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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에는별땅에는꽃 Oct 04. 2024

연애... 그것에 관하여

연애... 그것에 관하여

나의 열 번째 이야기


보통 연인이 되면,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면 일반적으로 이런 모습일까?

수시로 연락을 하고 보고 싶다고 표현도 하고, 불쑥 찾아가 잠시라도 보기도 한다.
집에도 바래다준다. 표현을 한다. 힘든 순간 투정도 부린다. 


상대방의  투정을 받아 주기도 한다. 행복도 나누고, 슬픔도 나눈다. 

서로 의지가 될 수 있게 어깨를 내어 주기도, 어깨에 기대기도 한다. 

그 사람이 하고 싶은 것들 사소한 것까지  기억했다 함께 한다. 

기념일을 함께 보내고 추억을 쌓는다.


맛있는 걸 보고, 아름다운 장면을 보면, 먼저 생각을 한다. 

그리고 다음에 함께 꼭 하겠다는 다짐을 한다. 


연인이 되면 서로의 공허함을 채운다. 혼자라서 외롭던 자리를 사람으로 채운다. 

미래를 말한다. 앞으로의 둘의 미래를 함께 꿈꾼다. 


내가 생각하는 연인의 모습은 이렇다. 

보통 그렇게 연애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나는... 일반적인 연애를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내가 만나온 대부분의 인연들은 모두 지쳐 떠나갔다. 

“혼자 있을 때 보다, 너를 만나는 게 더 외롭다”

대부분 이 말을 남긴 채로 나를 떠났다.


나는 마음을 다 주지 않았다. 

마음을 전부 내어주면, 혹시라도 떠났을 때 너무 힘들 것 같았다. 

인연을 얻으면 가지면 끝까지 가지고 싶었고, 잃는 아픔을 겪고 싶지 않았다.


사람 마음이 인연이 끝까지 가지고 가는 게 가능할까.. 불변한 건 없다고 생각했다. 

인연으로 힘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먼저 겁을 먹고 적당히 마음을 줬다. 

어린 시절.. 전학을 다니면서부터 원치 않은 이별을 수도 없이 경험했다.



표현도 많이 하지 않았다. 늘 절반만. 적당히.  

이 사람이 나를 떠나도 상처가 덜 하게 그렇게만 했다. 

상대방에게 기대하지 않았다. 바라지도 않았다. 더 나은 모습을 강요한 적도 없다.

다만 상대방도 나에게 그렇게 하길 바랐다.. 그게 티가 났을 것이다.


나는 그저 내 곁을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주방에서 일을 하고 나서는 상황도 나빠졌다.

주말도, 연휴도 없이 일에 매달리다 보니 연애를 해도 만날 날조차 여의치 않았다. 

겨우 만나도 피곤함에 제대로 된 데이트는 하지 않았다. 

오로지 나의 위주로 된 연애만 했다. 


만나도 친구들과 함께 자리를 한다거나, 그냥 맛있는 음식과 술을 마시길 바랐다.

어디 멀리 놀러를 간다거나, 특별한 장소를 간다거나, 드라이브를 간다 거 나는 

정말 특별한 날이 아니면 하지 않았다. 


내가 그 사람에게 원하는 게, 그리고 바라는 게 없다 보니, 나 역시도 그 사람이

무엇을 원하는지, 바라는 게 뭔지 생각하려고 하지 않았다.


짧은 연애를 지속했다. 떠나면 떠나는가 보다, 그런 가 보다 생각했다.

어차피 나는 이런 사람이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말았다. 어렸으니까..


이미 진작부터 나는 나를 소중하게 대하지 못했다.

내 마음을 돌아보지 못했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걸 파악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런 내가 상대방을 소중하게 여기고, 마음을 들여다보는 게 가능했을까..


그러다 3년을 만났던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처음부터 나를 많이 좋아해 줬었다. 

나는 밀어내 보기도 했고, 못되게도 대해봤다. 

나의 상황을 이야기했으며, 좋은 사람이 아님을 알렸다. 

