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이게 현실이지..
12번의 표적항암치료비용을 듣고는 그저 한숨만..
수술 후 몇 주의 회복기간이 지나고
표적항암치료를 시작해야 할 때가 왔다.
3주에 한 번씩 총 12번의 항암과 23번의 방사선 치료..
독성항암과 수술이 끝나서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지만
남은 표적치료와 치료비가 현실을 깨닫게 해 주었다.
수술 후 치료계획에 대해 담당 교수님과 이야기를 했었다. 나는 선항암과 수술로 암이 모두 없어진 상태라서 후항암에는 허셉틴이라는 약만 사용해도 된다고 했다. 허셉틴은 보험적용이 되어서 회당 5만 원이면 맞을 수 있고 허벅지주사로 맞아서 입원이 필요하지 않다고..
하지만 나는 나이가 젊고 3기로 높은 기수에 전이까지 있었기 때문에 퍼제타라는 항암제를 같이 추천한다고 하셨다. 퍼제타는 선항암 때는 보험적용이 되지만 후항암에는 적용되지 않아서 비용이 어마어마했다.
1박 2일 입원해서 허셉틴과 퍼제타를 맞게 되면 3주에 한번 치료비만 250만 원 정도라 남은 12회를 계산해 보니 대략 3000만원이 드는 거다.
그 말을 듣고 가족들에게 비용이 너무 부담돼서 허셉틴만 맞겠다고 말했는데 남편이 돈은 자기가 알아서 할 테니 재발을 막아주는 것만 신경 쓰라며 입원치료를 권했고 친정엄마도 무조건 그렇게 하라고 하셨다.
사실 가족들이 그렇게 말해줘서 너무 고마웠다.
몸도 아픈데 치료비까지 많이 들어서 돈까먹는 기계가 된 기분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코 적은 확률이라도 붙잡고 살고 싶었다.
퍼제타라는 약을 추가로 사용하면 허셉틴만 단독으로 사용했을 때보다 재발률을 3% 떨어뜨려준다고 했다.
3%때문에 3주마다 250만 원을 쓰는 게 맞는 걸까? 고민했지만 젊은 나이에 게다가 임신 중에 유방암까지 걸린 내가 확률을 따지는 게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 1%만이라도 막아준다면 하는 게 맞지 않을까? 교수님이 추천한 거면 이유가 있지 않을까?
다행히도 두 항암제 모두 독성항암제만큼의 큰 부작용은 없지만 허셉틴은 심장에 무리를 줄수도 있어서 심장초음파를 주기적으로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난 케모포트를 쇄골아래 계속 심은 채로
표적항암치료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