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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 아저씨가 우리 텃밭에 왜?

4도 3촌.  늙은 맷돌 호박으로 만든  호박전.

by 샤이니 Dec 2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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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초순,

한참 텃밭에서 일하는데 가던 경찰차가 우릴 보고 밭 옆에 차를 멈춰 세운다.

잘못한 거 없는데 왜 경찰아저씨가 오지? 죄지은 것도 없는데 그냥 무섭다.

그 자체만으로도.


경찰아저씨가 생각지도 못한 말을 건넨다.

혹시 맷돌호박 모종 심으실래요? 모종 드릴게요.

뭐지? 호박 모종?

아휴~ 다행이다. 별일 아니어서!

아휴~ 괜히 당황했네!


호박 넝쿨이 나무를 감고 올라가서 올해는 안 심으려고요.

몇 개만 심으세요, 하며 경찰차에서 모종 7개를 꺼내준다.

가던 길 멈추고 챙겨줘서 고마운 마음에 음료수 좀 드세요. 했더니, 근무 중에는 절대 먹지 않는다며, 잘 키우세요 하고 떠났다.


고마우신 경찰아저씨 덕분에 올 가을 우리 밭은 온통 주황색으로 물들었다.


나무만 타고 올라가지 않으면 저 혼자 알아서 잘 커주는 고마운 식재료 호박이다.

여름엔 연한 호박에 호박잎 두세 잎 썰어 넣어 된장국 끓이고, 돼지고기 듬뿍 넣은 애호박찌개, 애호박 전, 호박잎 쪄서 쌈장에 쌈 싸 먹으면 여름 반찬으로 다른 반찬이 필요 없는 훌륭한 한상이 차려진다. 

여름 내내 우리 식탁을 풍성하게 해 주었다.


무더위가 지나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호박들이 정신없이 열리기 시작한다.

연초록을 띤 애기호박, 노랗게 익어가는 젊은 호박, 늙어서 깊은 골까지 만들며 주황색으로 변한 호박까지,

텃밭을 바라보며 똑같이 심고, 똑같이 정성을 들여 가꾸었는데 각양각색이다.

생김새도 성격도 사는 모습도 가지가지인 우리 형제들의 삶이 생각났다.


서리 내리기 전에 수확한 늙은 호박이 무려 30개가 넘는다.


신바람이 나서 자랑하며 이 사람 저 사람 좋은 걸로 골라 나눠주고 보니, 우리 집에 남은 건 못난 애들만 남았다.

찌그러진 애, 흠집 있는 애, 한 귀퉁이가 썩은 , 성한 애가 없다.


 엄마 우린 왜 성한 애가 하나도 없어요? 또 좋은 건 다 남 줬지?


딸이 투정 섞인 말로, 힘들게 농사지었는데 우리도 제대로 된 것 좀 먹읍시다. 한다.

그래! 내년에는 우리 거 먼저 좋은 애로 골라 놓고 남은애들 남 줄 테니 걱정하지 마, 진짜지? 믿어볼게요.

근데 못난이도 좋으니 호박전 해주면 안 될까요? 더 이상 말 못 하게 지금 만들어 줄게 하며 재료 손질에 들어갔다.






호박전 만들기 재료.


호박. 부침가루. 소금 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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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감자 깎는 칼로 껍질 벗기기.

2) 채칼이나 칼로 채썰기.

3) 부침가루로 반죽하기.

호박이 익으면 물이 생기니 약간의 소금을 넣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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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 투정 그만하고 맛나게 묵소.

맛있어요, 식감이나 색상이 당근 전하고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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