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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a 5시간전

오로라를 찾아서... #9

오로라를 찾아 아이슬란드로

오로라를 자신 있는 주력 관광 상품으로 내놓은 나라가 북유럽에서는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다.

섬나라 아이슬란드의 위도는 북쪽 끝이 북극권 66도에 닿아있어 오로라 오벌의 약간 아래쪽에 위치한다.


겨울의 아이슬란드는 국토를 빙 두르며 이어지는 1번 국도를 제외하고는 수도 레이캬비크 인근에서만 차량 통행이 가능했다. 내륙 쪽의 도로는 얼음으로 뒤덮여 사륜구동차량이 아니면 들어설 수도 없다.


아이슬란드를 홍보하는 사진에서 오로라는 빠지지 않는다. 형광색으로 빛나는 오로라가 호텔 옆에도, 마을에도 들판에도 동구밖에도 휘날린다. 가기만 하면 어디서든 볼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내가 오로라 여행을 위해 많은 자료를 찾아보았을 때에도 날씨가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은 전혀 없었다. 사람이란 존재는 바로 앞의 뻔한 사실마저 자기에게 맞춰 생각하기 마련이라 작가 빌 브라이슨이 16일 만에 겨우 오로라를 봤다고 쓴 글을 보고 나서도 내게 그런 불행이 닥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조금만 제대로 알아봤다면 겨울의 아이슬란드는 비가 많이 내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텐데, 노르웨이도 마찬가지지만 아이슬란드 남부는 특히 비가 많다.


수도인 레이캬비크도 당연히 마찬가지였다. 아이슬란드의 숙소를 고르며 우선으로 생각한 건 당연히 오로라였다. 낯설기만 한 지명과 수많은 호텔들 중 오로라를 내세운 호텔이 눈에 띄었다.

호텔 락스네스 Laxnes.

푸른빛 오로라가 하늘로 솟아오르는 호텔 사진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레이캬비크 외곽에 자리 잡아 ‘대도시 외곽에서 오로라를 볼 수 있는 유일한 호텔’이라고 했다.

‘그래. 바로 여기야!’

주저 없이 예약을 했다.


레이캬비크행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아이슬란드 상공은 짙은 구름으로 덮여 있었다. 오로라를 보고자 하는 사람에게 구름이 어떤 존재인지 이제는 안다. 노르웨이를 잿빛 하늘로 뒤덮게 했던 멕시코 만류는 아이슬란드 남쪽 해안을 지나 노르웨이로 흐른다. 노르웨이를 떠나며 날씨 검색을 해보니 레이캬비크 날씨 예보는 내내 비 또는 눈이었다.


'우리가 도착할 때쯤이면 날씨가 나아지겠지'라는 희망이 무색하게도 비행기에서 내리자 역시나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그 비는 수시로 강한 바람을 함께 몰고 왔다. 짐을 찾으면서 보니 비행기 화물칸에서 나온 우리의 가방은 비에 흠뻑 젖어 있었다. 가방을 끌고 렌터카 사무실로 가는 길에도 비는 사정없이 온몸을 때렸다.

그날 밤 밤새 태풍이 몰아쳤다. 가을철 한반도에 찾아드는 태풍과 똑같았다. 나무들은 이리저리 휘청거리고 가로등 아래 물보라가 분수처럼 나부꼈다.


그러나 이곳 사람들은 결코 부정적인 말을 하지 않았다. 아이슬란드에서는 매일 공식적인 오로라 예보를 발표한다. 이렇게 비가 쏟아지는데도,

'아이슬란드 전역에 비구름이 덮여 오로라를 보기 어려우나 북서쪽 일부 지역은 구름층이 얇아 오로라를 볼 수 있는 확률도 있다.'라고 표현을 한다.  

아이슬란드 남해안을 따라 일주일 내내 비 예보가 이어져도

'남쪽 해안에 일주일간 비가 내릴 확률이 높으나 중간에 하늘이 열리면 잠깐씩 오로라를 볼 수도 있다.'

이런 식이다. 절대로 오로라를 볼 수 없다고 끝내는 일이 없다. 이러니 오로라를 찾는 사람들이 불나방처럼 모여들 수밖에...


노르웨이에서도 거의 열흘간 날이 흐리고 오로라를 볼 수 없어 갑갑한 마음에 배의 직원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명색이 '오로라 크루즈'데 어쩌면 이렇게 안 보일 수 있냐고.

그러자 직원은 우리 배는 노르웨이의 아름다운 피요르드 해안과 오로라를 함께할 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크루즈라고 자신할 수 있다. 오로라 자체만 보고자 하는 사람보다는 자연과 오로라를 함께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할 수 있다’고 되뇔 뿐이다.

오로라가 나와야 자연과 오로라를 함께 지, 오로라가 나타나지도 않는  느냔 말이다.  


겨울의 아이슬란드는 국토를 빙 두르며 이어지는 1번 국도를 제외하고는 수도 레이캬비크 인근에서만 차량 통행이 가능했다. 내륙 쪽의 도로는 얼음으로 뒤덮여 사륜구동차량이 아니면 들어설 수도 없다.


아이슬란드를 둘러싼 1번 국도 링로드를 한 바퀴 돌아보았다. 서쪽에 자리 잡은 수도 레이캬비크와 서너 개의 도시(라기보다는 작은 마을) 주변 외에는 옛 강원도의 화전민촌보다 더 적은 집들이 띄엄띄엄 자리하고 있었다.

아이슬란드 동해안을 지나가는 동안 마주친 차는 다섯 손가락으로 꼽아도 남아돌았다. 아이슬란드에서는 집들이 서로 너무나 멀어 불빛으로 위치를 알리려는 듯 현관마다 형광등을 24시간 밝히고 있었다.


