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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에는별땅에는꽃 Oct 09. 2024

새로운 길을 찾다.

새로운 길을 찾다.

나의 열네 번째 이야기.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간다. 

그 말은 우리는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간다. 

돈이 필요한 사회에 살아간다. 


보통의 사람은 돈을 벌기 위해 어떠한 행위를 하며 살아간다. 

뭐 물려받을 재산이 많아 그렇게 살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소수이지 않을까? 


본인 사업을 운영하는 게 아니라면 

보통 마땅한 노동력이나 기술을 제공하고, 그에 따른 돈을 받는다.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 원하지 않는 직업을 택할 수도 있다.

원하지 않았기에 조금은 괴로움을 견뎌야 할 것이다.


반면에 원하는 직업으로 돈을 버는 사람도 있다.

예를 들어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이 축구관련 된 일로 돈을 번다. 

가장 베스트가 아닐까? 


나는 내가 그래도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었던 축에 속했다.

요리사로 주방에 들어가 음식을 만들고, 

고객이 만족하는 행위에 보람과 재미를 느꼈다.


아무리 힘든 노동도 그 노동에 가치를 매겼다. 

그런 내가 요리에 회의감을 주방을 떠났다. 

10년을 가까이 요리에 할애해 왔다. 

그런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해야 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

조바심이 일어났다.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이미 20대의 후반에 접어든 나는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친구를 제외하고는 모든 인맥이 외식업 종사자들 밖에 없었다. 

다른 길에 대해 충고를 받고 할 그런 상황이 되지 않았다. 

대부분은 그냥 고생하지 말고 주방으로 돌아오라는 조언들만 해줬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하니 그다음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신체는 건강하니까, 몸을 쓰는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답이 나오지 않았다..)

‘와… 나 진짜 뭘 할 수 있는 일이 없나?’


하루 종일 구인구직 사이트를 보고 또 봐도 마땅한 자리가 없었다.

정말 음식 말고는 지금까지 뭘 그렇게 생각하고 해 본 게 없었다.

그렇게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있었다. 

29살이 된 나는 살짝 조바심이 올라왔다. 



가장 친한 친구와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다 어떤 영업직을 소개해줬다.

어떤 상품을 영업하는지 그런 내용은 그냥 묻지 않았다.


대략적인 설명은,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외근이 간혹 있으며

연봉계약을 하고, 어느 정도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와 성과급을 준다고 했다.

은행이 쉬는 날 다 쉬고, 연월차도 있고 복지라는 게 존재했다.

9시에 출근하고 6시에 퇴근, 그리고 점심시간이 있었다.


말 그대로 남들 쉴 때 쉬고 일할 때 일하면 되는 것이었다.  


친구는 소개를 해줄 테니까 면접이라도 보길 권했다.

나 또한 뭘 가리고 할 그런 상황도 아니었고, 그냥 경험 삼아 면접을 

보러 간다는 생각으로 알겠다고 했다. 


면접이 잡히고 면접을 보러 갔다. 

정장과 구두가 낯설었다. 

행사가 아니면 입을 일이 없는 복장이니 어색하고 불편했다.       


음식을 하면서도 면접을 여러 차례 보곤 했다. 

처음이야 긴장이 되기도 했지만, 이후에는 새로움에 대한 설렘을 느꼈다.

어차피 거의 소개로 움직이다 보니 형식상 면접이었다. 

떨어진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면접은 걱정이 되었다. 

전혀 다른 업을 살아오다 온 내 이력서를 보고 어떤 질문을 할까. 

내가 할 수 있을까? 따위의 걱정을 했다.


기대는 하지 않았고 그냥 친구말대로 경험 삼아 한번 부딪혀 보자는 

생각으로 알려준 주소지로 향했다. 

시간보다 10분 일찍 도착하여 사무실에 들어섰다. 


깔끔한 사무실에 그냥 일반적인 사무직원들이 모여 있었다.

저마다 바쁜지 전화기를 들고 통화를 하는 직원도 있었고

모니터를 보고 뭔가 사무적인 업무를 하는 직원도 있었다.'


내가 생각하고 상상했던 사무실의 느낌이었다.

사무적인 표정과, 행동, 적당히 딱딱한 분위기가 그러했다.


면접실에서 기다리니, 푸짐해 보이는 인상의 면접관 분이 들어왔다.

본인을 이 지점 관리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하고 내 이력서를 한참을 들여다봤다.


주방에서 오래 일을 했고 연봉도 이곳 초임연봉보다 훨씬 많이 받았는데

왜 관뒀는지, 이곳에 지원한 동기가 어떻게 되는지를 물었다.

‘남들 쉴 때 일하고 일할 때 일했다, 이제는 좀 일반적인 생활을 하고 싶다’ 

심플하게 답변했다. 


어차피 신입으로 새로 일을 배워야 하고 업종이 다르니 연봉도 문제없다고 했다.

