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음악을 따른다
미국 버지니아 공대(Virginia Tech)의 홈구장.
대학 미식축구 경기가 시작되기 전,
수만 명의 관중이 동시에 일어선다.
그리고 울려 퍼지는 단 하나의 곡—
메탈리카(Metallica)의 〈Enter Sandman〉
웅장한 기타 리프가 깔리고, 비트가 올라가는 그 순간
관중은 폭발하고 선수들은 스파크를 튀긴다.
이 노래는 이 대학 경기의 상징이자,
감정을 고조시키는 리듬의 교과서가 되었다.
음악은 이렇게 ‘에너지’를 만드는 장치다.
그리고 그 에너지는 개인의 감정도,
집단의 분위기도 바꿔놓는다.
https://youtu.be/4MlkJHKfn8E?si=OpJkmtL9OoePCvgU
요즘 내 샤워 시간에는 한 곡이 울린다.
요즘 한창 상영 중인 영화 'F1 더 무비 OST.'
세계적인 영화음악의 거장 한스 짐머의 박진감 넘치는 전주와 전속력 질주하는 비트,
가속의 리듬이 그대로 샤워 물줄기와 맞물린다.
어떤 날은 샴푸를 헹구며 브레이크를 밟고,
어떤 날은 거품 낀 머리를 두고도 그대로 질주한다.
어쨌든 오늘의 하루는 이 음악과 함께 시동을 건다.
우리는 흔히 기분 따라 음악을 고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은, 음악이 먼저 기분을 만든다.
내가 뭘 느끼는지를 깨닫기도 전에, 어느새 음악이 먼저 분위기를 만들어버린다.
그날의 감정에 따라 음악을 고르지만 또 음악에 따라 그날의 감정이 달라지기도 한다.
발라드를 들으면 가라앉는다. 트로트를 들으면 어딘가 눅진해진다.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지금의 내 파동과 맞지 않는다는 뜻이다.
매일 새벽 조깅 루틴. 헬스장에서 땀 흘린 뒤 이어지는 샤워.
경제신문을 보며 밑줄 긋는 아침.
그리고 유튜브를 보며 듣는 F1 더무비 사운드트랙.
감정은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나는 내 감정을 설계하고 있다.
그리고 음악은 그 설계의 '배경음'이다.
우리는 모른다. 우리가 얼마나 음악에 흔들리고
또 얼마나 음악에 의해 감정이 만들어지는지.
세계적인 경기나 스포츠 스타트 전에 발라드가 울리는 경우는 없다.
그건 누군가의 감정을 ‘올리기 위한’ 음악이기 때문이다.
음악은 조용한 프로그래머다. 우리의 하루를 조용히 세팅한다.
그래서 내 플레이리스트엔 느린 감성보다 빠른 박자,
처연한 이별보다 박차고 나가는 질주가 들어 있다.
샤워를 하며, 차를 타고 이동하며, 콘티를 정리하고, 기획서를 준비하며
나는 늘 나를 ‘올려야’ 한다.
카피라이터의 뇌는 가끔 발라드를 용납하지 않는다.
감정은 나의 주인이 아니다.
내가 감정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음악은 그 조율 도구다.
지금의 나에겐 강한 리듬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리듬은 내 하루를 박자로 설계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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