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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인원은 노래를 부르는 사람에게 온다

그는 노래했고, 결국 골프의 신이 듣고 말았다

by 언덕파

파 3홀에만 들어서면, 그는 늘 노래를 부르는 지인이 있다.

가끔씩 만나 라운드를 하는 친한 멤버다.


“오늘 홀인원 할 거야~ 홀인원 할 거야~
보험 들어놨어~ 골프백 내려~ 골프백 내려~"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다. 헛된 욕심 같은?

혼잣말인지, 동반자들에게 보내는 엄포인지, 아니면 자기 최면인지...
하지만 매 라운드마다 빠짐없이, 파3에만 들어서면 이 주문을 노래처럼 읊조렸다.

결과는? 대부분은 비웃음으로 끝났다.

볼은 홀 근처는커녕, 늘 전혀 엉뚱한 곳으로만 날아갔다.
동반자들은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홀인원이 어디 고스톱 3점 내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노래를 부른다고 진짜 들어가겠나?’


그러던 어느 날, 그 노래가 진짜 현실이 되어버렸다.

지인을 통해 그 소식을 들었다.

“그 실장님, 진짜 홀인원 했대요.”
“진짜?”
“보험금도 타고, 저녁에 만난 사람들한테 밥도 사고 난리였대요.”


어쩌다 그렇게 됐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습관처럼 부르던 노래가 우주의 기운을 흔든 걸까?
골프의 신이 그 간절함에 귀를 기울인 걸까?

홀인원은 운이라고들 한다.
실력으로는 절대 설명할 수 없는 우연의 교차.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는 단순히 운을 기다린 게 아니었다.
매 라운드마다, 매 파 3홀마다
뻔뻔하게, 성실하게(?) 노래를 불렀다.

결국 그는 “기원이 아니라 “루틴”으로 그 노래를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나는 홀인원을 해본 적은 없다.
핀을 스친 적은 있었고, 깃대를 맞춘 적도 있었고,
‘딱 3cm’가 모자라 아쉬웠던 적도 있었지만,
결국 공은 홀 안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때마다 위로했다. “뭐, 언젠간 되겠지.”
하지만 한 번도 “나도 곧 할 거야”라고 말해본 적은 없었다.
홀인원이란 건 일부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라고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말하는 사람에게 온다.
노래하는 사람에게 간다.
믿는 사람에게는 결국 도착한다.

그가 했던 건 노래가 아니라 신념이었다.
웃기게 들리지만, 스스로를 믿는 방식이었던 것이다.
그 반복된 주문은, 마음을 흔들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키는 마법 같은 것이었다.


나도 이제 하나쯤 만들어야겠다.
올해 안에 하고 싶은 무언가가 있다면,
그걸 입 밖에 꺼내고,
조용히 흥얼거리며,
내 일상 속 파 3홀 앞에서 다시 한번 주문처럼 읊어야겠다.


그것이 골프든,

비즈니스든,
글쓰기든.

인생의 홀인원은, 노래를 부르는 사람에게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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