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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a Nov 07. 2024

오로라를 찾아서

3. 오로라를 꿈꾸며 우아하게 가난해지기

로라의 나라들이 매혹적인데도 불구하고 발걸음을 내딛기 어려운 이유는 ‘물가가 비싼 나라’이기 때문이다.

캐나다, 아이슬란드 물가도 비싸지만 특히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3개국의 물가는 차원이 다르다.


콜라와 생수 값은 똑같이 한 캔에 5천 원. 가끔 세일한다면서 콜라 두 캔에 8천 원쯤 하는 광고도 붙어있다.

버스 한 번 타면 만 원이 넘고, 멀지 않은 거리도 기차로 이동하면 편도 십만 원은 기본이다.

이게 십 년도 더 된 시절의 이야기다.

그 사이 우리나라의 국민 소득이 높아지면서 덩달아 물가도 무척이나 올랐다. 상대적인 체감 물가는 그때보다 나을지 몰라도 비싼 건 변함이 없다.


노르웨이에서 렌터카를 운전해 유럽 대륙의 북쪽 끝 노르캅까지 다녀왔던 한 후배는 혀를 내둘렀다.


산을 뚫어 만든 터널을 하루에도 몇 번씩 지나가는데 심지어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두 번 다 통행료를 받는 곳도 있다고 한다.

터널에 들어가면 당연히 나와야지 그 속에서 살 수도 있다는 건가? 무슨 논리지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불가능한 곳이다.


북유럽계 소설을 읽으면 이들에게도 비싼 물가에 대한 불평이 계속 나온다. 하지만 세계 최고의 복지를 자랑하는 북유럽 사람들은 일단 교육비와 의료비 걱정 없으니 노후 걱정 없이 가지고 있는 만큼 쓰면서 살면 되지 않을까 싶다.


여행자에게 다가오는 체감 물가는 환율, 즉 숫자놀음이다. 노르웨이 환율이 높으니 우리에겐 더더욱 비싸게 느껴지는 것이다.

단순 계산으로 노르웨이 크로네에 200을 곱하면 우리 돈 환산치가 나온다.

콜라 세일가가 20 크로네이니 20x200=4천 원! ‘헉’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노르웨이를 떠나는 마지막 날에는 20 크로네(4천 원) 동전을 들고 음료수 하나 사 먹으려고 매장을 한참 동안이나 뒤지다 결국 아무것도 사지 못한 채 호텔로 돌아와 수돗물만 마셔야 했다.


4천 원으로 우유 한 팩 살 수 없는 나라에서 다행인 건 물이 공짜라는 점이다.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는 어디서나 수도꼭지의 물을 그대로 받아 마셔도 된다.

깔끔한 물맛이 그나마 숨통을 틔어준다고나 할까.

11년이 지난 요즘의 노르웨이 환율은 1:130이지만 부담스러운 건 여전하다.


사람들은 묻는다.

'그렇게 비싼 나라에 가다니 돈이 많은가 봐요?'


언젠가 가까운 동료들끼리 ‘어디에 돈 쓰는 게 가장 아깝지 않은가’를 서로 이야기해 본 적이 있다.


멋진 옷을 즐겨 입는 선배는 옷값만은 아깝지 않다 했다.

피부에 관심이 많은 후배는 피부관리 화장품 비용을 아끼지 않는다.

아이의 교육비가 아깝지 않다는 친구도, 맛있는 음식, 고급 식당에 가끔씩 가서 기분전환하는 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여행 가는 돈이 아깝지 않다.

옷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세일하는 옷만 가끔 사고, 마트보다 싼 시장에서 장을 보는 것이 일상이다.

하지만 비행기 티켓은 그대로 내지른다.


항공료는 싸냐고? 사나흘도 아니고 몇 주씩 여행 가면 그 경비는? 게다가 물가가 가장 비싸다는 북유럽에서?


그래서 가성비를 생각하며 결정한 방법이 노르웨이에서는 숙식과 교통이 해결되는 오로라 크루즈, 아이슬란드에서는 렌터카 여행, 캐나다에선 옐로나이프의 패키지 투어였다.


독일의 몰락한 백작 폰 쇤부르크는 경제적인 곤경 속에서도 유럽 최고의 부유한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겪은 경험을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이란 책으로 펴냈다.


그는 유서 깊은 가문 출신이지만 물려받은 유산 한 푼 없이 저널리스트로 일하다가 언론계의 구조조정으로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되었던 사람이다.


그는 자신이 접한 상류층의 이야기를 통해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을 소개한다. 가난해지면서도 스스로를 우아한 사람으로, 부유한 사람으로 느낄 수 있는 방법은 자기만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다른 사람의 생활양식을 자신의 척도로 삼기보다 자신이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일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폰 쇤부르크가 생각하는 부자의 기준은 자기가 가진 것보다 덜 원하면 부자이고 자기가 가진 것보다 더 원하면 가난하다는 것이다.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말이다.


지구의 끝까지 찾아가는 오로라 여행은 누구에게는 배부른 소리, 사치스러운 호사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삶을 풀어가는 방식은 제각각 다른 법이다.


만족이라는 것은 ‘현재’에만 일어날 수 있다.

만약 내가 ‘언젠가 미래엔 행복할 거야’라고 한다면 나는 영원히 만족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어떤 책에서 본 아랍 격언에 이런 말이 있었다.

‘사람은 세 부류로 나뉜다.

움직일 수 있는 사람과 움직일 수 없는 사람, 그리고 움직이는 사람.‘


나는 나의 우선순위에 따라 움직이며 우아하게 가난해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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