추운 겨울 이어서일까? 동물도 적었다. 레이캬비크 인근을 제외하고 우리가 만난 건 까마귀 몇 마리, 갈매기 한 마리, 물개 한 마리, 물오리 한 마리, 순록 (은 아니고 순록을 그린 표지판) 뿐이었다.

이 적은 인구가 넓은 땅에 퍼져서 어떻게 사나. 인파에 치이고 사람에 부대끼며 사는 도시에서 온 나는 그저 궁금할 뿐이었다.


아이슬란드에서 돌아와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문명의 붕괴>를 읽었다. 새롭게 알게 된 여러 가지 사실들.


아이슬란드는 유럽에서 생태적으로 가장 심하게 훼손된 나라였다. 바이킹이 처음 왔을 때 4분의 1이 숲이었던 아이슬란드는 초기 정착자들이 나무를 베어내 목초지를 만들고 땔감과 목재로 사용하면서 수십 년 만에 삼림의 80%가 사라졌고 현재는 96%가 사라졌다고 한다.


결국 1%만 숲으로 남은 아이슬란드는 황량한 땅, 갈색 사막으로 변해 버렸다. 미국 우주항공국(NASA)이 우주비행사들의 적응을 돕기 위해 달 표면과 비슷한 곳을 지구에서 찾으려 했을 때 선택한 곳이 바로 아이슬란드였다.


화산과 얼음, 물과 바람은 아이슬란드의 침식을 가속화시켰다. 땅이 황폐해진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야 아이슬란드 인들은 남아있는 나무를 소중히 보호하고 돼지와 염소의 사육을 중단다. 풀의 생장을 보장하기 위해 농부들은 공동으로 소유한 초지에서 최대한 몇 마리까지 양을 키울 수 있고, 그렇게 결정된 양의 수를 각 가정에 어떻게 할당할 것인지도 합의해서 결정했다.

지금의 아이슬란드는 비옥했던 과거로 되돌아가기 위해 자연을 가장 먼저 생각하는 대표적인 친환경국가가 되었다.


현재 아이슬란드는 어업과 관광업이 주된 산업이다. 아름다운 아이슬란드를 황폐하게 만든 것도 인간이고 되돌리려고 노력하는 것도 역시 인간이다. 그런 과정에서 인위적인 손길이 미칠 수 없는 오로라는 더욱 소중한 아이슬란드의 주력 관광 상품이 되었을 것이다.


아이슬란드는 화산의 나라다.

화산 폭발로 인해 섬이 생겨났고, 지금도 부글부글 터져오를 준비가 되어있는 활화산이 온 나라에 퍼져있다.

2010년에는 에이야프얄라요쿨(Eyjafjallajökull) 화산이 폭발하면서 퍼진 화산재로 인해 유럽 전역에서 하늘길이 막히며 항공 대란이 일어난 바 있다.


아이슬란드는 폭포의 나라다. 차를 몰고 달리다 보면 눈이 번쩍 떠지는 웅장한 폭포가 보여주는 장관을 몇 번이고 만날 수 있다.

우라는 남부 해안에 있는 셀야란포스 (Seljalandsfoss) 폭포를 찾아갔다.

거대한 폭포에 가까이 다가서기도 전에 바람이 불면서 사방으로 흩뿌리는 물안개에 온몸이 차디차게 얼어버렸다. 이 아름다운 폭포를 배경으로 오로라를 보기 위해 왔지만 잔뜩 찌푸린 그날 밤도 무심한 하늘만 바라볼 뿐이었다.


겨울의 아이슬란드는 얼음의 나라다. 화산과 빙산이 함께 존재하는 아이슬란드는 산골짜기마다 빙하가 덮여있다. 남쪽 해안을 빼고는 도로마다 양 옆이 빙하에 뒤덮여 옥빛으로 빛났다.


빙하에서 나온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둥둥 떠다니는 아름다운 빙하호수 요쿨살론(Jokusalon)에 가면 자연이 빚어낸 얼음 조각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이곳은 아이슬란드의 수많은 명소 중에서도 손가락에 꼽히는 곳이다 요쿨살론에서 마주치는 얼음 조각은 하나도 같은 것이 없다. 거대한 얼음 덩어리부터 신이 빚은 작품 같이 아름다운 얼음 조각이 해변에 떠다니는 모습은 지구에서도 처음 보는 절경이었다.


저 아름다운 얼음 호수 위에 오로라가 뜬다면 얼마나 멋질까?

실제로 요쿨살론에 오로라가 뜬 사진을 보면 환상 그 자체이다. 그러나 이틀 연속으로 방문한 우리에게 요쿨살론은 잔뜩 흐린 하늘과 빗방울만 선사할 뿐이었다. 다만 이틀  한시도 그 자리에 머물지 않고 끝없이 모습이 변하던 에메랄드빛 유빙의 모습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아이슬란드는 바람의 나라다.

시도 때도 없이 불어오는 강풍은 너무나 세차서 다리에 힘을 주고 서 있지 않으면 하늘로 날아올라갈 것만 같다. 노르웨이의 변화무쌍한 날씨도 아이슬란드에 비하면 얌전하게 보일 정도다. 짙은 구름이 몰려오다가 서쪽 하늘이 열리며 낮은 태양이 눈부신 화살빛을 내리쏘는 싶으면 어느 순간 굵직한 우박이 쏟아졌다.

'지금 날씨가 마음에 안 든다 하더라도 15분만 기다리라'는 말은 아이슬란드 사람들이 늘상 하는 농담이다.


바람과 얼음의 나라 아이슬란드에서 본 절경들은 오로라를 찾아 헤매는 우리에게 아쉬움만 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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