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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눈치를 보며 쓴 밤편지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

by June H


이대로 잠에 들기 아쉽다는 마음에서인지, 수면시간을 앞뒤로 두 시간 정도 미뤄버리는 게 거의 습관처럼 되어버렸다. 보상 심리라고 하기엔 보상보다 벌에 가까운 이 마음이 어느 순간 찾아오면, 무심한 잠은 기꺼이 자기 자리를 내어주고 어디론가 멀리 떠나버린다. 그렇게 잠으로부터 멀어지면, 알 수 없는 기대감에 휩싸여, 손에 쥔 스마트폰 넘어 시간과 공간의 감각이 무뎌진 어딘가로 홀린 듯 빠져 들어간다. 분명 잠보다 중요한 게 여기 어딘가 있을 것이라 믿으며, 그곳을 헤집고 다닌다. 그 무언가를 찾기 위해 스크롤을 내리고 또 내린다. 어쩌면 정반대로, 그렇게 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어떻게 될지 뻔히 다 알면서도 오후 늦게 들이켰던 커피의 각성효과가 잔잔해지기까지, 그 속을 헤매며 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잠에 들기 아쉬워서이든, 아니면 잠에 들기 위해서이든, 분명한 건 내가 자초한 일이라는 것이다. 스스로 함정을 파놓고, 그것에 걸리기를 반복하고 있다는 말이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어릴 적 책장 뒤 작은 공간에 이유 없이 숨어 들어가 있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사실, 이렇게까지 하면서 늦은 밤의 고요함 속에 나를 깨워두려고 하는 이유에 대해서 대충은 짐작이 가는 구석이 있다. 그러나 글로는 옮기지 않으려 한다. 밤새 내려 쌓인 눈은 아침이면 치워야 할 골칫거리 밖에 되지 않는다. 그냥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이상하게도 다음날로 넘어가고 싶지 않을 때가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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