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가 골프 레슨 시장을 점령한 지도 꽤 오래되었다.
나도 한때 유튜브 레슨에 빠졌었다. 추천 영상에 이끌려 밤늦게까지 보고, 익힌 내용을 다음날 연습장에서 따라 해보곤 했다. 가끔은 기대한 대로 잘 맞았고, 또 어떤 날은 완전히 망가지기도 했다. 미디어 특성상 꼬리에 꼬리를 물어 스윙이 더 꼬이게 되고 결국 중독이 되기 때문이다. 불특정 다수가 보는 유튜브 레슨은 누군가에게는 유레카가 되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좌절을 안기는 독이 되기도 한다.
나는 레슨을 좋아한다. 초보 때 5년은 레슨을 받았고, 지금도 틈틈이 원포인트 레슨을 받는다. 스코어가 있는 스포츠는 목표에 대한 열망이 생길 수밖에 없다. 물론 자신과의 경쟁이다. 그 과정에서 경험이 쌓이고 구력이 쌓이고 노련미가 축적된다. 아마추어들에게 골프만큼 선생님이 중요한 운동이 있을까 싶다. 선생님을 잘 만나면 3년 걸려 배울 것을 3시간 만에도 배운다. 그만큼 스승과 제자의 궁합이 중요하다.
나는 지금도 레슨을 받을 때는 유튜브를 일부러 멀리한다. 프로의 피드백과 유튜브 영상의 조언이 충돌하면 오히려 더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레슨 프로는 내 몸을 보고, 유튜브 프로는 내 몸을 모른다. 물론 디지털 레슨은 매력적이다. 손쉽게, 무료로, 반복해서 볼 수 있고, 심지어 슬로모션 분석도 가능하다. 하지만 결국, 내 스윙을 바로 옆에서 관찰하며 나만을 위한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사람은 TV 화면 속 인물이 아니라, 연습장 내 옆의 프로다. 예전엔 투어에서 은퇴한 프로들이 TV 채널에서 레슨을 진행했다. 요즘은 유튜브 속 유명한 프로들을 TV 레슨 프로그램에서도 볼 수 있다. TV를 통해 불특정 다수의 골퍼들을 상대로 한 레슨은 한계가 있어 보인다. 어쩔 수 없다. 골프 스윙은 백인백색이니 말이다. 스윙 영상을 보지 못해서 또는 연습장 스윙과는 달리 실전에서 어떤 스윙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들 중엔 투어 경험이 있는 이도, 없는 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마추어 골퍼 입장에서 중요한 건 투어 경력보다는 '아마추어의 시행착오를 얼마나 이해하느냐'다. 그 점에서, 나는 ‘좋은 프로’를 만나는 것도 실력이라 생각한다. 좋은 프로는 내 스윙 습관과 골프에 대한 태도를 정확히 본다. 그 위에서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을 말해준다. 레슨을 받을 땐 짧은 시간이지만, 그 몇 분이 며칠, 때론 몇 달을 바꾼다.
요즘은 연습장도 많이 달라졌다. 타석마다 설치된 영상 모니터와 거리·탄도 분석 시스템은 내 샷을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마치 나만의 작은 스튜디오 같다. 라운드를 앞두고 실외 연습장에 들러 이 시스템을 쓰면 생각보다 정확하고, 무엇보다 피드백이 빠르다. 집 근처 실외연습장에서 라운드 전날 연습하곤 하는데 무척 정확하다. 솔직히 놀라웠다. 자연 속에서의 골프가 점점 디지털과 연결되고 있다. 언젠가 골프장 코스 안에도 이런 디지털 장비가 깔릴 날이 오지 않을까. 젊은 골퍼들에겐 이런 환경이 오히려 더 익숙하니까.
하지만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레슨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내게 정확한 영상을 추천해 줄 수는 있지만, 내 몸의 감각과 리듬까지는 읽어내지 못한다. 무수한 영상 속에서 자신에게 맞는 스윙팁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한두 번 해보고 입력이 안되면 어느 날 또 다른 채널을 구독하고 열혈 시청자가 되곤 한다. 나도 슬럼프 시기에 그랬다. 내가 생각하는 골프 레슨은 이렇다:
나의 스윙과 골프에 대한 태도를
전문가의 눈으로 옆에서 직접 확인받고 내게 맞는 피드백을 받는 것
내가 레슨을 좋아하는 이유다. 나는 레슨지상주의자다. 레슨은 늘 즐겁다. 짧은 시간이라도 프로가 보는 앞에서 스윙을 점검받는다. 자신이 원하는 골프로 인도해 주는 프로를 만나는 건 행운이다. 나는 아마추어의 스윙은 거기서 거기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레슨은 투자한 만큼 오래오래 보상받는다. 멋진 스윙은 보기에도 좋고 당장 결과를 못 내더라도 레슨의 긴 과정에 있다면 반드시 원하는 결과를 얻는다. 레슨은 단지 ‘고치는 것’이 아니라, 내 골프를 더 이해하는 방법이고, 그 길을 함께 걸어줄 동반자를 만나는 일이다. 그리고 좋은 프로를 만나는 것, 그건 아마추어 골퍼가 가질 수 있는 최고의 핸디캡이다.
=오늘의 팁 한 줄=
내가 신뢰하는 프로는 그립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자주 체크해 주지만 그립에 온 신경을 쓰게 하지 않는 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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