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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라헬 Oct 26. 2024

안, 안, 안녕! 난 유라헬이야.

저녁 8시.     


커피 머신기 앞에 서서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고 있었다.      


사무실 한쪽에는 누구나 자유롭게 차와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작은 공간이 있고 

바로 옆에는 가벼운 스낵을 살 수 있는 매점도 자리하고 있다.      


커피 머신은 24시간 언제든 이용할 수 있는데 

종류는 에스프레소, 롱고, 아메리카노가 있다. 

나는 늘 같은 선택을 한다. 

무조건 에스프레소다.     


얼음 가득한 컵에 에스프레소를 따르기만 하면 

자연스럽게 녹으면서 완벽한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되니까!


에스프레소가 추출되는 소리를 들으며 허공을 응시하고 있는데 

뒤에서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와! 재킷 엄청 예쁘네요!”

[참고로 이날 입었던 재킷은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 재킷인데 갈색 가죽 재킷이었다.]    

 

고개를 돌리자 안경을 쓴 남자가 서 있었다. 

인상이 좋은 그는 나와 비슷한 또래로 보였다.     


이곳에서 누군가가 나에게 처음 말을 건 순간이었다. 

공용 오피스에서 사람들끼리 친목을 나누는 모습을 종종 보았지만

나는 이제 막 회사에 들어와 아는 사람이 없었다.     


“아, 감사합니다!” 하고 대답하자 

그는 웃으며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사교성이 참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는 사이 에스프레소 추출이 끝나있었다. 

컵을 들어 사무실로 돌아갔다.     


다음 날, 평소와 같이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고 있을 때 

어제 봤던 그 남자가 다가왔다.      


“오늘도 그 재킷이네요. 진짜 멋있어요.” 

그는 미소를 띠며 말했다.


그의 칭찬에 나도 웃으며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짧은 대화를 나누다 보니 그도 

얼마 전 이곳에 들어온 새내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이는 나와 비슷한 스물일곱이었다.     


그 후로 마주칠 때마다 그는 자신이 준비하고 있는 일들과

이루고 싶은 꿈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는 놀라운 꿈을 꾸고 있었다.

미국에 가서 MC로 성공하고 싶다는 것. 

이렇게 큰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자신감과 패기, 밝은 성격 덕분에 

그 꿈을 진짜로 이뤄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무실에 들어와 처음 만나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또래가 생겼다는 사실만으로도 일상에 작은 위로가 되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나에게 했던 말이 있다.     


“라헬아! 너도 친해지고 싶은 사람 생기면 먼저 다가가 봐!”

“뭐라고 하면서 다가가는데?”

“안녕! 난 유라헬이야! 라고 인사부터 시작해. 모든 인간관계는 인사부터 시작이야.”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으로 떠났다.

그의 꿈이 정말로 이루어지기를, 멋진 MC로 성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일과 사람에 치여 지치기 쉬운 일상에서 그런 만남은 큰 의미가 있었다.      


그리고 난 또래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나면 배운 대로 말한다.

“안, 안, 안녕! 난 유라헬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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