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단遮斷
사전적 의미로는 '다른 것과의 관계나 접촉을 막거나 끊음.'
차단을 하다, 차단을 당하다..
사실은 어느 방향이든 잔인할 수 밖에 없는 단어.
한 사람과 관계나 접촉을 끊는다..
그 사람과 관계나 접촉이 끊긴다..
애정 어린 단어로 저장해 놓은 전화번호, 그리고 사진이 뜨고 전화를 걸어본다.
10번을 걸어도 100번을 걸어도 같은 소리의 반복..
"지금 고객님께서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다음에 다시 걸어주세요"
수없이 사랑을 속삭이던 도구인 전화기는 그 순간부터 가슴을 후벼 파는
잔인한 도구가 될 뿐이다. 사진도, 함께한 영상도 그 무엇도 지우지 못한 채로
남아있는 저장소. 잔인한 저장소.
이게 현재의 이별 방식일까. 생각해 본다.
끊는 자는 상대방에게 통보와 동시에 차단.끊기는 자는 감정을 정리할,
또 다듬을 시간의 여유 따위는 없다.
사실 관계라는 게 그렇다고 생각해 본다.
남에 점하나 빼면 님이 되고, 반대로 붙이면 남이 된다.
나 스스로 혼자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관계는 늘 변하며 영원한 건 없다. 붙잡을 수 없다.
지나간 버스에 미련은 버리는 게 맞을 것이다.
어린 시절 아름다운 이별에 대해 생각했다. 서로 마무리를 짓고 앞으로
상대방의 앞날을 응원하며, 마지막으로 악수라도 한 번 하고 이별을 맞이하는...
어떤 예의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아름다운 이별이 없다는 사실을 나이가 들수록 더욱 자각한다.
이별은 늘 누군가에게는 잔인하다. 또는 아프다. 둘 다 아플지도 모른다.
내가 어린 시절만 해도 약속을 잡기도 연락을 이어가기도 힘든 시대였다.
현재는 손바닥에 휴대전화만 있으면 모든 걸 쉽게 할 수 있다.
그만큼 이별도 쉬운 방법으로 변화된 게 아닐까..
차단을 할 만큼, 또는 당할 만큼 무슨 사연이 있지 않을까...
그럼에도... 누군가가 나를 차단한다는 사실은 늘 쓰리고.. 늘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