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ora Oct 31. 2024

오로라를 찾아서

2. 오로라의 니라들

오로라는 남극과 북극에 가까운 고위도 지방에서 나타난다.

남극 쪽은 육지도 적을뿐더러 가기도 어려워 오로라를 보는 게 쉽지 않다.

북반구에 사는 우리나라에서 비교적 편안하게 오로라를 볼 수 있는 곳이 북유럽과 캐나다.


나는 지난번 오로라 극기인 2013년 무렵 오로라를 대표적 관광 상품으로 자랑하는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 캐나다의 오로라를 보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


북극권에 있는 오로라의 나라들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복지국가에, 모두들 살고 싶어 하는 나라라는 것 말고도 공통점이 적지 않다.

특히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는 어찌 보면 형제와도 같아서 기후와 역사, 인구밀도와 언어까지 닮은 꼴이다.


북위 60도가 넘는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 사이에는 멕시코 류가 흐른다.

북극에 가까우면서도 노르웨이 해안과 아이슬란드1월 평균 기온이 좀체 영하로 내려가지 않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기온은 온화하지만 겨울철의 흐리고 변화무쌍한 날씨는 두 나라의 특징이다. 하루에도 비와 눈과 우박, 바람과 구름이 오락가락한다.


날씨의 변덕스러움은 섬나라인 아이슬란드가 단연 노르웨이를 능가한다. 하루에 수십 번 날씨가 바뀌기도 한다. 게다가 바람도 만만치 않다.

아이슬란드에서는 우산이 필요 없다고 한다. 어차피 우산을 써도 비를 피할 수 없으므로.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는 역사적으로도 한 뿌리나 마찬가지다. 아이슬란드어는 노르웨이어의 옛 언어에서 생겨났다.

9세기 무렵 노르웨이 바이킹이 무인도 아이슬란드를 발견한 이후 수천 명의 노르웨이 인들이 아이슬란드에 정착했다.

‘아이슬란드’란 이름도 노르웨이 탐험가 플로키 빌예르다르손이 섬에 떠있는 유빙을 보고 지었다고 한다


오로라볼 수 있는 나라들은 북극권에 있기 때문에 모두 인구가 적다. 그중 아이슬란드에서는 정말 사람 보기 어렵다.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4시. 이미 사방이 어두워져 있었다.

공항에서 렌터카를 빌려 시내로 운전해 가자니 수도 레이캬비크의 화려한 야경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가 예약한 레이캬비크 외곽의 호텔까지 30km를 달리는 동안 도시의 불빛은 계속 이어졌다.

“오, 꽤 큰 도시네?”


저녁을 먹으러 도심으로 나갔다.

가는 길에 대형마트가 있는 쇼핑몰 주차장에 들렀다. 차는 거의 없고 불 켜진 건물에 다가가니 문이 닫혀있었다. 문 안을 들여다보았다.

대형마트가 아니고 그만한 크기의 애견용품 매장이었다. 이렇게 큰 애견 매장이 장사가 되려면 어느 정도의 애견 인구가 필요한 걸까?

숙소 옆에 있는 KFC 역시 서울의 대형마트 크기만 한데 직원은 단 2명, 손님도 거의 없다.


“그래도 도시 규모가 상당해. 한 백만 인구는 되겠지?”

자료를 찾아본 나는 깜짝 놀랐다.

아이슬란드 전체 인구 30만 명, 수도 레이캬비크 인구는 11만이라 했다.

남한과 거의 비슷한 국토 면적에 30만 명이라. 우리나라 인구 5000만과 비교해 보니 인구밀도가 우리나라의 0.6%, 거의 170분의 1이다.

우리나라에서 인구 30만인 도시를 찾아보니 전라북도 익산인데, 우리나라에는 그보다 큰 도시가 32개나 된다. 이 정도면 온 국민이 서로 가족 같지 않을까?


노르웨이는 아이슬란드보다는 인구밀도가 높은 편이다.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국토 면적은 4배인데 인구는 10분의 1이므로 인구밀도가 우리의 40분의 1이다.

그중 3할은 수도 오슬로 주변에 살고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인구밀도는 현저하게 떨어진다.


캐나다는 우리나라보다 면적은 100배 넓고 인구밀도는 1/150이다.

오로라가 잘 보이는 캐나다의 노스웨스트 준주는 주 전체 인구가 4만 명에 불과하다.

잠실야구장 수용인원이 5만 명이므로 주 전체 인구를 모아도 잠실야구장을 채울 수 없다.


사람은 적고 삶은 넉넉한 데다 가을부터 오로라가 밤하늘을 수놓는 나라.


매혹적이지 않은가?

이전 01화 오로라를 찾아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