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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에는별땅에는꽃 Nov 30. 2024

비참

비참 悲慘

사전적 의미로는 ‘더할 수 없이 슬프고 끔찍함.’


살아가면서 비참함을 느끼는 순간이 없을 수 있을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였을 때, 가족을 잃었을 때, 또는 사랑하는 사람이 곁을 떠났을 때. 

이유는 많을 것이다. 비참이라는 단어의 뜻이 어떻게 보면 슬픔 이상으로 끔찍함을 표현한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감정을 지니고 살아간다. 원하는 것 모든 것을 쉽게 가지고 손에 쥔다면 비참 함이란 감정을 느낄 수는 없을 것이다. 보통 우리는 영화를 볼 때 그런 장면들을 쉽게 본다. 


한 사람이 이별을 고한다. 하필 그 순간 하늘에는 비가 내리고, 이별을 맞이 한 상대방은 한없이 비를 맞으며 떠나가는 사람을 붙잡지 못하고 바라만 보는 장면들을 본다. 


우리는 그때 주인공인 그를 보며 매우 비참하겠다고 생각을 한다. 


우리도 그런 순간들이 있지 않았을까. 학창 시절 반장 선거를 한다 생각해 보자. 후보가 나를 포함하여 두 명이다. 하지만 나의 표는 2표가량 나왔고 나머지 친구들은 상대 후보를 찍었다. 그런 순간도 비참함을 느끼지 않을까.. 


또 하나 예를 들면 가장 절친한 친구와 같은 대학을 목표로 입시를 준비했다. 하지만 그 친구는 좋은 성적으로 목표를 이뤘고 나는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표면적으로는 축하해야 하지만 내면으로는 비참함을 느끼지 않을까? 


또는 정말 금전적으로 도움 받고 싶지 않은 대상에게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닥쳐와 금전적으로 손을 내밀 때 그런 순간에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라는 드라마에서 방호식과 정인권의 에피소드가 기억이 난다. 방호식과 정인권은 어려서부터 친형제처럼 지냈다. 정인권은 제주도의 조폭이 되었고, 방호식은 도박중독이 되어 와이프는 도망을 가고 인권에게 돈을 구걸하러 간다. 그때 인권은 호식에게 


“딸을 앞세워 구걸하니 좋냐, 이 개 거지새끼야” 


라고 면박을 준다. 물론 인권은 호식이 도박에 중독되어 재산을 탕진하고 와이프마저 집을 도망간 처지를 생각해 정신 차리라고 한 말이었겠지만 듣는 호식의 입장에서는 슬프고 끔찍한 감정 이면에는 부끄러움도 존재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사람은 필연적으로 비참함을 느끼고 싶어 하지 않는다. 비참함은 스스로를 자책하게 만들며 한없이 자존감을 깎아 먹기 때문이다. 나도 비참함을 겪고 싶지 않다. 상대방의 이별통보에 무릎이라도 꿇어 잡아내고 싶은 마음들, 하지만 잡을 수 없음을 알기에 느끼는 비참함과 애통함, 원하는 결괏값에 도달하지 못하여 느끼는 비참함, 누군가의 아픔에 내가 그 무엇도 도움을 줄 수 없는 상황을 인지했을 때의 비참함. 


나는 현재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끊임없이 서로를 비교하고 상황을 저울질하며 다른 어떤 나라보다 보이는 것을 중요시하며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외제차, 명품, 해외여행, 비싼 고급레스토랑… 물론 그만한 재산을 가지고 있다면 충분히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과거만 하더라도 흔히 그들만의 세계를 우리는 알 수가 없었다. 지금은 어떤 SNS 만 사용하더라도 흔히 말하는 돈 자랑들을 볼 수 있다. 거기에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 그 박탈감이 현재 우리를 더욱 비참함으로 끌고 가는 것이 아닐까? 


나 역시 현재의 마음가짐 상태에서는 모든 부정적인 생각을 150~ 200% 증폭되게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다. 연결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뭐라도 하고 있지만 무너지는 순간들이 있다. 나약해서일까, 아니라면 인간이기에 끊임없이 시험을 받는 것일까. 


존경하는 어떤 분이 나에게 그런 말씀을 해 주신 적이 있다. 


“남을 부러워하고 내 처지를 비관하는 것만큼 스스로를 괴롭게 하는 것은 없다. 자신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라. 더 높은 곳에 이르기 위해 노력하되 그 높은 곳을 현재 내 상황과 비교하지 말아라”


저 말을 행동으로 옮기고 마인드 컨트롤 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말씀을 해주신 분 께서도 본인도 쉽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미리 쉽지 않다고 생각하고 하지 않으면 그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고 말씀하셨다. 


그렇기에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긍정적으로. 바르게. 건강하게. 또 긍정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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