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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들녘에 잡초처럼 널린 봄나물들.

4도 3촌. 방링식객 임지호 님이 생각난다.

by 샤이니


이 나이 되도록 모르는 봄나물들이 지천에 자라고 있다. 우린 풀이라고 힘들게 뽑아버리는데 다 밥상 위에 올라올 수 있는 봄에만 먹는 귀한 나물들이란다. 지나가던 사람이 우리 밭에 들어와 뭔가를 열심히 캐고 있어 뭐 하세요? 물으니 쑥부쟁이와 질경이, 망초를 캔 다한다. 어떤 게 나물인데요? 물으면서도 조금은 민망했다. 이름은 들어봤는데 땅을 비집고 올라오는 애들은 어떤 게 먹을 수 있는 나물이고 어떤 게 풀인지 모르겠다.


마트에 깨끗이 손질되어 나온 나물이나 혹은 먹어본 나물들만 알고 있을 뿐 들녘에 자라고 있는 수많은 이름 모를 나물들이 좋은 식재료인걸 몰랐다. 시골에서 자라지는 않았지만 나물을 좋아해 어느 정도는 나름대로 알고 있다 생각했는데 봄에 나오는 나물 종류들이 이렇게 많다는 게 놀랍다.


텃밭에 놀러 온 동생도 달래가 땅에서 이렇게 풀처럼 자라는 걸 처음 봤다며 신기해한다. 땅을 파고 달래 뿌리를 보고서야 "달래가 맞네~" 한다. 하긴 텃밭 농사하기 전엔 나도 모르긴 마찬가지였다. 땅에서 자라고 있는 달래를 본 적이 없었으니 풀인 줄 알고 발로 밟고 있는데 그거 달래니 뽑아다 먹으란 이야기를 들었다. 그것도 우리 밭에서~


쑥이나 머위 정도는 알겠는데 땅에서 자라는 냉이조차도 캐면서 의심스러워 코에 대고 냄새를 맡아가며 바구니에 담는 걸 보고 남편은 옆에서 아직도 모르겠어? 하며 웃고 있다. 사진 찍은걸 몇 번씩 비교하고 확인하고 재차 물어가며 어렵게 뜯어온 나물들로 다듬고 데쳐서 오늘 저녁 반찬을 만들어 봤다.





봄나물 만들기

쑥부쟁이는 소금을 넣은 끓는 물에 데쳐 약간의 쓴맛을 제거한 후 집간장과 액젓, 참기름, 참깨로 버무려주고, 질경이는 이름처럼 질기기에 다른 나물보다는 좀 더 삶아준 후 초고추장으로 새콤달콤 무쳐봤다.

망초(개망초) 나물도 데친 후 집간장과 액젓, 들기름, 참깨로 버무려주고, 냉이도 데친 후 집된장과 참기름 참깨로 무쳐주고, 돌나물은 깨끗이 씻은 후 초고추장을 살짝 뿌려주었다.





오늘 저녁 메뉴는 완전 초록초록 풀밭을 옮겨놓은 듯 자연주의 식단이다. 만들긴 했는데 익숙하지 않은 나물들이 선뜻 손이 가질 않았지만 봄에 나오는 보약 같은

음식들이라니 먹어보기로 했다. 고추장 넣고 비빔밥도 좋겠지만 나물마다의 고유의 맛과 향을 느껴보고파 비빔밥은 다음 기회로 미뤘다.






완성한 나물들을 접시에 예쁘게 담다 보니 한국을 대표했던 세계적인 요리사이자 자연요리연구자였던 방랑식객 임지호 세프님이 생각난다.


"자연에서 나는 것은 아무것도 버릴 게 없다. 음식은 사람의 마음을 담아야 한다 "는 철학으로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잔디와 잡초 이끼와 나뭇가지등 자연을 재료 삼아 요리를 만들었던 누구도 흉내 낼 수없는 독창적인 요리의 세게를 가졌던 분이다.


그분의 음식이 궁금하고 뵙고 싶어 온 가족이 강화도에 있는 산당이라는 식당을 찾았다.

전국을 돌며 새로운 식재료를 찾고 연구하고,

방송출연까지 바쁘신 분이기에 안계실수도 있겠다 했는데 다행히도 임지호세프님이 직접 만들어준 음식을 맛볼 수 있었다. 너무 예쁘고 처음 본 음식들은 먹기에 아까워 일단 사진으로 남겼다. 음식이 다 나온 이후 직접 테이블에 나오셔서 음식 맛이 괜찮았는지? 확인하는 세밀함까지 보여주셨다. 우리는 TV에서 보는 유명한 분을 만나볼 수 있었고 음식도 맛보며 사진도 찍는 귀한 시간이 되었는데 이제는 그분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기회가 없어져버렸다. 그 이후 얼마되지 않아

고인이 되어버린 세프님의 명복을 빕니다.



임지호 세프님이 만든 음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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