러운 파티가 열렸다.


항상 TV에서만 보던 그런 일을 나는 직접 경험하게 되었고 모델들과 함께하는 2차 및 3차의 뒤풀이는 아주 재미있고 멋있었다. 모델들의 화려한 생활을 경험해 보았고 모델은 어린 사람만 하는 줄 알고 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모델도 캐주얼, 정장 등 여러 가지 스타일이 있고 나이대로 다양하다. 나이보다 스타일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나는 태어나서 잘생겼다는 말을 거의 들어보지는 못했지만, 스타일이 좋다는 말은 들었다. 잘생긴 거나 예쁜 것은 나이가 들면 사라져 가지만 스타일은 계속된다. 키가 크든지 작든지, 뚱뚱하든지 말랐든지 누구든지 자기에 어울리는 스타일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모델활동을 통해 정장과 긴 머리가 잘 어울리는 스타일이란 것을 깨달았다. 나의 20대에는 내 스타일도 찾지 못했으며 가난했다. 30대는 경제적 여유가 생기고 풍요로워졌지만 스타일을 찾고 있는 시기였고, 40대가 되어서야 모델도 하고 나에 맞는 스타일 찾게 되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