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苦痛)
사전적 의미로는 '몸이나 마음의 괴로움과 아픔.'
최근 고통스러운 나날이 계속되어 간다. 마음의 불안이 계속되고, 초조함과 우울감이 태풍처럼 휘몰아친다.
온몸이 가렵고, 귀, 눈 같은 기관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듯한 생각에 빠진다. 답답함에 호흡이 힘들다. 온몸에 식은땀이 흐른다. 마음의 괴로움이, 몸까지 영향을 끼친다. 식욕이 없어 끼니를 거르는 날이 많아진다. 살이 더욱 빠지기 시작한다. 약을 먹어도 효과가 없는 날이 최근 늘어난다.
잡념에 빠지지 않기 위해 몸을 혹사시킨다. 몸을 괴롭게 하고 나서는 심적으로 괴로움은 느낄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일시적이었다. 아무리 도피를 하고 망각을 하고 억눌러도, 심적으로 나를 괴롭히는 것들이 이내 나의 뒤에 우두커니 서서 내 어깨를 쳐 어딜 가냐고 붙잡는다. 도망칠 수가 없다.
나의 병에 관하여 많은 영상과 글들을 찾아 읽어 봤다.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물론 조금씩 조금씩 변화하면 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만, 도무지 그 변화에 대한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
병원에 상담을 받으러 가서도, 그냥 괜찮다고만 말을 한다. 사실 전혀 괜찮지 않은데.. 진실된 속내를 꺼내기가 힘들다. "아무런 의욕이 없어요. 우울감은 끝없이 밀려오고, 한번 시작된 불안감은 종일 지속되며 하루종일 식은땀이 나고, 호흡을 하기 힘든 순간이 와요. 고통스러워요. 사실 아침에 눈을 뜨기가 힘들어요. 가끔은 남아있는 수면제를 다 입에 털어 넣고 깨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해봐요."라고 말해도 될까.. 모르겠다.
그냥 이대로 살아야 하는 걸까. 고통스럽다. 고통스럽다..라는 생각이 지속된다. 몸과 마음이 모두 괴롭다. 최근 몇 달간 제대로 웃어본 적이 언제인지 알 수가 없다. 모든 일에 의욕이 줄어든다. 혼자 있으면 초조함과 공허함이 미친 듯이 올라오고, 그렇다고 사람과 있어도 관계에 집중을 할 수가 없다.
최근에 주변 사람들에게 '괜찮냐? 얼굴이 말이 아니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왜 그런 말을 할까. 거울을 들여다보니 이내 수긍이 된다. 겨우 눈을 뜨고, 겨우 걷고 겨우 말을 하고, 겨우 뭔가를 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눈빛이 탁하다. 눈도 겨우 뜨고 있는 사람처럼 보인다. 수척하다.
머릿속에서 고통스럽다는 생각을 지우기가 힘들다. 이 고통을 언제까지 견뎌야 하는지 생각하면 더더욱 고통스럽다. 현재가 고통스러우니, 미래를 그리는 것조차 어렵다. 에너지가 없다. 점점 눈을 뜨는 아침의 괴로움이 커진다. 하루를 살아간다기보다는 견디는 것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주말이 기대가 되지 않는다. 다음 한 주가 어떤 이벤트로 인해 기다려지지 않는다. 다가올 미래가 전혀 기대가 되지 않는다. 그저 하루를 견딘다.
다들 이렇게 살아간다고 생각하고 살았다. 다들 하루를 견디고 자잘한 고통은 망각하고, 숨기며 그렇게 일상을 살아간다 믿었다. '그래 불행하지는 않으니까 괜찮아'라고 생각했다. 두 팔다리 멀쩡히 달려있고, 나를 걱정해 주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고, 응원해 주고, 번듯하진 않지만 꼬박꼬박 월급 잘 주는 직장도 있고, 금전적으로 문제도 없다. 불행하지 않을 요소들은 수 없이 많다. 하지만 고통스럽다. 괴롭다. 공허하다. 우울하다. 불안하고 초조하다. 이런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그 무엇에도 현재 집중하지도, 몰입하지도 못하고 있다.
자정이 넘는 시간이 되면, 밤거리를 차로 운전하며 그런 잡념에 빠져든다. 내 옆에 있는 사람은, 내 옆에서 이런 상태를 지켜보는 사람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 또한 고통스럽지 않았을까. 얼마나 떠나고 싶었을까. 얼마나 안정감을 바랐을까. 스스로 행복할 줄 모르는 내가 감히 누굴 행복하게 해 준다고 까불었을까.. 자신했을까..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까. 약을 꾸준히 수년간 복용하면 괜찮을까. 끝이 보이지 않는 고통의 터널의 끝자락에 다다를 수 있을까? 그 끝에는 내가 그렇게 가지고 싶은 소소한 행복과 마음 깊은 안정감이 기다리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