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도 3촌. 애호박이 풍년이다.
늦게 심은 애호박이 정신없이 열리기 시작했다. 잎사귀 하나 하나에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엄청난 생명력이다. 오이 성장과정과 애호박도 똑같다는걸 처음 알았다.
예전엔 길쭉한 애호박은 귀했던 거 같고 둥근 조선 애호박으로 찌개나 나물 또는 호박전을 부쳐 먹었다.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최애 요리는 엄마표 돼지고기 몽땅 넣어 끊인 애호박찌개다.
지금은 전라도 애호박찌개로 통칭되는데 애호박찌개는 나주지역 음식으로 알고 있다. 어렸을 적 주변에 사는 광주나 목포 친척들도 나주가 고향인 엄마가 끓여주면 생소해했던 거 같다.
결혼 후 강원도로 이사 가서 애호박찌개를 끓여주니 무슨 돼지고기로 호박찌개를 해 먹느냐며 의아해했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찾을 만큼 유명세를 탔지만, 예전엔 블로그나 유튜브가 있는 것도 아니고 먹방이니 맛집이니 소개해주는 프로그램도 접하지 못할 시절이다. 먹어보지 않으면 모를 수밖에 없는, 하지만 한번 먹어보면 두 번 세 번 찾게 되는 나주지역 애호박찌개를 만들어 봤다.
돼지고기 애호박찌개 만드는 법.
재료: 돼지고기 앞다리살 300g. 애호박 1개. 양파반 개. 쌀뜨물. 고춧가루. 국간장. 새우젓 약간. 마늘. 대파. 청양고추. 참기름 약간, 후춧가루.
1) 돼지고기 앞다리살을 두툼하고 길게 채 썰어준다.
2) 애호박, 양파도 두껍게 채 썰고, 대파, 청양고추도 썰어 놓는다.
3) 돼지고기에 참기름 반스푼정도를 두르고
고춧가루, 마늘을 넣어준 후 중불에서 고기가 익고 고추기름이 생기게 볶아준 뒤 쌀뜨물을 넣고 한소끔 끓여준다.
4) 썰어둔 2번을 넣고 끊으면 국간장과 새우젓, 후추 약간 넣어주면 끝.
깔끔하고 깊은 맛이 국밥처럼 말아먹는 게 더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