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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쓰는가

여백으로부터 글쓰기 | 수잔그리핀

by June H


#1


브런치스토리라는 플랫폼의 의미


나는 짧은 글 한편을 쓰더라도 최소 일주일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에 대하여 별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인풋이 적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그 이상으로 조금 더 욕심을 낸다면, 곧바로 나는 방전이 될 것이다. 글쓰기에 한해서는 가늘고 길게 가고 싶다. 심지어 지금보다 더 가늘게 가고 싶다는 마음이 생길 때도 있다. 그렇지만 나는 일주일에 한 편이라는, 그 무게쯤은 받아들이고 연재를 이어나간다. 글이 나에게 주는 효용을 생각한다면, 이는 아무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 무게가 없었다면, 어느 순간 나는 글쓰기를 멈췄을 것이고, 글이 주는 기쁨을 잊어버리고 살아갔을 것이다.





#2


내가 글을 쓰는 방식


만약 글을 쓰는 사람이 열 명이 있다면, 글을 쓰는 방식도 머릿수에 맞춰 모두 다를 것이다. 하지만 내가 글을 쓰는 방식은 그 차이가 무색할 정도로 특별한 구석이 없다. 그저 그렇게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생각 중에 어느 순간 마음에 드는 것을 발견하면, 그 생각을 붙잡는 것으로 나의 글은 시작된다. 그리고 그 생각을 그냥 내버려 둔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그 생각이 스스로 두세 줄 정도로 몸집을 키울 시간을 주는 것이다. 만약 어느 정도 시간을 주었음에도 자라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선택을 해야 한다. 좀 더 시간을 줄지, 아니면 다른 생각을 붙잡을지를 말이다.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보기보다 짧은 시간이기에 이러한 선택은 불가피하다.


이 부분에서 연재일에 글이 업로드되는 시간이 결정된다. 지금까지 업로드 한 글 중에서는 저번주에 쓴 글이 가장 늦게 업로드되었는데, 그 이유는 처음에 붙잡았던 생각이 도무지 커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생각이 커지지 않는다면 그것을 놓아줄 줄도 알아야 한다. 그러나 '한 달간 주방에서 일하면서 느낀 것들을 글로 써야겠다.'라는 생각을 놓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경험을 글로 빚어내기에 지금이 최적의 순간이라는 근거 없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 무리를 하더라도 밀어붙였다. 다행히 일요일 아침에 글의 윤곽이 보이더니, 점점 탄력을 받아, 밤이 되기 전에 이를 글로써 완성해 낼 수 있었다.


이와 달리 어떤 생각은 금방 형태가 만들어지고, 빠르게 글이 되기도 한다. 지금 쓰고 있는 글이 그렇다. 짐작건대 글쓰기에 대한 생각은 이미 무르익은 상태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오랜 시간에 걸쳐 자연히 자라난 생각은 깊이가 있다. 그리고 글로 옮길 때면, 어김없이 그 깊이를 발견하게 되는데, 그때마다 그 깊이에 스스로 놀라며, 희열을 느끼게 된다. 또한, 특유의 기분 좋은 리듬을 가지고 있어, 글을 쓰는 순간에 느낄 수 있는 행복이 배가된다.


하지만, 오랜 시간의 결실, 그 자체인 글이 어느 누구의 주파수와도 맞지 않아 어떠한 공명도 만들 낼 수 없는 글이 될 수도 있다. 자기 혼자 신나서 들떠 있는 그런 글로써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아무렴 어떤가. 그것이 나의 고유한 주파수를 드러내는, '나'라는 존재에 가장 근접해 있는 글이자, 나의 애정과 기쁨이 가득 담긴 의미 있는 글이라는 사실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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