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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라헬 Oct 26. 2024

미안, 나 오늘 미팅 생겼어.

“진짜 미안하다. 나 미팅 잡혔어.”

난 전화기를 붙잡고 연신 미안하다고 사과를 건넸다.     


“오늘은 볼 줄 알았는데 어쩔 수 없지.”

“너네끼리 재밌게 놀아.”

“알았어. 고생해.”     


친구는 이해하는 듯하면서도

목소리에서 묻어나오는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저녁 9시.

갑작스럽게 미팅이 잡혔다.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각자 일이 바빠서 자주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오늘처럼 ‘생일’이라는 명목이 있을 때 겨우 시간을 맞춰서 보는 건데     


벌써 여러 번 모임에 참석하지 못했으니

서운할 만도 하다.     


전화를 끊고 생각했다.

‘이번에는 정말 가고 싶었는데. 아니,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예전에 성공한 CEO가 강연 때 했던 말이 생각났다.

“여러분이 스타트업을 시작하시면 첫 번째, 가족, 친구, 연인과의 대소사를 챙기지 못할 겁니다. 두 번째, 회사가 커가는 과정에서 누군가는 여러분을 고소할 것입니다. 세 번째, 빚을 지게 될 것입니다.”     


난 아직 까지는 두 번째, 세 번째 단계까지 가지 않았지만

확실한 것은 첫 번째 단계는 이미 예전부터 진행 중이다.     


가족들과 친구들을 못 본 지 오래되었다.

이럴 때마다 마음이 아리다.     


내 자아를 두 가지로 나누어 바라보면

하나는 회사를 이끌어 가야 할 대표고 하나는 하고 싶은 것이 많은 20대 여자다.     


난 진심으로 궁금하다.

인터넷에서는 매일같이 요즘 청년들은

‘일을 안 한다’ ‘꿈이 없다’ ‘열정이 없다.’처럼 

온통 부정적인 말들 뿐인데

도대체 누가 그런다는 건지 모르겠다.     


내가 이런 집단 속에 들어와 있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내가 곁에 두는 친구들이 다들 열심히 살아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와 닿는 표현이 없다.     


다들 약속 한 번 잡기 어렵고

잡아도 만나기 어려운 애들 뿐인데 말이다.     


그러니 이렇게 생각해보자.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다.

20대는 많고 사람 나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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