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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 한 모금

시 한 모금

51. 꽃 중의 꽃

by 조유상

엄마가 그러셨지

꽃 중의 꽃은 인화(人花)라고


꽃 중의 꽃이 피려면

계절이 한 바퀴 도는 것으로 턱 없지


꽃 중의 꽃이 꽃 피려면

봄부터 소쩍새 울기를 몇 해나 거듭해야 할까


꽃 중의 꽃이 꽃피울 때

이미 꽃인 것들이 차곡차곡 차례로 피고 이울어


씨알 맺히고 여물어 가도

결국엔 꽃 피는 계절을 못 만나기도 하지


너는 한 번도 꽃피워본 적 없다는

엄마의 말에 절망했었지


꽃 피는 날이 오기는 할는지

궁금하던 날들 속


왈칵 먼저 피던 꽃들은 눈물꽃이었고

서둘러 폈다 지기를 거듭하는 건 슬픔꽃이었네


언제쯤 피어날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사람꽃은 어떻게 피어나는 걸까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

슬픔 속에 눈물로 빛나던 순간


뚝뚝 떨어져 내리던 꽃송이 끄트머리에

자그맣게 매달려 익어가는 열매는


눈물자국 비비며 배시시 웃다가

딸꾹질처럼 따라오던 울음 뒤끝에

맺힌 눈물방울이려나


어디에도 피고 지고

어디서도 볼 수 있는


살며시 익어가고

남몰래 피어나는


알 수 없는 인화,

사람꽃이여


보일 듯 말 듯하여

굳이 눈치채지 않으면

도무지 알 수 없는


늘 그리운 사람꽃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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