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늘에는별땅에는꽃 Oct 06. 2024

잠시 쉬어가는 이야기..

나의 과거를 떠올리고 돌아보고 기록한다.

아마 내가 인지하지 못한 사이에 오랫동안 자리 잡은

나의 우울감이나 불안감 등의

원인이 무엇인지 찾아보기 위함이었다.


어느 시점에서 나는 우울감을 느끼고 불안했을까.

부모님의 바쁜 생활 탓에 어린 시절부터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낸 탓일까?

아니라면 그냥 그렇게 타고난 것일까.


사실 나는 모든 사람이 나처럼 하루하루 견디고, 우울하고 무기력하고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는 줄 알았다.


마음이 아프다. 아픈 거라고는 생각이 미치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공허함이 느껴졌다.


어떠한 일에 의미를 찾기도, 보람을 느끼기도,

큰 행복은 고사하고 소소한 것에 행복도 느끼지 못했다.

사실 아주 오랜 시간 그렇게 견디기를 반복했다.


23살 제대하고 무렵부터 시작된 어떤 상황들에서

더 나아가 공허함과 허전함을 느꼈다.

그 무엇으로도 그것들을 채울 수 없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사람을 만나도 나의 공허함은 채워지지 않았다.

어떤 순간에서도 우울감이 기본적으로 마음속에는 깔려있다.


10년을 넘게 그 공허함을 또 허전함을 채우고

우울감을 망각하기 위해 음주를 했다.


술을 마시면 -10% 에서 시작한 나의 기분이, 60% 까지는 올라간다.

하지만 모든 음주의 끝은 -30%~-40%, 오히려 처음보다 못하다.

그럼에도 60% 까지 가는 그 순간이라도 느끼고 싶었다.


피천득의 '인연'이라는 수필집에 나오는 문구를 좋아했다.

"우리는 술을 마시는 게 아니다. 우리는 순도 80%의 물을 마실 뿐이다."

괜히 이 문구를 들먹이며 과한 음주에 죄책감을 지웠다. 정당화했다.


나의 지인들은 차라리 60% 까지라도 가있는 나의 모습을 원할 때도 있었다.

늘 마이너스를 향해있는 나의 상태는

말한마디 하지 않고 그저 눈을 뜨고 있는

마네킹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정말 수도 없이 생각을 했다.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고뇌를 했다. 머리를 감싸 쥐고 또 감싸 쥐었다.


나의 우울함은 어디서 오는 걸까... 정답은 없을 것이다.


우울감을 지우기 위해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마신 술은 지금 없다.

술을 마시지 못하니 억지로라도 망각했던 우울감이 지워지지 않는다.


약으로 대신해 보지만 나의 우울감은 사라지지 않는다.


공허함을, 또는 우울감을 지우려면 뭔가를 해보라고 한다.

해보지 않았던 것들, 배우고 싶던 것들, 새로운 도전들을 해보라고 한다.

그러면 조금 보람을, 또는 소소한 행복을 성취감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조언한다.


사실... 힘이 없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괜찮은 척 좋은 척 상담을 받고 지인들에게 말 하지만 전혀 괜찮지 않다.

눈을 뜨고부터 아직도 우울하고, 잠에 들기까지 우울감이 온몸을 휘감고 있다.


무언가를 해야 하는 힘이 없다....

눈떠있는 것조차 힘든데....

뭔가를 배우고 도전을 하라니....


우울감에 하루종일 휘감겨 괴로운데,

보람을 행복을 성취감을 찾아보라니..

나는 그럴 힘도 에너지도 없는데..


어젯밤 오랜만에 뜬눈으로 지새우고.. 아침에 잠시 눈을 붙였다.

취침약이 오랜만에 듣지 않았다.


오늘은 글을 쓰는 이 순간도 힘이 든다.

왜 나는 우울할까. 원초적인 질문이 나를 괴롭힌다.


마음이니까 마음먹기에 따라서..

좋게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좋은 말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조언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나라고 안 해봤겠는가..


금주를 한지 한 달이 다되어 간다.

내년까지는 3 달이라는 시작이 남았다.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나는 뭐가 바뀌었을까.

바뀌긴 한 것일까?

술을 마시지 않는 것 말고는 내가 지금 어떤 부분이 바뀌었을까.


우울감은 오히려 더 크고, 불안감과 초조함이 동반되는 건 같다.

가끔 찾아오는 공황도 그대로다.


아직까지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지 못했으며, 하고 싶은 것 또한 모르겠다.

그런 에너지가 나에게 있는지 그것조차 의문이다.


다 내려놓고 싶다.

그만 괴롭고 싶다.

편안해지고 싶다.


머릿속에 자꾸 세문장이 나를 찾아온다.


이 또한 견디면, 그리고 진리의 법칙처럼 시간이 해결해 줄까.

비 오는 날... 나의 이야기를 써본다.


이전 11화 동굴 속으로 들어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