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수박은 디저트가 아닌 콘텐츠였다
한여름 골프. 여주에 있는 금강 CC를 다녀왔다.
짧은 소나기만 예보되어 있을 뿐, 내내 폭염이 예상되던 날.
9홀 시작즈음 캐디가 그늘집 메뉴를 물어본다. 늘 마주하던 메뉴 중 눈에 띄는 메뉴가 하나 있더랬다.
'수박 스테이크'
궁금했다. 소고기 스테이크 위에 수박 몇 조각을 올려줄리는 없을 텐데 말이다.
기진맥진 전반 9홀을 마치고 스타트하우스에 들어섰을 때,
접시 위에 웅크린 수박 한 덩어리가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그 수박은 우리가 아는 그런 수박이 아니었다.
얇게 썰어 내오는 디저트 수박도 아니고, 삼각형 조각도 아니었다.
그건 메뉴 이름 그대로 거의 ‘스테이크’였다.
수분을 품은 육즙 대신 과즙이 흐르는 붉은 덩어리
그리고 그 옆에는 당당하게 세팅되어 있는 포크와 나이프.
잠시 당황했다.
"수박… 썰어 먹으라는 건가?"
"그냥 손으로 베어 물면 안 되는 걸까?"
"혹시 이 수박, 웻에이징 했나?"
그 순간 동반자 중 한 명이 조심스럽게 칼을 들었다.
그리고 고기 자르듯 수박을 썰기 시작했다. 마치 티본스테이크 썰 듯 수박을 썰고 있는 모습이 어쩐지 웃기면서도 또 멋있어 보였다. 그래, 어쩌면 이건 수박이 아니라 '여름의 의식' 같은 무언가였을지도.
하지만 정직하게 말하자면, 그 퍼포먼스를 다 감안하더라도 가격은 꽤 야무졌다.
수박 하나 값이 거의 한 접시 냉면이었다. (심지어 얼음도 안 들어 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우리가 먹은 건 그저 ‘수박 한 덩어리’였다.
마트에서 한 통을 사면 10조각은 나올 법한 그 수박.
조각 수로 따지면 결코 고급스러운 음식이 아닐 수 있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이걸 특별하게 느꼈을까?
그건 결국 '어떻게 보여주느냐'의 차이다. 도마 위의 고기처럼 두툼하게 썰고, 하얀 접시에 단정히 올리고,
포크와 나이프, 민트잎까지 더했을 뿐인데 그 순간 수박은 과일이 아니라 ‘경험’이 됐다.
같은 가격, 같은 양의 수박이라도 어떻게 연출하고, 어떤 공간에서, 어떤 맥락으로 내놓느냐에 따라
프리미엄이 되기도 하고, 골프장의 브랜드 이미지가 되기도 한다.
이건 마케팅 이야기이기도 하고,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과도 닮아 있다. 똑같은 실력, 똑같은 아이디어, 똑같은 말이라도 어디에서, 누구 앞에서, 어떤 방식으로 보이느냐에 따라 가치는 다르게 매겨진다.
이런 유사한 상황은 일하면서 무수히 많이 겪었다. 까보면 별 거 아닌 아이디어도 포장하는 방식과 전달하는 무드에 따라 180도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그냥 수박 몇 조각을 쟁반에 놓은 것이 아니라, 흔하디 흔한 수박에 ‘스테이크’라는 형식을 더한 마케팅 아이디어였다.
굳이 칼과 포크로 먹을 필요는 없었다.
그런데도 수박을 썰면서 우리는 잠깐 멈췄고, 웃었고, 감탄했다. 그게 ‘한 덩어리의 수박’이 주는 쾌감 이상의 것이었다면, 아마도 그건 골프와 비슷한 지점에서 오는 기쁨일지도 모른다.
샷도, 전략도 중요하지만 가끔은 그늘집에서의 아이스크림이나 스타트하우스의 수박 스테이크가
그날 라운드를 가장 오래 기억하게 해주기도 한다. 우리는 결국 네 명이 나란히 앉아 수박을 썰고, 먹고, 웃으며 그 짧은 순간을 한여름 라운드의 클라이맥스로 삼았다.
“수박 한 조각에도 브랜딩이 스며들 수 있다면, 내 삶의 평범한 순간도 다시 써야 하지 않을까.”
1) 수분 보충은 ‘쌓는 개념’으로
라운드 중간마다 몰아서 마시기보단 홀마다 소량씩 자주 마시는 게 훨씬 효과적입니다.
이온음료와 물을 번갈아 마시며, 입이 마르기 전에 미리 보충하세요.
2) 그늘집 아이스크림은 곧 전략이다
돼지바, 메로나 같은 아이스크림은 순간적으로 체온을 낮추고 기분도 전환시켜 줍니다.
단, 너무 차가운 걸 급하게 먹으면 어지럼증이 생길 수 있으니 천천히 즐기세요. 맛있다고 두 개 세 개 드시진 마세요. 혈당 오릅니다.
3) 양산보다 ‘쿨타월’
남성 골퍼여서 양산이 어색하다면 쿨타월 하나로 땀도 닦고 햇빛도 가려보세요.
목 뒤를 식히는 것만으로도 집중력이 달라집니다. 물에 적셔 걸치면 오래갑니다.
4) 티샷 전, 눈을 감고 숨 한번 내쉬기
더울수록 스윙 전에 숨 고르기가 더 중요합니다.
첫 홀이나 힘든 파 3홀 앞에서는 호흡으로 멘털을 먼저 정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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