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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 맛 잊어버렸어요. 1년 만이어서요

4도3촌. 손녀의 애정 어린 투정.

by 샤이니



여름 무는 단단하지 않고 물러서 맛이 없다는 핑계로 온 가족이 좋아하는 깍두기를 담그지 않았다.

밭에 심어 놓은 가을 무가 제법 모양새를 갖추고 잘 자라주어 제일 큰 걸로 10개를 뽑아 깍두기를 담갔다.


다 자란 무가 아니기에 집으로 나눈 양이 얼마 되지 않는다.


제일 많은 통을 들고 손녀들 하교 시간에 맞춰 아들 집에 도착했다.

학교 끝나서 오는 손녀와 아파트 현관에서 마주쳤다.

"이야~ 오늘은 행운이다." 할머니를 만날 수 있어서 하며 끌어안고 좋아한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보는데 만날 때마다 아주 오랜만인양 반가워 어찌할 줄 몰라하는 모습이 이 세상 다 가진 것처럼 행복해한다.


오랜만에 좋아하는 생김치랑 깍두기 담가왔으니 저녁에 맛있게 먹어~


손녀가 할머니! 너무 오래되어

"깍두기 맛 잊어버렸어요."

1년 만이어서요.

그래! 나도 너무 오래되어 언제 담갔나 생각이 안 난다.

무 농사 잘되어 밭에 많으니 열심히 담가줄게~ "넹. 감사합니다." 한마디에

모든 피로가 녹아내린다.


가을 무는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여

산삼보다 좋다는 말이 있다.


어렸을 적 겪었던 일이 생각났다. 할아버지 제사여서 온 집안 친척들이 모여 준비하는데 어른들이 시장가신다고 단체로 나가시며 국민학교 5학년인 (지금의 초등학교) 어린 날 보고 부엌 연탄불 위에 후라이팬을 올려주며 참깨를 볶아 놓으라 하셨다.


나는 어려서부터 요리에 관심을 보여서였는지 네! 좋아요, 하며 추우니까 부엌문을 꼭 닫은 상태로 볶다 보니 어느 순간 어지럽고 토하고 싶었는데 그 이후에는 기억이 없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는 연탄가스 중독으로 쓰러진 걸 발견해서 겨울에 담가둔 동치미 국물을 입을 벌려가며 숟가락으로 계속 먹여줬더니 깨어났다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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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연탄가스 걱정은 안 해도 되지만, 무 말랭이, 무 장아찌, 무 조림 등 무를 많이 넣어 음식으로 섭취해보자.

무는 천연소화제이다.



올해 수확한 엄지척 무




얘들아!

무 농사 풍년이니 얼마든지 깍두기 담가주마. 맛 잊어버리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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