그럼에도 일 년이 넘도록 나를 좋아해 줬다. 


나보다 4살이 많았다. 나는 말했다. 

“이대로 인연 계속 이어가는 것보다, 차라리 만나고 헤어지면 인연이 끝나니까 그럼 한번 만나보자고”

그렇게 시작된 인연을 3년을 이어갔다.


그냥 온전히 나를 좋아해 주는 그 모습에 나도 점점 마음을 열었던 것 같다. 

사람을 이렇게 좋아해 줄 수 있구나, 그냥 아무 이유 없이 기다려줄 수 있구나, 

그냥 나라는 사람을 이렇게 많이 좋아해 줄 수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 


연락을 자주 하지 못해도, 때론 쉬는 날 친구를 먼저 찾아도, 우선순위에 밀려도 불평하지 않았다. 

그저 늘 내가 찾을 때 있어줬다. 

그런 그 사람에게 점점 마음을 열었다. 


약간의 노력만 해줘도 고마워했다. 

아픔이 많은 사람이었으나 스스로 잘 참아낼 줄 아는 사람이었다. 

어른스러웠고 참 착한 사람이었다. 


하루는 명절에, 제주도산 갈치 선물세트를 손에 들려줬다. 

그때 나는 26살 무렵이었고, 그 친구는 30살이었다. 

만난 지는 1년 정도 될 무렵이었다. 


나는 연애를 할 때 부모님에게 말을 한 적이 없다. 

그냥 왜인지 말하고 싶지 않았다.

연애 같은 부분에서 보수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을 해서였다. 


누가 가져다줬나는 물음에, 처음으로 만나고 있는 사람에 관해 말했다. 

기뻐했다. 처음으로 아들이 만나는 사람에 관해 말했으니 분명 궁금하고 기뻤을 것이다. 

하지만 그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나이에 관해 물어 조금 많다고 말했다. 

정확하게 말해달라 해, 4살 많다고 말했다. 

그 이후로 나에게 그 사람에 관해 묻지 않았다. 


제주도 갈치는 냉장고에 몇 달이고 보관되어 있었다. 

부모님은 손도 대지 않았다. 

그저 박스채로 방치되어 언제까지고 그렇게 있을 것 같았다.


나는 하루 술을 진탕 먹고 냉장고를 열어 갈치를 꺼내, 

혼자 그 많은 갈치를 새벽에 구워 먹었다. 화가 났다.

 

그 이후로 나는 그 사람에 대한 부분을 부모님에게 말하지 않았다. 

그 사람에게도 부모님의 반응을 거짓으로 둘러댔다. 


그렇게 또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 2년이라는 시간, 총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만나던 중 요리유학을 말할 때도, 가지 않는 결정을 했을 때도 그 사람과 함께 고민하지 않았다. 


고민을 나누지 않았다. 

그 사람이 나에게 의지할 시간도 주지 않았다. 

그저 함께 만 할 뿐이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모든 걸 다 내 마음대로 하고, 모든 결정은 나 혼자 했다. 

그저 기다리게만 했다. 기념일도, 생일도, 크리스마스도 나는 일을 했다.


거의 싸우지 않았다. 애초에 싸움이 되지가 않았다. 

속상하고 섭섭해 나에게 털어놓을 때는 그저 묵묵히 듣기만 했다.


그러는 사이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갔다. 

바쁜 와중이었지만 그래도 최대한 보려고 노력은 해봤다.

 

나는 그 사이 선배가 새로 오픈하는 주방에 수셰프로 나를 불렀다. 

그나마 있던 쉬는 날도 점점 줄더니, 3~4달 동안 하루도 오프 없이 일을 했다.


스케줄을 짤 때 밑에 직원들을 챙겨줘야 했고, 가정이 있는 사람들을 챙겨주고 나니

정작 내가 쉴 수 있는 날이 없었던 것이다. 


쉬지 않고 일을 하니 번아웃이 왔다. 

때때로 오던 번아웃은 점점 주기적으로 찾아와 나를 옥죄었다.

