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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라헬 Oct 26. 2024

x스 아, 11시구나

사무실 공용 라운지에서 라면을 먹으며 일하고 있었다.

[이날은 x개장 라면을 먹고 있었다.]     


그때 라운지를 울리는 소리.

“x스.”     


순간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사무실에서 들을 수도 들려서도 안 되는 단어였다.     


공용 라운지 가운데에는 내 또래 남자애들 

5명이 한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이들은 공용 오피스를 사용하는 다른 회사의 대표들이다.     


한 대표가 저 단어를 내뱉자

다른 네 명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뭐야, 뭔 소리야.”

“미친 거야?”

“내가 지금 뭘 들은 거야? 잘못 들은 거지?”     


잠깐의 정적이 흐르더니

서로의 얼굴을 보며 깔깔거리기 시작했다.

영락없는 20대 남자들의 모습이었다.     


그 단어를 내뱉은 남자는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협력 업체랑 문제 있었던 거 방금 해결했어. 나도 모르게 기뻐서 그만.”

평소에도 차분한 그는 해명도 참 차분하게 했다.

[오며 가며 마주치는 데 목소리도 나긋하고 정말 차분하시다.]     


협력 업체와 진행하던 일이 잘 풀리지 않아 며칠 동안 애를 먹었는데

마침내 일이 해결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기쁜 나머지 

저 감탄사가 무심코 나온 것이다.      


아무도 그에게 나무랄 수 없었다. 

여기 있는 모두가 한 번쯤은 그런 순간을 겪어 봤기 때문이다.     


그들은 배를 부여잡고 웃으며 

“진짜 레전드다.”라던가

“야, 11시 되니까 다들 정신 나가나 보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들의 대화는 어느새 라운지 전체로 퍼져나갔다.      


이곳저곳에서 피곤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미소를 띠었다. 

라운지의 공기는 한결 부드럽고 따뜻해졌다.      


나 또한 라면을 한 입 떠먹으며 저들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그 순간 속에서 잠시나마 내 피로도 날아가는 것 같았다.     


20대 대표들과 친해져 보면 

다들 ‘꿈’을 이루기 위해 ‘CEO 페르소나’라는 가면을 쓰고

노력하는 영락없는 또래일 뿐이다.     


참으로 대단하지 않은가?

이런 꿈을 가진 젊은이들이 만들어가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시간이 흐르면 이곳을 떠나 결국 다 각자의 갈 길을 가겠지만….

우리들의 10년 후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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