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살려준 둘째 아가가 태어났다
이제 나만 수술 잘 받으면 모든 불행은 끝이라 생각했는데.. 그런데..
내 몸속에 커다란 혹이 있다는 사실보다
지금은 건강하게 둘째를 낳는 게 먼저라
걱정은 출산 후로 미루고 지냈다.
아니 미룬 것처럼 억지로 생각하며 지냈다는 게
맞을 것 같다.
제왕절개 수술 하루 전 입원날..
평소처럼 첫째를 등원시키고 입원 준비를 하고
병원에 가려고 엄마랑 인사를 하는데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말 안 해도 다 아는 듯 끌어안고 펑펑..
남들처럼 내 몸이 건강했고 뱃속 둘째가 건강 이상이
없었다면 만남에 대한 설렘으로 가득 찾을 순간들일
텐데..
입원을 하고 첫째가 잘 시간이 다 되어가서
영상통화했더니 왜 엄마 안 오냐고 빨리 내 옆에 와서
자라고 엉엉 운다.
엄마 빨리 갈게 조금만 기다려줘.
우리 꿈에서 만나서 신나게 놀자.
이렇게 말하면서 나도 울고 그 모습 보고 있던
화면 속 친정엄마도 엉엉.
엄마 수술 잘 받고 얼른 갈게.
사랑해 아들.
사랑해 엄마.
다음날 아침.. 사랑스러운 둘째를 만났다.
제왕절개수술이야 이미 첫째 때 경험해서
수술 후 얼마나 아픈지 잘 알기에 각오는 했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있었다.
하반신마취를 하고 아기를 보여주고 날 재워주겠지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후처치 때 수면마취를 하지 않고 그대로
진행하는 것이 아닌가??
아기가 나온 후에도 나는 깨어있는 상태로
의료진의 목소리부터 수술도구소리까지 모든 걸 듣고
느꼈다. 그 자체가 너무 고통스럽고 무서웠다.
하반신마취라 감각은 없지만 내 뱃속을 헤집는
중이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으면서 별의별 상상 속에서
일분일초가 끔찍했다.
내 인생에 이런 무서운 경험은 이게 마지막일 거라
생각하면서 겨우 견뎠다. 결국은 아니었지만..
태어나자마자 신장 때문에 검사를 받아야 하는
둘째는 니큐에 들어갔고 2주 동안 얼굴도 보지 못했다.
그리고 둘째 퇴원 날 검사 결과를 들었다.
오른쪽 신장에 혹이 생긴 것이 아니라 아예 형성이
되지 않았다고.. 그 외 모든 부분은 문제없다고 하셨다.
생각보다 신장 하나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며.
우리 둘째는 남은 신장 하나가 아주 건강하기 때문에
너무 걱정 말고 평범하게 키우면 된다고 하셨다.
그래도 물론 신장에 무리 가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는
말도 함께..
그래.. 사람이 신장이 두 개인 이유는 있을 테니까.
둘째도 건강하게 퇴원했고 이젠 진짜 나만 남았다.
나만 수술 잘 받고 회복하면 모든 게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거란 생각에 조금은 기뻤던 것 같다.
그땐 분명 그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