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미안하다. 나 미팅 잡혔어.”
난 전화기를 붙잡고 연신 미안하다고 사과를 건넸다.
“오늘은 볼 줄 알았는데 어쩔 수 없지.”
“너네끼리 재밌게 놀아.”
“알았어. 고생해.”
친구는 이해하는 듯하면서도
목소리에서 묻어나오는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저녁 9시.
갑작스럽게 미팅이 잡혔다.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각자 일이 바빠서 자주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오늘처럼 ‘생일’이라는 명목이 있을 때 겨우 시간을 맞춰서 보는 건데
벌써 여러 번 모임에 참석하지 못했으니
서운할 만도 하다.
전화를 끊고 생각했다.
‘이번에는 정말 가고 싶었는데. 아니,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예전에 성공한 CEO가 강연 때 했던 말이 생각났다.
“여러분이 스타트업을 시작하시면 첫 번째, 가족, 친구, 연인과의 대소사를 챙기지 못할 겁니다. 두 번째, 회사가 커가는 과정에서 누군가는 여러분을 고소할 것입니다. 세 번째, 빚을 지게 될 것입니다.”
난 아직 까지는 두 번째, 세 번째 단계까지 가지 않았지만
확실한 것은 첫 번째 단계는 이미 예전부터 진행 중이다.
가족들과 친구들을 못 본 지 오래되었다.
이럴 때마다 마음이 아리다.
내 자아를 두 가지로 나누어 바라보면
하나는 회사를 이끌어 가야 할 대표고 하나는 하고 싶은 것이 많은 20대 여자다.
난 진심으로 궁금하다.
인터넷에서는 매일같이 요즘 청년들은
‘일을 안 한다’ ‘꿈이 없다’ ‘열정이 없다.’처럼
온통 부정적인 말들 뿐인데
도대체 누가 그런다는 건지 모르겠다.
내가 이런 집단 속에 들어와 있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내가 곁에 두는 친구들이 다들 열심히 살아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와 닿는 표현이 없다.
다들 약속 한 번 잡기 어렵고
잡아도 만나기 어려운 애들 뿐인데 말이다.
그러니 이렇게 생각해보자.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다.
20대는 많고 사람 나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