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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불편한 타인의 글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

by June H


#1


유튜브에 새롭게 소개된 채널 커뮤니티 기능


최근 유튜브에서 새롭게 채널 커뮤니티라는 기능을 공개했다. 해당 기능은 베타 버전으로 일부 채널을 통해서만 체험해 볼 수 있도록 제한해 둔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는 채널의 크리에이터가 게시물을 올리면, 그 게시물에 댓글을 다는 방식으로 크리에이터와 구독자 간의 소통이 이루어졌다. 이와 달리, 이번에 새롭게 공개된 채널 커뮤니티 기능은 기존에 방식에서 추가적으로 구독자들이 직접 게시물을 올릴 수 있도록 커뮤니티를 구성한 것이다. 따라서 구독자들은 자신이 직접 올린 게시글을 통해 크리에이터뿐만 아니라 다른 구독자들과 소통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출처 _ 침착맨 유튜브





하지만 이 기능에 대한 구독자들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 그리고 이는 크리에이터가 직접 올린 사용 경험에 대한 투표 결과에서 더욱 극명하게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유튜브 사용자들은 보편적인 커뮤니티의 형태를 유튜브라는 환경에 한해서는 거부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더구나 이것이 보이는 방식에 있어서는 더 큰 불만을 드러냈다.


영상과 영상 사이에 커뮤니티의 콘텐츠가 보이도록 배치해 두었기 때문에, 다른 영상을 보기 위해 스크롤을 내여야 할 때면, 어쩔 수 없이 다른 구독자가 올린 그들의 일상을 반강제적으로 보게 되었고, 그것이 해당 기능에 대한 거부감을 필요 이상으로 키운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아직은 베타 버전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미흡한 점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스템적으로 이 기능을 사용자가 끄고 킬 수 있는 옵션이 기본으로 제공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과, 이용 규칙과 같은 가이드라인 설정을 의무화하지 않기 때문에 크리에이터가 원하는 어떠한 목적이 명시되어 있지 않아, 구독자들이 사용하는데 혼란을 준 부분은 개인적인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2


왠지 불편한 타인의 글


며칠간 유튜브를 훑어볼 때마다 생판 모를 누군가의 글을 아무런 마음의 준비도 없이 마주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글의 대부분이 자신이 키우는 반려동물의 사진을 올려놓은 동물 자랑글이었다. 동물을 좋아하고, 싫어하고를 떠나, 이러한 글의 본질은 반려동물이라는 자신의 일상의 일부를 공유한다는데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런 글을 볼 때마다, 누군가의 일상을 아무런 준비 없이 갑작스럽게 마주한 듯한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이 경험은 나에게 있어서 상당히 불쾌했고, 무례한 일을 겪은 듯한 기분도 들었다. 마치 자유를 침해당한 듯한 느낌이었다. 그러자 문뜩 온라인 공간에서 과연 나는 자유로울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이 대뜸 떠올랐다.


'나는 온라인 공간에서 과연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정보의 바다라는 별명에서 알 수 있듯이 온라인 공간의 핵심은 정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당연하게도 이 공간은 정보의 흐름을 극대화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즉, 더 많은 정보가 끊임없이 생산되고, 확산되며, 소비되도록 설계되어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스레드와 같은 소셜 미디어, 브런치스토리, 네이버블로그, 티스토리와 같은 블로그, 유튜브나 틱톡 같은 동영상 플랫폼은 사용자가 글을 쓰고, 사진과 영상을 공유하는 것을 매우 쉽게 만들어준다. 다시 말해 누구나 쉽게 정보를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이 이미 마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다음으로 알고리즘이라는 것은 생산된 정보를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퍼뜨리는 역할을 한다. 흔히 댓글로 '어떤 영상을 보다가 여기까지 왔어요.'라고 농담 삼아 말하듯이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성향을 분석해서, 그들이 볼 법한 영상들을 끊임없이 추천해 주며, 새롭게 생산된 정보들을 소비하도록 유도한다. 나아가 최근 들어서 보이기 시작한 유튜브의 쇼츠와 인스타그램의 릴스에 도입된 무한 스크롤 기능은 사용자로 하여금 정보의 소비를 멈추지 않게 만들며, 플랫폼에 오랫동안 머물도록 만들고 있어, 더욱더 정보의 소비를 계속해서 부축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접하는 정보들 속에서 나는 이미 타인의 일상, 생각, 심지어 감정까지도 소비하고 있었다. 그 시작은, 유튜브 혹은 인스타그램을 보겠다는 그 결정만큼은 내가 했다는 이유만으로 알고리즘의 추천을 너그럽게 받아주며, 생전 모르는 타인에 대한 정보들을 알게 모르게 소비하고 있었다. 이러한 나의 모습을 바라보면, 결국 온라인이라는 공간 속에서 나는 결코 자유롭다고 말할 수 없다. 그저 알고리즘이 제공하는 어떤 콘텐츠에서 왠지 모를 불쾌함을 느낄 때면, '더 이상 이런 콘텐츠를 추천해주지 말아 주세요.'라는 뜻의 비추천 버튼을 누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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