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지금이 몇 시지?’
노트북 화면 오른쪽 맨 아래로 시선을 옮겼다.
그 순간, 맨 앞자리 숫자 1이 2로 바뀌었다.
‘새벽 두 시’
이제 진짜 퇴근해야겠다.
[지금 집 가서 씻고 눈 붙여도 몇 시간 못 잔다.]
경직된 몸을 천천히 움직이자
오랜 시간 한 자세로 있던 탓에
‘삐그덕’하고 뼈가 맞춰지는 소리가 났다.
[지구상의 모든 대표님, 운동하세요. 참고로 이건 제 생각이 아닙니다. 미팅하시는 분들이 저보고 운동하래요. 대표가 쓰러지면 회사 망한다면서 말이죠….]
고개를 한 바퀴 돌리고
노트북 전원을 끄자 종일 백색소음처럼 들리던
기계 소리가 멈췄다.
가방을 주섬주섬 챙겨 일어났다.
일어나자마자 내 눈에 보이는 한 남자.
내 대각선에 방향에 앉은 그는
여전히 모니터에 시선을 응시한 채 코드를 치고 있었다.
안경을 쓴 그는 늘 같은 표정 같은 자세로
자리에 앉아 코드를 친다.
그리고 우리는 늘….
서로 핑퐁을 하며 늦게 퇴근한다.
먼저 퇴근할 때마다 그를 보며 생각한다.
‘젠장. 나 오늘 너무 나약한가? 더 하고 갈까?’
분명 여기 있는 모두는 자는 시간을 빼고
남는 시간은 전부 일에 쏟아부을 것이다.
몸을 갈아 넣는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그는 오늘도 몸을 갈아 넣으며
손가락 끝으로 화면 속에 알파벳을 집어넣는다.
[오늘은 제가 먼저 퇴근해 보겠습니다. 몸에서 종일 삐그덕거리는 소리가 나요.]
안경 너머로 그는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
난 알고 있다.
꿈을 꾸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나도 꿈을 꾸고 그도 꿈을 꾸고
여기 있는 모든 이들이 꿈을 꾼다.
자신만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한 번뿐인 인생을 찬란하게 빛내기 위해
경주마처럼 질주한다.
날개를 단
유니콘이 될 날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