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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에는별땅에는꽃 Dec 07. 2024

차단

차단

 사전적 의미로는 '다른 것과의 관계나 접촉을 막거나 끊음.'


차단을 하다, 차단을 당하다..

사실은 어느 방향이든  잔인할 수 밖에 없는 단어.


한 사람과 관계나 접촉을 끊는다..

그 사람과 관계나 접촉이 끊긴다..


애정 어린 단어로 저장해 놓은 전화번호, 그리고 사진이 뜨고 전화를 걸어본다.

10번을 걸어도 100번을 걸어도 같은 소리의 반복..


"지금 고객님께서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다음에 다시 걸어주세요"

수없이 사랑을 속삭이던 도구인 전화기는 그 순간부터 가슴을 후벼 파는

잔인한 도구가 될 뿐이다. 사진도, 함께한 영상도 그 무엇도 지우지 못한 채로 

남아있는 저장소. 잔인한 저장소. 


이게 현재의 이별 방식일까. 생각해 본다.


끊는 자는 상대방에게 통보와 동시에 차단.끊기는 자는 감정을 정리할, 

다듬을 시간의 여유 따위는 없다.


사실 관계라는 게 그렇다고 생각해 본다. 

남에 점하나 빼면 님이 되고, 반대로 붙이면 남이 된다. 


나 스스로 혼자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관계는 늘 변하며 영원한 건 없다. 붙잡을 수 없다.

지나간 버스에 미련은 버리는 게 맞을 것이다.


어린 시절 아름다운 이별에 대해 생각했다. 서로 마무리를 짓고 앞으로 

상대방의 앞날을 응원하며, 마지막으로 악수라도 한 번 하고 이별을 맞이하는...

어떤 예의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아름다운 이별이 없다는 사실을 나이가 들수록 더욱 자각한다. 

이별은 늘 누군가에게는 잔인하다. 또는 아프다. 둘 다 아플지도 모른다.


내가 어린 시절만 해도 약속을 잡기도 연락을 이어가기도 힘든 시대였다.

현재는 손바닥에 휴대전화만 있으면 모든 걸 쉽게 할 수 있다. 


그만큼 이별도 쉬운 방법으로 변화된 게 아닐까..

차단을 할 만큼, 또는 당할 만큼 무슨 사연이 있지 않을까...


그럼에도... 누군가가 나를 차단한다는 사실은 늘 쓰리고.. 늘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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