권태로웠다. 지쳤다. 


내가 지금 이 시간에 뭘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럼에도 잠시도 쉬지 못하고 일을 했다. 

바빴고, 챙길 것들이 많아졌다. 


들어오는 오더를 컨트롤하고, 라인에서 메뉴를 빼고, 재료 발주를 넣고 

신메뉴를 연구했다. 여러 시장에 들러 새로 쓸 재료를 본다. 

새로운 집기 접시들을 보러 다닌다.


술은 술대로 더 마셨다.

날카로워졌고, 날카로움을 들키기 싫어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고 잠을 청했다.


차라리, 힘들다고, 지친다고, 하소연이라도 했어야 했을까..

그때는 그러지 못했다. 


그렇게 3년 정도 되었을 때 그 사람은 내게 말했다. 

“왜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냐고. 왜 우리는 미래를 의논하지 않냐고.”


나도 그 사람에게 말했다.

"미래를?. 무슨 미래?"


분명 무슨 말인지 알면서도 모르는 척 되물었다


"나도 이제 나이가 30대가 넘었는데 벌써 우리가 3년을 만났는데, 연애 그다음에 대해 말해야 하지 않나"

그 사람이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지금 결혼생각이 없다. 그리고 나는 분명히 결혼에 대해 내 생각을 말했다”

그 당시 나는 결혼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 사람도 알고 있었다. 여러 번 말했으니까. 


만나기 전에도, 만난 초기에도 나는 결혼에 대해 회의적이었으니까. 

더군다나 부모가 반대하는 결혼을 할 수 있을까, 그것에 대해 나는 비관적이었다.


나는 비겁했다. 나 스스로에게도 비겁했고, 그 사람에게는 더 비겁했다.

그 비겁함을 들키고 싶지 않아 아무 말도 없이 그저 눈물 흘리는 그 사람 옆에 있었줬다.


차 안에서 한참을 울었다. 그렇게 우리는 헤어졌다. 

그 사람이, 그렇게 단단하게 내 옆을 지켜줬던 사람이 떠나갔다. 


정확하게는 내가 그 사람의 손을 놓았다.

길게 이어온 인연의 마침표를 찍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다. 떠나간 사람의 자리는 제법 크게 다가왔다. 

나를 좋아해 준 시간, 만난 시간만 해도 4년이란 긴 시간을 보냈다. 


처음으로 이별이 아파왔다.  


정신없이 일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채 감정을 느낄 새도 없이 하루하루 일을 하며 보냈다.

하루종일 일을 하고 집으로 가기 전 술을 마신다. 

  

술을 마시고 취기로 감정을 지우고, 또 버리며 지냈다.

그 사람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고, 

처음으로 후회 같은 감정이 밀려왔다. 


그렇다고 내가 뭘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잡기에는 용기도 잡을 동기도, 상황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비겁하고 피하기만 한 내가 이미 상처를 받을 만큼 받은 사람을

잡을 수 있는 방법도 없었다. 


그 후로 단 한 번도, 그 사람을 보지 못했다. 

분명히 같은 지역에 살고 있으니 한 번은 마주칠 줄 알았는데. 

8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단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27 살에 다시 독립을 했다.

그냥 집에 있기가 싫었다. 

혼자 있고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의 공간이 필요했고, 또 환경을 좀 바꿔보고 싶었다. 

적당한 투룸을 구해 다시 독립을 했다. 


집은 깔끔했다. 

필요한 가구를 사 넣었다.

주변의 산책로가 잘 되어있어 자주 걸었다. 


친구도 덜 만나기 시작했다. 

항상 마감이 늦게 끝났기 때문에 마치고 주로 동료들과 술 한잔을 하거나

대부분의 시간은 혼자 술을 마셨다. 


위스키, 와인, 보드카, 데낄라, 사케, 코냑, 일본소주, 맥주 

가리지 않고 마셨던 것 같다.


주로 퇴근하고 돌아오는 길, 늦게까지 하는 분식점에서 순대를 1인분 사 왔다.

