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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키우며

6. 엉뚱깽뚱 기쁨조 마주이야기

by 조유상 Mar 27. 2025



브런치 글 이미지 1



2008. 10. 12. 막둥이 6살 때 이야기.

브런치 글 이미지 2


병설유치원에 다니는 우리 유영이가  토요일이면 기다리는 친구가 있다. 여기 다니다 홍성으로 옮겨간 심준보. 신기하게 둘이는 참 잘 어울려 논다. 토요일마다 오다 어제 놀톤데 엄마(홍동초 보건선생님)가 출근하지 않으니까 준보도 우리 집에 오질 않았다. 형마저 목공 배우러 가니까 심심한지 밭에 따라 나올 수밖에. 유치원 다니면서 아이들은 꾀가 느는 것 같다. 밭일을 재밌게 하다가도 안 하려 드는 걸 보면... 으으으, 갈등. 데리고 가 말아?




씨 뿌려 놓은 양파가 어느덧 조금 자라 어리디 어린 실파만 해졌는데 풀이 말도 못 하게 많다. 할머니 두 분과 하루 매고도 남은 걸 마저 매기로 하고 유영이를 살살 달래 데리고 나갔다.


밭을 매는 척하다가 메뚜기를 잡고 놀다가,

"양파밭에 웬 무지?" 해가며 어쩌다 씨 떨어져 난 알타리 무를 껍질 까서 아빠 입에 갖다 넣어주더니... 갑자기

"어! 이게 웬 짓구멍?"

"아빠, 이리 와 봐 봐, 여기 짓구멍 있다!"


우리가 웃으며

"혹시 짓구멍이 아니라 쥐구멍 아닐까?" 했더니,

"아니야~! 짓구멍이 맞아~!" (.....) "특-이한 말이지~?!"


 우린 둘 다 배꼽 잡았다. 그래 진짜 특이한 말이다. 넌 희한한 놈이고...ㅋㅋㅋ


한참  또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더니 "엄마, 근데 얼마나 더 일해야 돼?" "이 골 다 매고 그 앞 골까지 다 매야지 돼"


그랬더니, "아이구 진짜 많네. 그럼 내가 도와줘야겠네, 또!"

그러고는 골에 주저앉아 통통한 고사리손으로 나름 열심히 풀을 뽑는다. 그러다가 갑자기


"심 봤다!" 한다.

"엥?!!! 웬 심?"

"엄마, 봐 봐 , 진짜 심 봤지?" 하며 제법 큰 풀을 뽑아 자랑한다.

"우와, 진짜 심 봤는데..." ㅋㅋㅋ


 한참을 쪼그려 앉아 일하는가 싶었는데,

"아유 허리 아프다, 다리도 아프고..."

슬그머니 아빠한테 간다. 쪼그려 앉아 일하니까 허리 아프다고 말하는 아빠 어깨에 등을 대고 몸을 척 걸친다.


"안돼, 안돼. 아빠 허리아팜 마!" 했더니 못 들은 척하며

"잠이 들고 말았어요, 음음!"

'아빠와 크레파스' 노래에 나오는 노랫말을 노래하며 코 고는 흉내를 내는 게 아닌가! 하여튼 웃기는 짜장면!


좀 있다가 내가 다리도 쉴 겸 일어났다가 알타리에 붙은 벌레를 잡아주고 있는데, 마침 방아깨비 부부가 보인다.


브런치 글 이미지 3


 "유영아-, 여기 방아깨비 있다." 그랬더니 얼른 내 옆으로 온다. 잡아달라고 하길래

"안돼, 너 쟤네들 뭐 하는지 알아?"

"응, 짝찌끼(짝찟기)하는 거지"

"그래, 새끼를 많이 낳아야 하는데, 짝짓기 할 때 잡으면 안 되지" 하며

"어떤 게 수놈이고 어떤 게 암놈인지 알아?"하고 물었더니

"으음, 수놈이 여자야 남자야?"

"수놈이 남자지"

"음, 그럼 위에께 수놈이지"

"와, 그런 걸 다 아네." 감탄하는데, 느닷없이

"엄마 아빠도 짝찌끼해?"

"그럼, 그랬으니까 이렇게 이쁜 똥강아지 낳았지."

"그럼 짝찌끼할 때 엄마가 위에 있어, 아빠가 위에 있어?"

허걱! 순간 당황! 그러나 사실대로


"엄마가 아래 있을 때도 있고, 위에 있을 때도 있지" 그랬더니

"그럼 엄마가 여자도 되고 남자도 되네!"

"히야, 그러네~!" 그러곤 다행히 화제가 다른 걸로 옮겨갔다. 흐유~ 에렵다, 에려워!!!

잠시 진땀 났다.



 그래도 우리 유영이와 함께 일 할 때마다 재밌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우린 그 즐거움을 맛보려 또 부를 거다.


"유~영아, 밭에 가자~~~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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