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에덴 07화

용서

에덴

by 이한

여자 : 다시 왔네요. 전도사님.

사이


여자 : 뭐 하세요? 앉으세요. 차 식겠어요.


남자, 여자의 자리에 앉는다.


남자 : 찾아온 이유가 뭐야.


여자 : 돈? 아니면 명예실추? 아직 결정 안 했어요. 그런 건 왠지 식상해서.


남자 : 다 지난 일이야. 그때 합의도 봤잖아.


여자 : 그건 우리 부모님이랑 정리한 거구요. 나랑은 아직 안 했어요.


남자 : 우발적인 일이었어.


여자 : 당당하시네요.


남자 : 나도 그때 일로 후회하고 있어. 매일 저녁이면 눈물로 기도하고 있다고. 잠시 이성을 잃었던 거야. 내가 조금이라도 더 정신을 차렸어야 하는데, 경솔했어. 그리고 너도 알잖아. 우리가 어떤 일이 있어서 그렇게 된 건지.


여자 : 알죠. 너무도 잘 알죠.


남자 : 날 괴롭히는 거야? 뭐, 복수 같은 거야?


여자 : 내가 무슨 영화 주인공이라도 된 것 같아 보여요? 난 그럴 만큼 강단 있는 여자가 아니에요.


남자 : 그럼 뭐야?


여자 : 묻고 싶어서요.


남자 : 말해.


여자 : 나랑 할 때 좋았어요?


남자 : 끝까지 이럴 셈이야?


여자 : 대답해요. 나랑 할 때 좋았어요?


남자 : 그래. 좋았어. 됐어? 이제 여기서 그만하자, 부탁할게. 우리가 만나는 건 서로에게 안 좋아.


여자 : 구체적으로 말해 봐요. 내가 어떻게 했길래 좋았어요? 듣고 싶어요.


남자, 주위를 살피고 있다.


여자 : 아... 알겠다. 나 말고 다른 사람도 건드리고 있구나? 보니까 교회도 옮겼던데. 말은 잘하니까 어디서든 먹고는 살겠지.


남자 : 너한테도 찾아가서 사과하려 했어. 나도 너희 부모님 때문에 얼마나 시달렸는지 알아?


여자 : 당연히 그럴 만하지. 당신이 돈으로 보였을 테니까.


남자 : 상관없어. 난 할 만큼 했어. 모두 정리했어. 더 이상 찾아오지 마.


여자 : (박수를 치며)남자다운 면은 여전해. 역시 내가 좋아하고 따르던 전도사님이셔.


남자 : 우리 지난날은 잊고 예전처럼 지내자. 그때는 나도 어렸어.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던 너를 내가 기억하고 있잖아? 궂은일을 제일 앞장서서 했던 너를 가장 아끼고 사랑했던 사람이 나야. 옛 일을 생각해서라도 우리 앙금을 풀고 새 삶을 시작하자. 각자 길에서 말이야.


여자 : 변한 게 없네요, 그 혀. 교회가 왜 장사가 잘됐는지 알겠어요. 하긴, 나도 그 화려한 혀에 속아 넘어갔었지. 머리도, 몸도. 기억나요? 내 몸에 집어넣던 그 혀. 뱀 같은 그 혀.


남자 : 그만해. 우리 모두 인간이야. 죄를 짓는 게 인간이라고.


여자 : 똑똑히 기억나요. 숨을 고르고 무릎 꿇고 앉아서 기도하던 모습. 그 일이 있고 나서도 기도했겠죠? “주여! 미개한 당신의 자녀가 해서는 안 될 죄를 범했습니다. 나의 이성을 지키지 못하고, 간악한 몸에 정복당해 순간의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나로 인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고 가야 하는 자매를 지켜주십시오. 자매는 아무 능력도 의지도 없습니다. 모두 저의 잘못입니다. 자매의 고통이 씻겨질 수만 있다면 모든 죄는 제가 짊어지며 살겠습니다! 부디 저를, 죄를 용서해 주소서!” 이렇게.


남자 : 그날 이후로 난 눈물로 회개하고 용서받았어!


여자 : (소리치며)용서!? 용서! 누가 당신을 용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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