(사실 거의 최저 시급에 맞춘 연봉이라, 걱정은 되었다…)


사무업무를 해야 하는데 괜찮겠냐 물어, 

해본 적은 없지만 잘할 수 있다 답했다.


뭐 주방보다 힘들겠냐…라는 어떤 자신감 때문이었다.


이후 상투적인 질문과 답변이 오갔고 검토하고

일주일 안으로 통보해 주겠다고 했다. 


일주일이 다되어 가도록 연락이 없었다. 

뭐 기대를 하지도 않았고, 그냥 경험 삼아 면접을 봤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주 금요일에 연락이 왔다. 


다음 달부터 출근 가능한지 물었다.

나는 출근 가능하다고 했고 간단한 안내 이후 통화를 종료했다.


그렇게 29살의 나는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고 생소한 

대부업 추심팀에 일을 하게 되었다.




(부록 : 나의 금주 일기)

24-10-08, 금주를 시작한 지 32일.


어제부터 마음이 편하다. 

아무런 생각이 없다. 약이 잘 들어서인지, 이따 금식 찾아오던 

불안과 초조함이 찾아오지 않는다. 한 달이 지나서일까?


루틴을 만들기가 힘들었다.

술을 마시지 않는 시간을, 다른 것으로 채웠고 한 달을 반복했다.

처음에는 힘들고 고통스러웠다. 분명 그러했다.


이제는 어느 정도 루틴이 된 걸까...

마음속에 있던 불안이 고개를 들지 않고, 우울감도 덜 하다. 

이렇게만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즐겁고 행복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불안하고 우울하지도 않다.

그냥 일정치만큼의 감정선을 유지하며, 하루하루 지나간다.


자서 취하고 싶다는 생각은 이제 거의 들지 않는다.

술을 마시며 약도 복용 했봤기에, 

다음날 안 듣는 약으로 인해 더 고통스러운 것을 안다.

차라리 약이 잘 듣는 것에 안도를 느낀다. 


아침에 일어나 잠들 때까지 반복하던 그 사람에 대한

생각도 이제 빈도수가 덜하다. 

'이제... 적응이 되는 걸까... 한 달이면... 이렇게 되는 걸까..'

생각을 해본다. 좋은 건지 뭔지 모르겠다. 


그냥 루틴을 반복한다. 


오늘은 휴일이라 일을 가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 약을 먹었고, 침구를 정리했다. 

밥(탄수화물)을 오랜만에 먹었다. 

카레를 먹었다. 계란프라이를 곁들였다. 


그러다 괜히 잠이 찾아와 3시간을 더 잠들었다. 

눈을 뜨니 오후 4시.  뭔가 하기에도 하지 않기에도 애매한 시간이다.

주방을 정리하고, 분리수거할 것들과 쓰레기를 현관에 내놓는다.

시사를 읽어주는 라디오를 틀어놓고 샤워를 한다. 


오랜만에 사진기를 꺼내고 노트북을 챙긴다. 

'조금 더 빨리 움직일걸'

어느덧 어둑어둑하게 져물어 어둠이 빛을 삼킨 상태다.


가장 좋은 사진이 나오는 시간이 있다. 

해지기 전 30분~1시간 시간 전. 

온 세상의 빛을 피사체가 머금고 있는 시간. 

그 시간에는 뭘 찍어도 세상 가장 아름답게 사진이 나온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열심히 셔터를 눌러본다. 

사람들의 뒷모습도 찍어보고, 저 멀리 지평선도 찍어본다.

하늘도 찍어보고, 길에 있는 간판들도 찍어본다. 


셔터를 누를 때마다 '찰칵'하는 이 소리를 좋아한다.

내가 찍고자 하는 피사체를 눈으로 또 뷰파인더로 확인하고

순간을 포착해 셔터를 누른다. 


사진은 많이 걷게 해서 좋다. 렌즈의 화각이 부족하면 

걸어서 다가가면 그만이다. 또는 멀어지면 그만이다.

다가가게 하고 멀어지게 하기에 많이 걷는다. 


그러다 글을 쓰러 카페에 들어선다. 

사진을 200장 찍어도 건질 만 한건 5프로 채 되지 않는다. 

쓸만한 것들 몇 장을 보정을 해 본다. 


그때는 괜찮던 사진이 지나고 나면 별로고, 또 반대의 경우도 생긴다.

그래서 지나간 사진의 파일도 늘 한 번씩 들여다본다.

또 지나쳐 버린 사진에서 좋은 사진을 찾을 때도 있다. 


오늘은 이렇게 하루를 보낸다. 

술을 참고, 보고 싶은 그녀를 참는다. 

밥을 먹고, 약을 입에 털어 넣는다.

사진을 찍고, 머릿속을 글로 비운다.


이렇게 하루가 지나간다. 



조금 더 일찍 움직였다면 빛을 가득 머금은 사진을 찍었을 텐데, 

아쉬움을 뒤로하고 조만간 사진을 찍으러 돌아다녀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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