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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라헬 Oct 26. 2024

새벽 두 시야. 너 왜 퇴근 안 해?


‘도대체 지금이 몇 시지?’     


노트북 화면 오른쪽 맨 아래로 시선을 옮겼다.

그 순간, 맨 앞자리 숫자 1이 2로 바뀌었다.   

  

‘새벽 두 시’

이제 진짜 퇴근해야겠다.

[지금 집 가서 씻고 눈 붙여도 몇 시간 못 잔다.]     


경직된 몸을 천천히 움직이자 

오랜 시간 한 자세로 있던 탓에

‘삐그덕’하고 뼈가 맞춰지는 소리가 났다.

[지구상의 모든 대표님, 운동하세요. 참고로 이건 제 생각이 아닙니다. 미팅하시는 분들이 저보고 운동하래요. 대표가 쓰러지면 회사 망한다면서 말이죠….]     


고개를 한 바퀴 돌리고

노트북 전원을 끄자 종일 백색소음처럼 들리던 

기계 소리가 멈췄다.     


가방을 주섬주섬 챙겨 일어났다.

일어나자마자 내 눈에 보이는 한 남자.     


내 대각선에 방향에 앉은 그는 

여전히 모니터에 시선을 응시한 채 코드를 치고 있었다.

안경을 쓴 그는 늘 같은 표정 같은 자세로 

자리에 앉아 코드를 친다.     


그리고 우리는 늘….

서로 핑퐁을 하며 늦게 퇴근한다.     


먼저 퇴근할 때마다 그를 보며 생각한다.

‘젠장. 나 오늘 너무 나약한가? 더 하고 갈까?’     


분명 여기 있는 모두는 자는 시간을 빼고

남는 시간은 전부 일에 쏟아부을 것이다.     


몸을 갈아 넣는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그는 오늘도 몸을 갈아 넣으며

손가락 끝으로 화면 속에 알파벳을 집어넣는다.

[오늘은 제가 먼저 퇴근해 보겠습니다. 몸에서 종일 삐그덕거리는 소리가 나요.]     


안경 너머로 그는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

난 알고 있다.

꿈을 꾸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나도 꿈을 꾸고 그도 꿈을 꾸고

여기 있는 모든 이들이 꿈을 꾼다.     


자신만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한 번뿐인 인생을 찬란하게 빛내기 위해

경주마처럼 질주한다.     


날개를 단

유니콘이 될 날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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