두세 시간 혼자 술을 진탕 마시고, 다음날 출근을 한다.


집에는 술병들만 가득해졌다. 

다른 쓰레기는 나오지 않는다. 


' 사람은 외롭고, 원래 혼자다. 모든 사람은 외로움을 견디고 산다 '

이렇게 생각하며 철저하게 스스로 가뒀다. 


술을 마시면서 이런저런 생각에 빠졌다.

사실 우울했던 것 같다. 

사람은 다 우울하고, 괴롭고 외로울 거라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이 또한 지나갈 것이라 생각했다.

언젠가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노동을 즐기던 시기가 지나가고, 

어느덧 강한 노동이 고통이 되어왔다.

일이 즐겁지 않았으나, 하루 12~13시간을 일했다.


가끔 가슴이 답답하고 과호흡이 때가 많았다. 

일상에서 사람들과 대화하는 횟수도 줄어갔다.


쉬는 날이 주어지면 두꺼운 블라인드로 유리창을 막고, 

거기에 테이프까지 칠해 빛하나 들어오지 않는 침실에서

하루종일 잠을 잤다.. 


그러다 숨 막힐 듯 답답함과 불안감에 잠에서 깨면

냉장고에 있는 술을 들이켰다. 


한 해가 지나간다. 

28살이 되어 버린 나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었다. 

스스로를 전혀 돌보지 못한 채로 그렇게 살아갔다.


하늘을 한번 올려다볼 여유조차 없이

노동의 고통과, 마음속에 점점 자라나는 우울감을 

잊으려 매일밤 취기로 나를 학대했다. 

 

친구를 만나지도, 가족을 만나지도 않았다. 

그냥 그저 혼자 견디려 했다.

나보다 더 힘든 누군가가 많을 거라 생각하며 위안 삼았다.


이따금씩 누군가를 만나긴 했다.. 

나는 원래의 내 방식대로 마음을 주지 않았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호감은 일시적이고, 늘 나의 생활 패턴이나 성향에 지쳐갔다.

역시나 얼마간 시간이 지나면 다 떠나갔다. 

기대도 하지 않았으니까 아프지 않았다.  




(부록 : 나의 금주 일기)

24-10-05, 금주를 시작한 지 27일째.


어젯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제법 강한 바람이 찬기운을 내뿜는다.


카페에서 글을 마무리하고, 제법 걷다가 집에 들어왔지만, 오늘따라 약이 효과가 미미하다.

보지도 않는 TV를 켜 집안 적막을 깨 본다. 

노트북을 켜 이런저런 뉴스거리들을 찾는다. 


따뜻한 차를 한잔 마셔봐도 이 빌어먹을 불안과 초조감이 사그라들지 않는다.

숨을 크게 내 쉬어도 보고, 비가 오는 창밖을 바라보기도 해 본다.


어느덧 11시를 향해 가지만, 좀처럼 마음이 잡히지 않는다. 

비가 왔지만, 차라리 비 속에 있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든다.


운동복에 약간의 방수기능이 있는 바람막이를 입고 집을 나서 본다.

바다로 나와 거세게 몰아치는 파도를 바라본다.

갑자기 내린 비에 인파가 없이 한적하다.


파도 가까이에 가 한참을 바라보고 서 있어 본다. 

바람막이의 모자 끝으로 비가 계속 떨어진다. 


다시 길가로 나와 걸어본다. 몇몇 술집에는 무슨 이야기를 재밌게 하는지

웃으며 술잔을 나누는 사람들이 보인다. 


나도.. 불과 한 달 전에는 저기 저 자리에 앉아 행복을 나눴는데..

한참의 시간이 지나기라도 한 것처럼 먼 옛날처럼 느껴진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온다. 이어폰에는 노래가 나오는데 무슨 노래인지 귀가 기울어지지 않는다.

한참을 걷고 또 걸어본다. 이어폰을 빼고 그냥 주변 소리를 들어본다.


