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더 행복하려고..
출산 한 달 전 유방암 3기 환우가 된 나의 이야기.
2021년 12월.
내 나이 서른여섯.
며칠 뒤면 5살이 되는 아들과 곧 세상구경을 하려고
준비 중인 꼬물이가 뱃속에 있었다.
막달이 다 되어가니 가슴도 자연스레 커졌는데 얼마
전부터 왼쪽 가슴에 무언가가 만져졌다.
응? 이게 뭐지? 유선 때문에 그런가? 막달이라 좀
뭉치는 건가? 평소였으면 그냥 넘어갔을 텐데
이상하게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거기다 통증까지 있으니 조금 불안하기도 했다.
출산하고 나면 정신없을 텐데 미리 병원 가서 확인을
하고 올까? 유선 때문이거나 양성종양이겠지 뭐.
가서 초음파나 받아봐야겠다고 생각했었다.
별생각 없이 다니던 산부인과에 외과가 있어서 진료를
받았다. 촉진을 하고 초음파를 보더니 갑자기
조직 검사를 한다고 했다.
네? 저만삭인데요?
부분마취라 상관이 없다며 후다닥 준비하고 어느새
탕탕탕. 마취하고 조직을 떼어냈다.
아팠다. 그런데 왜 굳이 만삭 임산부를 조직 검사까지
하는 거지? 모양이 이상한가? 에이~ 신경 안 쓸래
혹이 만져지니까 확인차 하는 거겠지
지금도 머리가 복잡한데 설마 별일 있겠어??
일주일 후에 결과 듣고 생각하자.
몇 달 전 둘째 아기가 2차 정밀 초음파 때 신장이
하나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출산 전까지 그
생각 말고 다른 생각은 할 겨를이 없었다.
신장이 하나일지 아니면 두 개 중 하나가 혹이 많이
달린 다낭신인지 알 수 없을 때라 그저 건강하게 세상을
마주할 수 있게 해달라고 빌고 또 빌었던 그때였었다.
일주일 후.
결과만 듣고 오면 되니까 엄마랑 친정 오빠는
주차장에서 기다리라 말하고 혼자 올라갔다.
혼자 오셨어요? 네.
아.. 들어오세요.
그때까지도 정말 아무런 걱정도 없었다.
그러니 배불뚝이 혼자 씩씩하게 들어갔었겠지.
나한테 무슨 일이야 있겠어??
음.. 암입니다. 그래도 착한 암이네요.
상피내암이라고 떼어내기만 하면 되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지금은 아기만 생각해요.
곧 출산이잖아요. 다 잘될 거예요.
수술만 하면 되니까 여기서 해도 됩니다.
가족들하고 상의해서 연락 주세요.
알겠다는 말만 어렵게 내뱉고 진료실을 나왔다.
주차장까지 내려올 땐 그냥 멍했었다.
내가 지금 무슨 말을 들은 거지??
암? 내가 암이라고? 출산이 3주 남았는데..
한참을 멍하니 서있다 친정오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빠.. 어느 쪽이야? 차가 안 보여.
아까 거기야~ 옆쪽으로 나오면 돼.
응.
철컥.
차에 올라타서 엄마얼굴을 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눈물이 터져버렸다.
엄마와 친정 오빠가 계속 왜 그러냐고 왜 우냐고
왜 이렇게 늦게 온 거냐고.
무슨 말들은 거냐고 재촉을 했다.
엄마.. 엄마.
나 암 이래... 엄마.. 엄마.. 나 어떡해.
엄마품에서 나는 한참을 울었다.
그렇게 나는 둘째 아기 출산 3주 전 암 환자가 되었다.
별일 아닐 거라고 애써 생각을 안 하려고 했는데
계속 병원이 가보고 싶었던 걸 보면 나도 모르게
뭔가 느껴졌던 걸까.?
아니면 엄마 살리려고 둘째 아기가 나에게
찾아와서 열심히 알려준 걸까.?
역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