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幸福)
사전적 의미로는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
내가 우울증 치료를 시작하고 상담을 통해 가장 많이 대화를 나눴던 주제는
내가 무엇을 할 때에 가장 행복감을 느끼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무엇을 할 때 행복감을 느끼셨나요?, 가장 최근에 행복했던 기억을 한번 떠올려 보실래요?"
의사 선생님의 질문에 나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사실 당황했다. 왜 대답을 하지 못하지? 왜 기억이 나지 않지?
나 언제 행복감을 느꼈지? 끝내 대답을 하지 못했다.
"저.. 언제 행복감을 느꼈는지 잘 모르겠어요"라고 대답해다.
내 머릿속에는 온전히 우울감에서 해방된 채로 행복감을 느낀 기억이 없었다.
어느 정도의 우울감과 불안감 속에 웃고 즐거웠을 뿐.
의사 선생님께서는 내가 좋아하는 것이 뭔지, 뭘 할 때 즐거운지를 찾아보고,
또 그 행위를 통해 소소한 행복감을 찾아보자고 말을 했다.
나는 물었다.
"... 큰 행복도 못 느끼는데..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요?..
저 사실 너무 우울하고 힘들어요. 우울해 미치겠는데, 행복감을 어떻게 느끼죠?
행복함이 뭔지도 잘 모르겠어요"
아침에 눈을 뜨기도 힘들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았다.
최악의 상황에서 나는 병원을 다시 찾았었다.
약을 먹으며, 술을 끊었다. 술에 취해서는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할 테니까.
일을 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수십 킬로를 걷고 또 걸었다.
그걸로는 부족했다. 몸을 좀 더 힘들게 하기로 결심하고 실행했다.
하루 16시간 가까이 일을 했다. 피아노 레슨을 시작했고,
틈이 생기면 글을 썼다. 잡념에 잠길 틈 자체를 주지 않았다.
새벽에 도로를 달리고 또 달렸다.
그러다 가끔 차에서 내려 스트레칭을 하며 밤하늘을 보거나, 낯선 해안길을 바라봤다.
달과 별이 이쁘게 잘 보이는 날도 있었다. 바다 바람이 시원하게 얼굴을 스친다. 기분이 좋았다.
오늘도 술을 참았고, 우울감이 들어오지 못하게 노력했다는 생각에 뿌듯함을 느꼈다.
달리는 차에서 지인과 소소한 농담을 주고받으며 소리 내어 웃기도 한다.
소리 내어 웃어보는 게 언제인지 모를 정도였는데..
이게 소소한 행복일까.. 사실 정말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나는 불행할까. 그건 아닐 것이다.
단지 좀 우울하고.. 불안한 병에 걸렸을 뿐..
행복을 잘 느끼는 사람이고 싶다. 내가 행복감을 주는 사람이고 싶다.
정말 그리되길 간절히 소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