간간히 지나는 사람들의 대화소리, 각 점포마다 틀어져있는 노랫소리와 

취객들의 웃음소리, 그리고 바람이 지나는 소리,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


다리가 욱신거린다. 오늘 하루만 15KM를 넘게 걸었으니 아파올 만했다.

욱신거림이 느껴지니 마음이 가라앉는다. 돌아가자..


집으로 돌아와 젖은 옷을 널고,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한다. 

제법 피곤함이 몰려왔다. 저녁약을 먹는다.. 그리고 잠에 들었다.


아침이 밝아왔다. 오늘따라 꿈을 많이 꿨는데, 무슨 꿈인지 기억은 없다.

좋은 꿈이었을까... 무슨 꿈이었을까.. 눈만 꿈뻑이며 생각을 하다 몸을 일으킨다.

아직 취침약 기운이 남았는지, 몸에 힘이 없다. 


침구를 정리하고, 거실로 나와 아침약과 영양제를 입에 털어 물로 삼킨다.

간단하게 세안을 하고, 옷을 입고, 잠깐 소파에 앉아 본다..


소파에 앉아 오늘 하루를 상상해 본다.  

그냥 오늘도 보통의 하루를 잘 보내보자고 스스로 다짐하며, 출근을 한다.


쉬고 와 하루 더 일하면 휴일인 한 주다. 

보통 이런 주는, 그 사람과 함께할 계획을 짰다. 

무슨 음식을 해줄까 고민했으며, 미리 장을 봤다. 

오래 함께 있을 수 있음에 한참 전부터 설레곤 했다.


이제 그런 설렘은 없다. 그냥 쉬는구나. 

글을 써야지. 날씨가 좋으면 사진을 찍으러 가야지.


오로지 나를 위해 시간을 쓰기 위해서는 계획을 짤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그냥 일어나 쉬고 싶으면 쉬면 되고, 자고 싶으면 잔다. 

뭔가 갑자기 먹고 싶으면 먹으면 된다. 


업무를 하다, 이번주는 할까? 생각을 해본다. 

이발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미용실을 예약한다.

좀 돌아다녀 볼까 생각이 들어, 저기 멀리 카페 등을 검색도 해본다.


하루가 끝나간다. 이제는 해가 제법 짧아졌다.

퇴근을 하면 금방 어두워진다. 


주말에는 편지를 한통 써 볼까 한다.

그래도 한 달간 변화한 내 모습을 편지로 남아 적어서 보내 볼까 한다. 


그 정도는 해도 되지 않을까....

그 정도는.... 궁금해하지 않을까....

전혀 궁금하지 않을까?....


생각이 많아 짐에 따라..

오늘따라 술이 많이 생각이 난다. 

혼자 취해있기보다는 사람을 만나 이런저런 대화를 하며 

즐겁게 술 한잔하고 싶은 생각이 절절하다.


이제는 혼자 술에 취해있고 싶은 생각은 덜 하다. 

덜 한 것이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항상 밤은 길고 인내와 감내는 끝이 없다...

오늘도 인내와 감내의 끝없는 연속이겠지. 


나약할 수도 있고, 때로는 무너질 수도 있다. 

상처나 아픔의 질량을 잴 수는 없지만, 담아내고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크기도 사람마다 제 각각이다. 


나의 마음의 크기는 어느 정도 일까. 


이게 적응이 될 때즘이면 그냥 나도 마음의 정리가 시작이 될까?.

생각이 무뎌질까. 아니면 더 깊어질까.


우울, 불안, 초조, 괴로움, 공허를 사람으로 채우려 한 나의 실수였을까.

애초에 스스로 극복을 했어야만 하는 것이었을까.


물음에는 답이 없고, 생각은 끝이 없다. 


 



여수를 놀러 갔을 때였다. 행복했었던 기억 중 하나다. 사진을 많이 찍었다.

술을 마시지 않았다.(처음 정신과 진료를 받고 약을 먹기 시작하면서 3주간은 술을 입에 대지 않았다) 

충분히 즐거웠고 행복했다. 이때 마시지 않았던 술을 계속 유지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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