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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a
Dec 05. 2024
오로라를 찾아서... #7
유럽 최북단 지점, 노드캅(Nordkapp)
제대로 된 오로라를 만나지도 못한 채 출발지인 베르겐으로 회항하던 후티루튼 크루즈는 호닝스보그(Honningsvåg) 항구에 들어섰다.
다른 항구처럼 호닝스보그에도 눈보라가 나부낀다. 흩날리는 눈보라 속에 고대하는 오로라는 멀어져만 간다.
크루즈에서 하선한 승객들 대부분은 노드캅(Nordkapp)에 가
기 위해
관광버스를
타느라 분주
하
다.
유럽 대륙 최북단 지점인 노스케이프는 호닝스보그 마을에서 35km 북쪽에 있다.
우리는 노스케이프 방문을 위해 호닝스보그 마을에서 미리 렌터카를 예약해 뒀었다.
렌터카 회사 직원은 '이런 눈길에서 운전해도 되겠냐?'라는 질문에 ‘물론이지!’라고 시원스레 답한다.
이 지역 차들은 모두 짱짱한 스파이크가 박힌 스노타이어를 장착하고 있어 웬만한 눈길에선 끄떡도 없는 듯했다.
그래도 나는 살짝 겁이 났다. '오가는 이 없는 얼음길에서 미끄러지기만 해도 그냥 고립되는 것 아냐?'
렌터카 사무실 벽에 적혀있는 응급 전화번호 113에 국가번호 47도 얼른 확인해 뒀다. '뭔 일이 생길 경우 +47113을 누르면 어떻게든 해결이 되겠지?'
정오가 조금 안된 시각, 소중한 빛이 남아있어 사방을 분간할 수 있을 때 나와 J는 렌터카를 몰고 노드캅으로 향했다.
두터운 설상화를 신고 운전을 하려니 수동 기어 차의 시동이 자꾸 꺼진다.
도로변에 소박하게 서있는 집들을 몇 채 지나자 금세 무인지경의 설원이 나타났다.
눈에 덮인 언덕 사이로 잿빛 바다 풍경이 보였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회색빛 바다는 북극해에 연결되는 바렌츠 해(Barents Sea)다.
하얀 길에 하얀 언덕, 그 위로 쏟아지는 새하얀 눈.
앞에서 달려가는 차의 미등만 없다면 완벽한 화이트아웃의 세상이다. 끝없이 꼬불거리는 산길에서 핸들을 잡은 손엔 저절로 힘이 들어가고 땀이 배어난다.
마지막 몇 킬로를 남겨두고 도로가 차단됐다. 쌓인 눈 때문에 운전이 위험하다고 차단기가 내려져 있었다.
크루즈 선사에서 연락을 했는지 잠시 후 눈을 치우는 트랙터가 와서 선두에 서고 나머지 차들이 그 뒤를 따라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노드캅으로 가는 도중 빛이 사라지고 어둠이 내렸다. 이처럼 흩날리는 눈보라 속에서 오로라를 볼 확률은 제로다.
눈보라 속에 멀어지는 오로라의 꿈은 노드캅을 절망의 곶으로 만들고 있다.
이제 겨우 낮 1시. 하루 중 가장 밝아야 할 시각에 북쪽 세상은 어두컴컴하기만 하다.
노드캅은 짙은 안개에 싸여있었다.
바렌츠 해에 면한 절벽 위에 유럽의 북쪽 끝을 상징하는 지구 조형물 하나가 조명을 받으며 서 있다.
세찬 바람을 맞으며 찾아간 안내소에는 노드캅에서 촬영한 다양한 사진엽서가 전시돼 있었다.
엽서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건, 노드캅의 지구 조형물 위에 초록
과 보라색
으로 빛나는 오로라 사진이었다.
날만 맑으면 저런 모습을 볼 수 있었을 텐데...
https://www.hurtigruten.com/en/inspiration/northern-lights
노드캅의 위치는 북위 71도 10분 21초.
나중에 구글맵을 확대하여 확인한 사실 하나, 노드캅은 유럽 대륙의 북쪽 끝이 아니었다.
노드캅으로 향하는 출발지인 호닝스버그는 육지가 아니고 대륙과 해저터널로 연결되어 있는 섬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사람들은 이곳이 유럽 대륙 최북단이라며 지구 모형 아래에서 만세를 부른다.
어차피 북쪽 끝이란 것도 우리들 마음속에서 나온 것, 섬이면 어떻고 육지면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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